우리나라 3대 읍성 중에 하나인 서산 해미읍성에 다녀왔다. 
해미(海美)라는  지명은 1407년 정해현과 여미현을 합병하면서 두 현에서 한자씩 따서 조합한 것이다.
해미읍성의 관문인 진남문을 통과하면 잔디가 덮힌 푸른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이슬비가 내려서 잔디는 더 푸르렀고 평화롭기 그지 없는 풍광이 펼쳐져 있지만 전쟁과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해미읍성 안으로 들어서서 동헌으로 난 길로 방향을 잡으면 천주교 순교 기념비부터 만난다.
인류에게 종교는 신앙으로 자리잡기 전에는 박해와 전쟁, 순교 등의 고난의 과정부터 겪는다. 천주교인 박해와 순교의 역사 기념비를 해미읍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어머, 이 나무에 우리 교인들을 매달아 고문했던 나무래. 쯔쯧...."
천주교인 성지순례단이었다. 

1790~1880년대에 이곳 옥사에 수감된 천주교인들을 끌어내 이 나무의 동쪽으로 뻗은 가지에 철사줄로 머리채를 매달아 고문했던 비극의 역사를 품은채 살아가고 있는 회화나무였다.





전략적 요충지에 방어 기능을 담당하는 성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조형물들이 실제 상황을 방불게 한다. 조선의 병사들의 모습과 그들이 썼던 무기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은 남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조선 전쟁과 무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야외 전시관.
전쟁에 사용했던 화표와 로켓의 원조격인 신기전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읍성 안에 동헌과 객사가 있어서 전쟁 시에도 효율적인 통제와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해미읍성의 동헌은 
호서좌영이 설치되어 병마절도사와 현감이 집무를 겸했던 곳이었다. 행정과 군사 업무를 겸했으며 이순진 장군도 무관 초기에 잠시 이곳에서 근무했었다고 한다. 



동헌 근처에는 임금의 전패를 모시고 초하루, 보름마다 제를 지내고 중앙의 관료들이 내려오면 머무는 공간인 객사가 자리잡고 있다. 객사 앞의 소나무 두 그루는 오랜 세월을 인내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관광객들마다 아름다운 굴곡을 간직한 이 소나무들의 수형에 반해 셔터를 누른다.


 


해미읍성은 동헌은 전시에는 병영의 역할을 겸하기 때문에 장수들이 모여서 전략을 짜고 전시에 대비한 회의를 하는 모습을 형상화해놓았다. 다른 관광지와는 달리 서산 해미읍성은 실사에 가까운 모형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세월을 거슬러 역사적 사실을 상상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옥사

조선시대 감옥 건물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현대의 감옥과 비교하면 허술해 보이지만 조선시대에 형법이 엄격히 집행되었던 곳으로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곳이다. 

 

조선시대의 형벌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안내판.

우리가 드라마로 접했던 형벌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태형은 가벼운 죄를 범한 경우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리는 형벌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곤장은 태형보다는 무거운 장형을 말하며 막대기 정도의 크기의 매로 엉덩이를 치는 형벌이다. 이 형벌을 60대 이상 맞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갑오경장 이후에는 폐지되었다. 

역사 현장에 가면 안내판의 설명을 통해 우리가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왜곡된 역사 지식을 바로 잡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해미읍성에 있었던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가옥의 모습 안에도 조형물들이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조선시대 민가로 상인의 집을 재현했다. 우리나라 가옥의 일반적인 구조인 일자형 가옥구조로 광, 외양관, 측간을 부속채로 구성하고 부엌 한칸, 방 2칸의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다. 

 
낙안읍성, 고창읍성과 더불어서 우리나라 3대 읍성에 해당하는 서산 해미읍성은 그 곳들과 다른 고즈녘한 풍광이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의 삶의 흔적보다 천주교 박해의 역사가 각인된 곳이라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실제 천주교인들이 찾아와 천주교인들을 매달았던 회화나무 아래서 숙현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해미읍성
충남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