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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장곡사에서 가을을 아카이브 하세요

친구들과 밤 줍기를 처음 합니다

2022.10.16(일) 09:55:33 | 정림의환경이야기 (이메일주소:sjl8544@naver.com
               	sjl8544@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장곡사에서 가을을 아카이브 하세요.(구수한 밤과 금동여래좌상)
 
전날 사과 타기 봉사활동의 여파인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났다.
식탁 위에 빨간 아리수종 사과가 눈인사를 한다.
빙긋 웃으며 하나를 씻어 씹어본다.
달큰한 사과즙이 목을 넘어간다. 상큼하다.
아침거리를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잡아당긴다.
가을걷이로 체험해온 밤이 생각난 것이다.
찐 밤이 묵직한 느낌으로
목 근처를 두드린다.
구수한 향기는 코 끝을 지나 친구들과의 지역문화 여행을 떠 올리게 한다.

장곡사 근처 농원에서 따 온 밤

▲ 장곡사 근처 농원에서 따 온 밤

 
우리 모임은 4명이 총회원이다.
4잎 클로버가 행운을 의미한다는 꽃말처럼
우리의 만남이 행운이라는 뜻을 담아 모임 이름을 명명하였다.
성격이 서로 달라 가끔은 다투기도 하지만
'여행 가자!' 에는 의견이 잘 맞고 진행이 빠르다.
방랑벽이 다분한 깻잎머리 아줌마들이다.
 
그날의 일정은 청양 장곡사 근처에서 밤 따기와 사찰 탐방이었다.
장곡사 근처에서 밤 농원을 운영하는 지인 찬스를 이용하자는 의도이다.
 
10시경 농원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밤 따기를 시작했다.
산에 올라가 보니 밤들은 이미 나무 밑에서 단단한 가시옷 사이에서 숨바꼭질하고 있었다.
운동화 신은 두 발로 힘차게 가시 옷을 벗기려 노력하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양
밤들은 잠깐 보였던 속 살을 기세 좋게 단도리하고 저만치 튕겨져 나가는 것이었다.
점점 약이 올라 빨간 얼굴로 옷 벗기기에 여념 없는 우리가 너무도 웃긴가?
가을 태양은 땡볕을 머리 위로 아낌없이 퍼붓는다.
빨간 양파망은 밤을 담지 못해 힘이 없는가? 땅으로 축 쳐져 있다.
탄력 없는 할아버지 주름살 같은 그 모양이 보기 싫어
다시 힘을 내 본다.
시선을 돌리니 개울가에 밤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다.
발길을 재촉해 가 보니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조붓하게 흐르는 개울 물속에 밤송이가 늘비하게 떨어져 있다.
큰 소리로 친구들을 부른다.
우리는 모두 시원한 물소리를 노래 삼아 밤 사냥을 시작했다.
양파망은 배부른지 탁탁 소리까지 내며 이제야 허리살이 불룩해졌다
친구들의 환한 미소로 추억 담기 사진도 넉넉해졌다
 
지인과 인사를 나눈 후 시장기를 느낀 우리는 장곡사 인근 식당으로 향한다.
직접 채취한 나물은 솜씨 좋은 아주머니의 손끝에서 요리로 탄생되었다.
밤 막걸리로 흥을 돋으며 노동 후의 만찬을 즐겼다.
음식에 얹어지는 4명 우정 다지기는 색깔 좋은 고명이었다.
배부른 우리는 장곡사 돌아보기를 한다.
 
장곡사는 공주 마곡사의 말사로 통일신라 승려 보조국사 지눌이 건립한 사찰이며 

장곡사의 모습

▲ 장곡사의 모습


보물로 지정된 금동약사여래좌상 등을 봉안하고 있는 사찰이라고 나는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얼마 전 한국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했던 내용이 기억이 난 것이다
일부 벗겨진 채로 아담한 대웅전은 신기하게도 상대웅전과 하대웅전의 두 개 건물이 있다.
지눌대사는 귀족들의 종교인 불교를 좀 더 대중화한 종파 천태종으로 보급한 분이시다.
그래서 많은 서민들이 소원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대웅전을 두 곳에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상대웅전을 들어가 보니 금동약사여래좌상의 금빛 위엄이 근엄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로 느껴졌다.
백제시대 불상은 해맑고 천진한 미소가 신라의 무섭기까지 한 표정과 차이가 난다.
통일신라의 불상에서 이상하게 백제의 미소가 엿보여서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마음속 고민을 터 놓고 이야기하고 싶어진 것이다.

아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펜션 사업이 잘 되게 해 달라고,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딸 아이가 학교 현장에서 생활을 잘하도록 해달라고 조근조근 말해본다.

푸근한 미소와 그윽한 눈빛은 헤어짐을 아쉬위 발길을 떼지 못하는 나를 어여 가 보라고 떠미는 친청엄마의 손짓처럼 애잔하다.
금동여래좌상은 나에게 눈짓한다.
“어여 가 보게나! 네가 소원한 거는 나도 노력할 테니 여기는 냅둬유.”

충청도의 특징이라고나 할까! 특징 없이 서로 간에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이다.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경계선이 모호하여 오해와 이해의 사이를 넘나드는 피곤함이 이 고장에는 있다.
아마도 농경이 주업인 우리 지역 조상들이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조건에 기대어 농사를 짓던 습관이 이런 특징을 만든 것이 아닐까?

대웅전을 나오니 친구들은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키 높은 느티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래에 평상 같은 널따란 바위가 있다.
바위에 걸터 앉아 부속건물을 내려다보았다.
가을바람과 어울린 장곡사는 사찰 cafe로 느껴진다.

대웅전에서 내려다 본 사찰 부속건물

▲ 대웅전에서 내려다 본 사찰 부속건물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위에 몸을 붙이고, 바람 소리를 듣고, 나무 냄새를 맡으며 산속 카페의 그윽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람 소리는 Vivaldi의 사계 중 가을을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이다.
밤나무와 참나무의 나무향기는 갓 볶은 케냐 AAA+ 커피콩으로 우려낸 drip커피이다.
우리는 커다란 머그잔 속 커피를, 손으로 온기를 느끼며, 코끝의 향기를 맡는 것이다.

일행 중 희준이가 한숨 쉬듯 먼저 말했다.
“아! 너무 좋다. 나무 향기를 커피 냄새로 느낄 수 있다니 여기 또 오자.”
우리는 여고 시절로 돌아간 듯 추억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두 손은 무릎에 올려놓는 얌전한 자세로 말이다.

떠나기 싫어하는 우리를 등 떼미는 장곡사를 뒤로 하며 나서며 문득 장곡사라는 이름에 호기심이 생겼다.
장곡사는 칠갑산 자락에 있는 사찰이다. 칠갑산은 높지도 않고 산세가 험하지 않은데 왜 장곡사일까? 궁금해졌다.
후에 검색해보니 칠갑산에서 발현한 하천이 산을 깊이 휘돌아 나가면서 생긴 긴 계곡에 사찰을 만들었기에 ‘긴 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작은 사찰 이름에 길다는 의미를 사용한 사연을 머리에 담으면서 장곡사 여행을 끝마쳤다.
친구들과 추억 만들기는 다름 행선지로 부여로 정하면서 말이다.
2022년 가을 한 자락에서 장곡사는 또 한 편의 일기이며 흔적이다.
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장곡사에서가을을아카이브하세요 1

 

▲ 장곡사에서 친구들과 추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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