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 팥죽에 얽힌 이야기
겨울에는 따끈한 팥죽이죠
충남 계룡시 두마면 두계리 136-149
2024.01.20(토) 17:01:48 | 류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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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5450@naver.com)
충남 계룡시에 들어서면 좀 색다른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이게 ‘팥거리로’ ‘팥거리길’ 또는 ‘팥이야기’ 등이다. 계룡은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것은 맞지만 팥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오늘은 계룡의 팥 이야기를 알아보기로 했다.
▲ 팥거리 도로명주소공원을 지나다가 벤치 옆에 서있는 표지판을 보았다. ‘팥죽할멈벤치’라는 제목의 표지를 읽어보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두계(豆溪)라는 지명처럼 이 지역은 ‘팥’과 유래가 깊다. 태조 이성계가 새로운 도읍을 계룡 신도안으로 정하자 이 일대에는 신하와 군사 그리고 도성 건축에 기용된 인부로 가득 찼다고 한다. 당시 두계리는 궁궐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에게 콩과 팥으로 죽을 끓여 팔았다고 한다. 팥죽거리와 팥죽다리는 이러한 역사를 담고 있다.
▲ 팥죽할멈벤치계룡역 부근에는 ‘팥거리 유래’라는 커다란 비석이 보이고, 그 옆에는 ‘팥거리 이야기’라는 카페가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팥빵, 팥라떼, 팥양갱, 팥죽 등 팥을 이용한 음식과 커피 등을 판매하는 카페겸 베이커리점이 위치해 있다.
▲ 계룡역앞 팥거리유래 비석조금 더 지나다보면 크게 보이는 ‘콩쥐팥쥐’라는 간판이 보인다. 입구에는 충청남도에서 인증해준 ‘충청남도 지역먹거리 미더유’라는 인증패가 걸려 있었다. 충청남도는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와 건강한 먹거리 문화 조성을 위해 로컬푸드 인증식당을 발굴, 지원하고 있는데 ‘미더유’는 2012년 충남연구원 충남 6차 산업센터에서 처음 시작한 인증제도로, 지역농가와 농산물 직거래 확대로 농가 소득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외식인증 브랜드라고 했다.
▲ 미더유 인증패식당 안으로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팥 음식점답게 팥죽과 새알팥죽, 팥칼국수 등이 보여 종류별로 골고루 주문해 보았다. 시원한 동치미와 겉절이 김치는 별미였다. 이어서 나온 팥죽은 담백했고, 팥칼국수는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했다. 팥죽에 들어간 새알은 어릴 적 시골에서 먹었던 그 맛이었다. 우리 일행은 뚝딱 먹어치웠다.
▲ 팥이 들어간 음식들우리나라에는 동지에 귀신과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 팥죽을 먹는 풍속이 있었다. 팥은 동짓날 팥죽을 쒀 먹거나 떡, 빵의 앙금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팥빙수를 만드는 등 사계절 내내 애용하는 식재료이다. 또한 비타민 B군이 풍부하여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 및 피로감 개선, 기억력 감소 예방에 도움을 주며, 쌀의 10배, 바나나의 4배 이상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어 짠 음식을 먹을 때 섭취되는 나트륨이 체외로 잘 배출되도록 도와주어 부기를 빼주고 혈압상승 억제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 팥계룡을 돌아보면서 공원에서 보았던 ‘소통하는 몸’ 형상에 나온 글귀가 생각났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곳의 환경을 닮아 간다. 이 조각은 지역의 풍경과 서사를 점진적으로 담아낸다. 바디에는 계룡시를 의미하는 닭과 용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사람들의 손길과 개입에 따라서 더 뚜렷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소통하는 몸’은 공원을 넘어 지역을 닮아갈 것이다」라는 글귀는 계룡과 팥의 유래를 닮아갈 것으로 보인다.
▲ 소통하는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