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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리모델링을 끝낸 공주문화원의 특별했던 전시, 「3인 1색(三人一色)」

충남 공주시 반죽동 184-2

2024.05.17(금) 09:17:56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문화원은 2023년 10월 23일에 리모델링사업을 완료하고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공주시 중학동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국·도비 7억 2천만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25억을 투입하여 단열과 창호 교체, 엘리베이터 설치 및 내부 환경 개선을 추진해 왔습니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5월 8일(수)부터 리모델링을 마친 공주문화원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시작됐습니다. 전시 공간인 갤러리는 건물 2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 설치로 작품 운반이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용이해졌을 듯합니다. 전시 환경이 향상된 공주문화원에서 열린 전시 소식을 듣고 있었지만, 여건이 여의찮아 미루고 있다가 전시 마지막 날인 5월 14일(화) 늦은 오후에 갤러리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공주문화원 전경

▲ 공주문화원 전경


공주문화원 출입구 전경_3인 1색 전시 배너

▲ 공주문화원 출입구 전경


리모델링을 마친 공주문화원에서 5월에 스타트를 끊은 전시는 2024 공주문화원 향토작가 기획전이었습니다. 충청남도와 공주시가 후원한 이번 전시는 시인 나태주와 도예가 부부인 임성호, 권명희 3인이 협업한 시화 분청사기전으로 '3인 1색(三人一色)'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공주문화원 2층 갤러리 전경(1)

▲ 공주문화원 2층 갤러리 전경(1)


2층에 위치한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태주 시인과 문인 몇 분이 환담 중이었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니, 여류 시인 한 분이 작품 설명을 해주기 위해 도록 한 부를 들고 다가오셨습니다. 건네받은 도록 안의 인사말을 읽어 보니,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와 과정이 어느 정도 그려졌습니다.


삼인(三人) 일색(一色)
- 나태주

서로 사람 다르고
서로 보는 곳이 다르고
생각까지 서로 달랐지만

한 자리 모여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곳을 보면서
같은 일을 해 보자고

도예가 임성호 그릇 만들고
도예가 부인 권명희 그림 그리고
시인 나태주 글씨를 써서
분청사기 시화도예전

삼인(三人) 일색(一色)이라
화이부동(和而不同)
조그만 세상 이루었으니

공주의 좋으신 분들
잠시 여기 와
머물다 가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이웃을 오십사
손을 들어 멀리 청합니다.
 

)  ▲ 공주문화원 2층 전시장 전경(2)

▲ 공주문화원 2층 갤러리 전경(2)
 

▲ 공주문화원 2층 전시장 전경(3)

▲ 공주문화원 2층 갤러리 전경(3)


시인 나태주, 공주시 공예 명장 3호인 임성호 도예가와 계룡산 도자예술촌에서 이소 갤러리를 운영하는 권명희 도예가 3인은 이번 전시를 위해 1년 전부터 기획을 하고, 6개월가량 전시 작품을 제작해 왔다고 합니다.

영상 자료

▲ 영상 자료


3인 1색(三人一色) 시화 분청사기전의 준비 과정은 갤러리 한쪽에 마련된 영상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흙을 찾아 분청사기를 빚고 구워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서 한 작품 한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3인 중 한 사람의 실수가 있으면 작품으로 완성될 수 없기에 엄청난 집중력과 인내심이 요구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액자형 작품

▲ 액자형 시화


철화분청 작품

▲ 철화분청 시화


권명희 작가가 그림을 그린 시화

▲ 권명희 작가가 그림을 그린 시화


갤러리 벽면에 걸린 액자형 작품과 아래쪽에 전시된 달항아리 작품 중에는 철화분청한 것도 보였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나태주 시인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2018년에 육필시화집을 냈을 만큼 개성적이면서 정감 어린 그림을 그려오셨던지라 크게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종이가 아닌 분청사기에 시화를 접목한 사고의 전환과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 보여주신 열정과 의지는 놀랍기만 했습니다.

시화 1

▲ 분청사기 시화 1


분청사기 시화 2

▲ 분청사기 시화 2


효율적인 동선과 작품의 안전을 기하기 위함인지 달항아리 작품들은 벽면 가까이에 놓여 있어서 간혹 가다 시를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시는 굳이 읽으려 애쓰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시 「외할머니」가 후자에 속하는 예입니다.


외할머니
-나태주

시방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외할머니는.

손자들이
오나오나 해서
흰 옷 입고 흰 버선 신고

조마조마
고목나무 아래
오두막집에서.

손자들이 오면 주려고
물렁감도 따다 놓으시고
상수리묵도 쑤어 두시고

오나오나 혹시나 해서
고갯마루에 올라
들길을 보며.

조마조마 혼자서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시방도 언덕에 서서만 계실 것이다.
흰 옷 입은 외할머니는.
 

분청사기 시화 3

▲ 분청사기 시화 3


분청사기 시화 4

▲ 분청사기 시화 4


나태주 시인의 시 「대숲 아래서」 ,「먼 길」, 「그리움」 등의 시화에는 작고 소박한 집, 나무들이 등장합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때로는 그리워하는 감정들이 짧은 시와 간소한 그림이 어우러져 깊은 감흥을 일으키며 전해집니다.


나태주 시인이 시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나태주 시인이 시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태주의 시 '서풍'

▲ 나태주의 시「서풍」


반 년 넘게 걸려 완성한 작품들을 감상하자니 촉박한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전시 종료를 앞두고 회의를 끝내신 나태주 시인과 일행들은 작품들을 돌아보며 시(詩)에 얽힌 사연과 인물들을 언급하며 작품 감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귀동냥을 하다 보니 당나라 양귀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양 양(羊)과 큰 대(大)로 이루어진 아름다울 미(美) 자의 조자 원리로 이어지기도 하고, 나태주 시인의 시 속에 자신이 등장하는 줄을 이제껏 모르고 있다는 어느 시인의 일화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번 '3인1색' 시화 분청사기전을 준비하며 그림을 그리다 '서풍'이라는 시가 지어졌다고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소식(蘇軾)이 일컬은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를 말씀하며 '시화동원(詩畵同源)', 곧 시를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일이 하나라는 점을 에둘러 일러주셨습니다.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던 시화 분청사기전 「3인 1색(三人一色)」을 기화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문화의 구심이 될 공주문화원에 '문화의 꽃'이 만개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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