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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풍물 소리에 돼지가 나 잡아 잡수 하며 잔칫상에 드러누웠슈.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와 외산면 가덕리의 남다른 자매결연 협약식

2023.06.21(수) 22:11:21 | 충화댁 (이메일주소:och0290@hanmail.net
               	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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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결연이란 어떤 지역이나 단체들이 서로 도움을 받기 위해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일을 말한다. 자매결연의 내막에는 서로의 필요에 의한 유기적인 결합이며, 대놓고 이해관계를 따져보겠다는 속내가 내포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걸치는 것도 없이 두 지역이 순수하게 만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최근 부여군에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두 마을의 자발적이고 민간 주도적인 자매결연 협약식이 있었다. 

자매결연 협약식을 하기 위해 부여 외산면 가덕리 사람들이 초촌면 추양리 마을을 방문해서 솔바람길을 둘러보고 있다. 서로 다른 지리적 환경과 인심 속에 살던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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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초촌면 추양리에서 마을의 보물로 보관하고 있는 농기. 두레 풍장의 전통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추양리에서는 '농사가 세상에서 가장 기본임을 선언' 하는 뜻을 지닌 농기가 앞장 세우고 두레 풍장의 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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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와 외산면 가덕리는 부여에서도 동서의 끄트머리에 있는 마을들로 서로 교류할 일이 별로 없는 두 마을이 자매결연 협약식을 맺었다. 초촌면 추양리는 백마강이 내준 비옥한 벌판이 펼쳐진 곳에 형성된 마을로 논산시와 경계 지역에 있다. 외산면 가덕리는 보령시와 경계에 있으며 전형적인 산골 마을로 부여군에서도 서쪽 끝에 있는 마을이다. 이해관계는커녕 서로 마을의 이름도 모르고 교류조차 없던 마을이 친구처럼 가까워진 끝에 자매결연까지 맺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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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겁다는 지론으로, 추양리 풍물단원으로,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기대(60) 씨는 추양리 풍물에 빠져서 마음이 넉넉한 귀촌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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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양리 부녀회원들도 마을 잔치에 먹거리를 직접 만들고 손을 보태고 있다.
지금은 저녁 식사 시간이라 추양리에서 준비한 음식들로 푸짐한 한 상을 함께 즐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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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에서 외산까지는 부여의 끝에서 끝을 오가는 거리쥬. 보통 친분으로는 되덜(되지) 않는 일이지만 가덕리 사람들이 원판(매우) 흥이 좋고 열심히 하니께 우리도 신나서 함께 노는거쥬.”

간단한 자매결연식이 끝나자 각 마을의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현란한 춤판부터 벌어졌다. 시골마을 한가운데 등장한 나이트 클럽(?)에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땀을 흘리며 가락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고 흔들고 뛰었다. 두 마을 사람들의 한데 어울리고 엉켜서 노는 모습에 누구든 빨려 들어가는 춤판, 놀자판이었다. 역시 음주가무를 좋아했다던 동이족의 후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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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양리 두레 풍장 키즈.

자매결연 협약식을 하는 동안 킥보드를 타고 놀던 아이들은 두 마을의 풍장 놀이가 시작되자 어느새 악기를 들고 나와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렸다. 어린 시절부터 풍물 가락을 들으며 성장한 아이들은 제대로 놀 줄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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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갱깽깽 심장을 뛰게 하는 사물 악기 소리가 점령해버렸다. 흥이 실리지 않았다면 악기를 두드리는 어깨 근육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였다. 말 한마디 없이, 노랫소리도 없이 사물 악기 소리만으로 발걸음은 가볍고 어깨에 흥이 실려 돌고 도는 놀자판이었다. 사람들이 표정은 넋은 나가고 신이 올라 있었다. 신명이 나서 기악을 연주하며 향만 먹고 산다는 노는 신, 건달파’의 경지에 오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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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면 가덕리 사람들의 풍장. 

상쇠의 이끄는 대로 북과 징이 받치고 장구로 가락을 쪼개며 네 악기가 신명나면서도 어울리게 하는 것이 
풍물이다. 리듬을 타면서도 버릴 때는 버리고 자유롭고 편하게 즐기는 면에서는 재즈의 선율과 비슷한 것이 풍장이다. 풍장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산 너머에서 들르는 풍물 소리에도 산을 넘어 간다고 한다. 이 풍물 소리를 못 잊어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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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고 등 떠 밀어도 못할 짓'이라도 하면서도 장구채를 잡는 까닭은 오직 신명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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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양리 아이들은 더 어린 시절부터 두레 풍장 전수관에서 들리는 풍물 소리를 듣고 자랐다. 풍장소리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아이들은 어른들 못지않게 잘 놀 줄 알았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풍장을 치며 노는 풍경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곳이었다.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전형은 타악기의 가락과 자연스러운 몸놀림을 즐기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놀고 즐기고 움직일 때 가장 사회적이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부여 초촌면 추양리 주민과 외산면 가덕리 동서 끄트머리 마을 사람들의 풍물 공동체를 통해 알게 된 날이었다. 가슴을 뛰게 하는 풍물 가락에 제대로 물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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