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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농사만 잘 지으면 돼요

이 얼마나 신나는 말인가

2015.06.24(수) 23:34:41 | 솔바다 (이메일주소:jadoori@hanmail.net
               	jadoori@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낼 시간이 어때요? 딸기를 따러 갈래요?"
" 왠 딸기를...?"
보리수를 따고 돌아오니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와 있다.

농사만잘지으면돼요 1
                  시기만 한 줄 알았더니 단맛이 가득한 보리수

매실을 따서 정리를 하고, 보리수가 있어 걸음을 하고 났더니 뒤이어 딸기를...
요즘이 딸기 모를 거두는 시기라고 한다.

주인은 새로 모를 키워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익어가는 딸기들을 보니 누구라도 가져갔으면 했던 모양이다.
"그렇구나"

이왕이면 한 움큼 따오리라 하며 큰 그릇으로 준비를 하고는 이웃 분과 친구따라 강남가듯 보령 주산면의 딸기 농장으로 ~~

공짜를 좋아하면 어떻다고 하지만 어쨌던 먹을거리가 생기는 발걸음에 속물이 되어가며 준비한 스카프를 똑같이 목에 두르기까지 하니 어느 단체에서라도 가는 양 폼마저 났다.
사실 난 동행인들과 다른 기분이었다.


      농사만잘지으면돼요 2
                    발표된지 일주일 만에 받은 급수 자격증

아침에 확인을 해본 합격자 발표에 ‘합격을 축하합니다’란 글자가 떴다.
지난달에 본 한자급수시험 결과였는데 학생도 아니면서 자격증을 하나 딴 것이 얼마 만에 들떠보는 기분인지 마침 나를 위한 초대가 되버렸다.
 
말로만 듣던 수경재배 농장이었다.

농사만잘지으면돼요 3

                     딸기 향에 맘껏 취해 본 주산면의 딸기농장

연동인 하우스를 보니 말끔한 것이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죄송스러울 정도였는데 딸기모는 우리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잘 익어가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하우스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주인님은 이동을 하며 따야 할 곳을 알려주셨는데
“좀 더 일찍 오셨더라면 더 좋은 딸기를 땄을 텐데요” “하우스에 들어가면 더운데 어떻하죠?”
출입을 허락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배려의 말씀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사실 들어가니 덥기는 했지만 밖에 보다 더 덥진 않았다.
우리를 위해서인가. 천정에서 바람이 한 번씩 지나갔는데 계제 선풍기, 급수시설, 난방기구 등을 보니 겨우내 가동을 하며 애쓰던 흔적들이 지금은 말없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드디어 신나게 뻗어 있는 넝쿨엔 시기를 놓친 것들, 막 익어가는 것들, 또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각자 한 줄씩 차지하고는 따며 먹으며 담기 시작했다.
 

농사만잘지으면돼요 4

농사만잘지으면돼요 5
        가져간 통도 부족해서 빈 상자를 얻어서 또 한 상자를...
 

농사만잘지으면돼요 6
              우리가 다녀가면 모를 뽑기 시작하는 주인님

두어 상자씩 따고 나니 동행인은 잠시 참을 먹자며 불렀고 주인님도 모신다.
싸온 만두, 계란들을 펼쳐놓자니 주인은 손수 만든 즙을 내놓기까지 하시니 소풍이 따로 있던가.

농사만잘지으면돼요 7

                   주인님과 함께한 즉석 소풍. 딸기는 내내 드시지 않고...

서로 훈남, 훈녀가 되어가는데 주인님이 말씀하신다.
“올해는 시세가 괜찮았어요”
올 초에 이른 딸기를 샀을 때 시세가 짱짱해서 지갑이 휑했더랬는데 그것이 농민소득이 되었던 모양이다.
“근데 겨울 난방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요” 원가에서 제일 많이 차지하는 부분 중의 하나로 절감을 위해 연구해야 할 부분이었다.

벌통도 하우스마다 놓아 자연 수분이 되도록 하고 있었는데 ’81년에 예산에서 주산으로 귀농을 하셔서 농업기술을 배워가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있다고 한다.

전량 서울로 수출(?)을 하는데, 출하는 농협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가격 등급이 결정되면 미리 문자가 오고, 며칠 있으면 입금이 된다고 한다.

우리도 축산을 하면서 출하를 하면  이렇게 하고 있는데도 또 다른 품목의 현지인과 얘길 나누니 새롭게 들려왔다. 어쨌던 참 좋은 세상이 아닐 수 없다.

농축산물은 출하부터 입금까지 이렇게 농민들과 거래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들어와서 이어졌으면 좋겠다.
“농사만 잘 지으면 되요” 더 부연할 것도 없이 한마디로 함축을 하신다.

이 얼마나 신나는 말인가.
얼마 전에 매체에서 하수오 파동으로 농민들이 매만져 놓은 밭에 서서 재배를 해야 할지 포기를 해야 할지 허탈해하던 모습과는 얼마나 다른 모습인가.

우리처럼 무임승차(?)도 하고 말이다.
하나같이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바로 농민인데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건지 이 주인님은 그래도 성공한 귀농인이셨다.

실 모든 농촌이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펼쳐지는 정책들이 속속 농민에게 잘 미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바로 이 주인님이 젊은 사람들의 모델이 되면 좋겠다 싶었다.
이 외에도 고추 등 농작물을 짓고 계셨지만 주종은 딸기였다.

마을에 펼쳐진 논에서는 모들이 새파란 색을 내며 잘 자라고 있고, 마을 곳곳에선 텃밭에 강낭콩을 심어서 부수입을 올리고 있었는데 하루에 두 번씩 들어와서 농산물을 실어간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림이었는데 실어가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어보였다.
얼마나 공들여 키우겠는가. 수입도 생기니 정성이 흠뻑 들어간 농산물이 아닌가.
부수입이 아닌 젊은 사람들의 주 소득원으로 이어지면 더 좋을 텐데...
해결책이 분명 있을 것만 같은데도 시원한 모습을 보기는 여전히 쉽지 않고 있다.

정성들인 딸기 하우스에서 두어 시간을 딴 우리는 조심조심 차에 싣고는
펼쳐진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풍경들이 낯설지 않은 데도 매번 보면 동요를 일으키곤 한다. 메르스도 꼼짝 못할 것 같은 공기와 풍광.

이태백이 이런 것도 보았을까.
농사가 곧 천하지대본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농사만잘지으면돼요 8

            따온 딸기를 다듬어서 믹서기에 후루루 돌렸더니 한 통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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