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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계룡산 기슭에 봄이 왔건만

2012.02.23(목) | 오명희 (이메일주소:omh1229@hanmail.net
               	omh12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전에 나는 우리 집 바로 옆인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에 위치한 꽃집을 찾았다. 지난번에도 어여쁜 꽃들의 모습을 나의 사진기에 담고자 그곳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내가 들고 간 카메라 충전기가 방전되어 그만 되돌아 왔던 것이다. 사전에 신중하게 나의 카메라를 점검하지 못한 내 자신을 스스로 무척이나 책망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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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집 아주머니가 동백꽃을 손질하고 있다.
그날 나의 남편을 앞세워 옆집에 들어서자 맨 먼저 꽃집 아주머니가 우리 내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안내된 온실 속 화원은 마치 새내기 여인네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듯 정겹기만 했다. 활짝 핀 동백꽃을 비롯해 툭 치면 금방 눈시울을 붉힐 것 같은 앙증맞은 꽃망울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곳은 찬 기온이 감도는 바깥 날씨라는 달리 봄기운이물씬 풍기는 딴 세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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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는 듯 고개 숙인 만병초 모습.
그러한 꽃집은 이십여 년 전 대전 근교에서 화원을 운영하다가 우리 마을로 이사를 왔다. 아주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 터전을 마련한 거라고 했다. 그런데 항상 꽃과 함께 해서인지 이제는 아주머니의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집 담을 사이에 두고 온갖 꽃식물을 가꾸는 지도 어느새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세월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늘 바쁜 일상에 얽매여 꽃구경을 할 엄두를 못 냈다. 날이 해동하면 언제나 온실 문을 열러놓는 마당가 쪽 꽃나무들을 담 너머로 이따금 감상 했을 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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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품을 내뿜고 있는 석곡.
그런데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이나 내게 그곳을 다녀올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춘기 소녀처럼 가슴 설레며 각양각색의 온실 속 꽃향기에 마음껏 취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슴에 품는 푸른 꿈을 이루기 위해 가슴앓이를 하듯, 그 꽃나무들 또한 잔뜩 부풀어 오른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그렇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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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철쭉이 마치 처마 밑 풍경 같다.
봄의 문턱에서 마주한 그 온실 속 광경은 그날 나의 시선을 한껏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한 폭의 거대한 풍경이었다. 마치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고개 숙인 만병 초와 기품 있는 석곡 단풍철쭉 등 그 밖에 이름 모를 야생화들은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는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그렇듯 각기 다른 봄 향기를 카메라에 가득 담고 집으로 향했다. 봄의 여신이 된 듯 나의 발걸음도 그렇게 가볍게 훨훨 날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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