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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대학생때 나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며 깨달은 것

2013.02.28(목) 23:08:36 | 이야기캐는광부 (이메일주소:zepero85@gmail.com
               	zepero85@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20여 년 동안 통닭가게를 운영하시고 계시는 부모님의 아들이다. 대학시절 타지에서 공부하며 ‘닭’을 주제로 글을 많이 썼다. 닭을 보면 늘 부모님의 뒷모습이 아른거렸고, 그 주제로 글을 쓰고 나면 조금은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대학생때나의어머니를인터뷰하며깨달은것 1

▲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조그마한 통닭가게. 나와 누나를 키워내신 부모님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는 장소다.


어느 날 고향에 내려가서 통닭을 튀기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봤다.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닭의 모습이 꼭 어머니의 삶을 닮아 있었다. 그런 어머니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저 나의 어머니이자, 통닭가게 사장님이자, 아버지의 아내이자, 한 명의 여자인 어머니가 궁금했다. 아들이 시도한 어머니 인터뷰. 그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다음 글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식지 2012년 가을 호 ‘독자기고’ 코너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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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문>

"어머니, 아들이 한번 인터뷰해도 돼요?" 대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필자의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건넨 첫마디였다. 어머니는 의아하다는 말투로 "무슨 인터뷰? 나를 인터뷰해서 뭐하게?"라고 말씀하셨다. "그냥요, 이번에 집에 내려가면 인터뷰 해주셔야 돼요!"라고 못을 박으며 어렵지 않게 어머니를 섭외(?)했다.

사실 당시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늘 취재울렁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섭외를 하고 취재를 하기까지의 과정 중에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처음 만나는 사람을 인터뷰하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연습 삼아 어머니를 인터뷰해보면 어떨까하는 발칙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더불어 그동안 어머니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인터뷰 장소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운영하시는 17년 된 통닭가게. 학기가 시작된 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는 터라 설레었다. 어머니와 오랜만에 포옹하고 녹음할 수 있는 MP3와 수첩을 부랴부랴 테이블에 꺼내 놓았다. 통닭주문과 손님이 들이닥치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둘렀다. 어머니는 무슨 인터뷰냐며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 보셨다. "그냥 제가 하는 질문에 편하게 대답해주시면 돼요."

어머니를 심문하는 분위기로 별걸 다 물어보았다. '통닭가게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진상손님은요?, 닭이 어머니를 가장 속상하게 할 때는 언제에요?, 통닭가게 하시면서 어떨 때가 가장 좋으셨어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요? 저를 낳고 처음 안았을 때의 느낌은요?'. 그러면서 어머니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들이 가슴속에 냇물처럼 졸졸졸 흘러 들어왔다.

어머니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봄이고, 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말 할 수 없이 좋으셨단다. 닭을 튀기고 예쁘게 나오지 않았을 때 많이 속상하시다는 것과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에 90마리까지 통닭을 튀긴 것이 자신의 기네스북이라는 이야기도 새로웠다. '부모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엔 가슴 찡했다. "응, 부모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강이야, 부모의 사랑은 강줄기처럼 끝이 없거든."

연습 삼아 벌린 인터뷰는 초보 대학생기자의 가슴에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주었다. '아, 그동안 내가 어머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구나. 어머니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했는지 다 알고 계신데...가까이 있으면서 어머니께 너무 무관심했구나'하고 말이다. 자식 속만 들여다 봐주길 바랄 게 아니라,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그 속을 들여다 볼 줄 아는 마음을 키워야겠다고 깊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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