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유채농원 홍민정 대표가 수조 옆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어양식+수경재배 융복합
아쿠아포닉스 농법 1세대

친환경 농업에 대한 확신 하나로 맨땅에 헤딩한 청년이 있다. 태안에서 ‘아쿠아포닉스’라는 농법을 통해 10년째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홍민정 서유채농원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란 양어양식과 수경재배를 결합한 합성어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물고기를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농수산 융복합업이다. 물고기가 배변을 하면 암모니아로 바뀌는데 이 유기물을 미생물로 분해하여 식물에게 영양분으로 제공하고 식물은 이 영양분을 흡수해 깨끗한 물을 다시 물고기에게 100% 되돌려준다. 

이런 선순환을 통해 물고기를 양식할 때 나오는 폐수를 발생시키지 않고, 가뭄에도 유리하며, 물 사용량도 절약할 수 있다. 물고기를 같이 키우기 때문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할 수 없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탄소배출을 막을 수 있다.현재 서유채농원 300평 규모의 스마트팜에서는 향어, 비단잉어, 메기, 철갑상어등 다양한 어종과 유럽샐러드채소를 주작목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홍민정씨는 농업과는 거리가 먼 서울에서 나고 자란 도시 청년이었다.우연히 시청하게 된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작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기초 산업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농법을 찾던 중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물고기의 분비물만을 이용해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에 대해 알게 됐다.

이후 미래 농법에 대한 확신 하나로 3년째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에 있는 농장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귀국 후 2014년 친환경 농업을 하기 위해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충남 태안군으로 귀농했다.

연고지도 없이 찾아온 농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비료 없이 물고기로 채소를 키운다고 알렸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사기꾼’이라는 비난과 무시를 받으며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한국의 사계절이라는 기후특성과 맞는 조건을 찾기 위해 어종부터 식물까지 하나하나 테스트를 거치며 3년간 연구를 거듭했고 국내 상황에 맞는 어종과 품종을 개발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농업을 시작한 2018년도에 생긴 청년창업농 지원도 큰 힘이 됐다. 홍민정씨는 “농업 관련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청년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힘이 됐다”며 “여러차례 교육과 4H의 도움으로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홍 씨는 채소 생산, 판매부터 학생체험교육, 강의 그리고 아쿠아포닉스 내부시설 공사, 컨설팅 등까지 가능한 만능 농업인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기준 매출 3억 원을 달성했다. 또 2021년부터는 법인을 설립해 벤처농업 스타트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홍 씨는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아쿠아포닉스 농업의 대중화와 아쿠아포닉스 체험과 치유농업을 연계한 스마트양식팜 조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단국대 대학원 웰니스 바이오 융합학과에 들어가 농업 연구와 치유 프로그램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해든 deun12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