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을 알리는 영산홍의 계절이 다가왔다.
봄꽃이 만발한 요즘,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 어디 있을까?
철쭉, 영산홍, 꽃잔디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시기가 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그곳은 역사적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 공주 방문 중 황새바위 순교성지를 찾았다.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공주시 교동 일원에 위치해 있다.
공주 공산성, 제민천과도 인접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을 코스로 추천한다.
주차 후, 계단을 오르면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황새바위 성지로 이어진다.
따스한 봄빛 아래, 황새바위 성지의 한적하고 고요한 풍경 속으로 이동해 보았다.
 



▲ 황새바위 기념관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국내 대표적인 천주교 순교지로 꼽히고 있다.
경내를 둘러보기 전, 먼저 계단 옆에 위치한 기념관을 방문했다.
황새바위 기념관은 규모는 작지만, 공주지역 천주교 100년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내부에는 한국 천주교회사 연표를 비롯해 공주의 천주교 전파 등 신앙 선조들의 순교 역사가 담겨 있다.
 

▲ 순교탑



조선시대 참수 처형으로 대표되는 황새바위 순교성지!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천주교 순교자를 남겼던 곳이다.
'황새바위'라는 지명은 이곳에 황새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한편, 천주교 신자들이 '사학죄인'의 죄목으로 목에 '항쇄'라는 형구를 두르고 처형당한 곳이어서 '항쇄 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 황새바위 십자가 

동양에 천주교 신앙이 전파된 16세기 말엽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천주교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1784년, 이승훈이 중국에서 세례를 받은 후 천주교 서적을 가지고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충남 내포 지역은 천주교 신앙의 중심으로 천주교 전파가 가장 활발했던 곳이다. 
충청도의 첫 천주교 신자인 이존창 루도비코의 노력으로 복음의 씨앗이 퍼져나갔으나 이 과정에서 많은 천주교 신도가 붙잡혀 고문을 받고 처형되었다. 
 




당시 공주에는 충청감영이 있어 천주교 박해 때마다 사학죄인으로 잡혀온 신자들이 많았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이존창 루도비코를 시작으로 이국승 바오로 등 16명이 황새바위에서 순교했다. 
천주교 박해가 극심했던 조선 후기, 충청도의 각 지방에서 잡혀온 1,000여 명의 순교자가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자료조사를 통해 발굴된 순교자는 총 337명으로 기록되고 있다.
 

▲ 부활 광장


▲ 야외제대

황새바위 성지에는 부활 성당·기념관·무덤경당·순교탑 등이 조성되어 있다.
현재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길 등 여러 산책길이 있으며, 어느쪽으로 발길을 돌려도 천주교 신자들의 뜻이 깃들어 있다. 황새바위 석비를 지나 경사면을 오르면, 제민천과 공산성이 보이는 부활광장을 마주하게 된다.
부활광장에는 큰 돌 제대와 12개의 거석이 세워져 있다. 12개의 거석들은 12사도와 순교자들을 상징하며, 거석 뒤에는 337위의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 있다.
 




황새바위성지에는 시선 가는 곳마다 색색 봄꽃들이 만발한 모습이다.
해마다 피어나는 영산홍과 꽃잔디, 햇살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보여 카메라에 담았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어떨까?
꽃향기 그윽한 곳에서 신앙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기리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황새바위 순교성지
충남 공주시 왕릉로 118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