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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천방불’ 온통 푸른 외연도가 나를 부르네

윤성희의 만감萬感 - 보령 오천면 외연도 방문기

2022.03.16(수) 21:48:5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외연도 명금의 몽돌해변 전경

▲ 외연도 명금의 몽돌해변 전경



작은 섬을 수놓은 수많은 명소
영겁을 넘어선 기다림의 시간이
바람과 파도에 스쳐 몽돌이 된 곳


외연도란 이름은 외연도가 스스로 지은 지명이 아니다. 본시 이름이란 게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붙여주는 것이듯 외연도 또한 운치 좋아하는 누가 불러준 택호일 것이다. 먼바다 한가운데 운무에 싸여 있대서 부른 외연도(外煙島). 해무를 두르고 있을 외연도가 그리운 날 나도 그 운치를 따라 바람 부는 바닷길을 나선다.

호도를 거쳐 녹도를 돌아 나온 작은 쾌속선은 마지막 기착지인 외연도를 향한다.파도를 올라탄 배는 앞뒤로 끄덕이고 좌우로 휘청이며 보란 듯이 제 갈 길을 헤쳐 나간다.

피칭(앞뒤 흔들림)이 있다는 것은 선박이 파도를 잘 타고 있다는 의미이고, 배가 롤링(좌우 흔들림)을 한다는 것은 복원력이 있다는 의미다. 인생의 바다에서도 우리는 롤러코스트를 타기도 하고 횡파에 치여 비틀거리기도 한다. 흔들린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잘 산다는 뜻일지 모른다.

멀미를 잘 참아낸 나는 섬에 내려 둘레길을 돈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한껏 몸단장을 하고 있다가 한달음에 안겨와 시야를 가득 채운다. 파란 하늘이 내려와 녹아들지 않고서는 서해바다가 저렇게 푸를 리가 없다. 하늘과 바다가 같은 색깔로 한통속을 이루었으니 이른바 수천방불(水天彷佛). 외연도에서는 하늘이 바다를 닮았고 바다가 하늘을 닮았다.

16만 평이 채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섬은 가는 데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고라금, 누적금, 돌삭금, 작은명금, 큰 명금, 노랑배, 꽃깔배, 마당배. 이름이란 상대에 대한 존중이고 의미 부여다. 외연도는 땅이 땅답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누가 ‘고라금’ 하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고 ‘마당배’ 하고 부르면 ‘나 여기!’하고 손을 흔들만한 가깝고 정다운 거리에서 서로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바람에 씻기고 파도에 스쳐 지문마저 지워진 몽돌이 되었을까. 백사장이 없는 외연도에서 몽돌들이 하루종일 두런거리고 있다.
/윤성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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