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본래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것이지만, 때로는 혼자 떠나도 즐거운 여행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가기 위해 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고, 미리 일정표를 짤 필요도 없고, 또 상대방의 컨디션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필요성도 없으니까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가 가을에 혼자 떠나도 좋은 국내 여행지를 한 곳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하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혼자 가도 쓸쓸하지 않은, 이 가을에 걷기 좋은 길, 충남 홍성에 위치한 '홍주성 천년여행길'입니다.



홍주성 천년여행길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해 가는 방법도 있겠고,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행의 낭만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기차 여행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서 홍성역에 내려 보세요.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것과는 또 다른 여행의 묘미가 있을 것입니다.



혹자는 홍성역에서 500미터 가량 떨어진 고암공원이 홍주성 천년여행길의 시작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고암공원을 출발해, 홍성전통시장, 홍주의사총, 매봉재, 홍주성을 차례로 돌아 다시 홍성전통시장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홍주성 천년여행길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꼭 그런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가 뭔데요?
그냥, 발길 가는 대로 걷는 겁니다. 걷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좀 더 머물러 관찰하고, 즐기고, 느끼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마음에 안 드는 곳은 그냥 가볍게 지나치면 되는 것이고 말이죠.



홍주성 천년여행길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홍성의 천년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 유적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홍주성을 중심으로 대교리 석불도 있고, 당간지주도 있고, 또 근대사로 넘어와 의병들의 혼을 기린 홍주의사총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곳들만이 천년 여행길에서 만날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닙니다. 홍성 전통시장에 가면 50년 전통의 국밥을 파는 맛집들도 많아요.
어느 한 집만 맛집이 아닌, 시장 안에 있는 국밥집들 대다수가 다 맛집들입니다.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왔고, 또 방송에는 안 나온 집이지만, 국밥 맛만큼은 뒤지지 않는 맛집들도 많아요. 왜냐하면, 홍성 한우 자체가 명품 한우이기 때문입니다. 재료가 맛있으니, 음식이 맛 없을 수가 없어요. ㅎㅎ



저도 홍성전통시장에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나서, 홍주의사총으로 갔습니다.
홍주성에서부터 홍성 전통시장, 홍주의사총 모두 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여행지들입니다. 굳이 차가 없어도 괜찮아요.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됩니다.



홍주의사총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의병들의 항일구국 운동 가운데, 제일 규모가 크고 치열한 항전을 벌였던 홍주읍성 전투에서 희생된 의병들의 유해를 모신 묘소입니다. 
어느 유명한 장수의 무덤도 아니고, 높은 관직에 있던 벼슬아치의 무덤도 아닙니다. 무명인이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바쳤던 위대한 우리 선조들의 유해를 모신 곳입니다. 



그리고, 홍주의사총을 돌아 뒤편 언덕으로 가면, 홍주의병기념탑이 나옵니다. 홍주 의병기념탑은 지난 2013년 2월 홍주의병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건립한 기념탑입니다.



홍주의병기념탑 앞에는 당시의 의병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과,



그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우리의 태극기 조형물이 위치해 있고, 뒤편에는 당시의 의병들의 모습이 조각 작품화 되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홍주 의병의 개요와 전투 일지, 홍주 의병 이후의 활동에 대해 소상히 적혀 있고요.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홍주성 천년여행길의 여행지들이 다소 딱딱한 곳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좀 눈이 즐거워지는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홍주의병기념탑에서 홍주 향교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 거리인데요.



정확하게는 홍성여자고등학교 입구에서 시작해 홍주 향교까지 약 400미터 구간에 그려진 벽화입니다. 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이 하나같이 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옛날 서당에서 훈장 선생님께 글을 배우던 모습에서부터, 우리네 아빠 엄마들의 7080 추억의 학창 시절 모습이 담긴 벽화까지,





진짜 코스모스 꽃을 꼭 빼닮아 그린 것 같은  꽃그림 벽화까지, 온 사방이 다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백야 김좌진 장군을 만날 수 있는 공원에서부터, 이름 없는 의병들의 유해를 모신 홍주의사총, 기본 2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홍성전통시장 내 국밥거리, 그리고 이렇게 눈이 즐거워지는 벽화 거리까지,

이 정도면, 가을 여행지로 훌륭하지 않나요?





아직까지 늦더위가 기승하고 있지만, 날이 좀 더 선선해지면,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린 홍성 여행 코스를 한 번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로 번잡한 여행지와는 또 다른 멋과 낭만이 있는 홍성 여행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 모든 여행지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고, 홍성역에서 시작해 홍성역에서 끝낼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도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습니다.


홍주성
충남 홍성군 홍성읍 아문길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