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오후 1시경.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작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금산군청을 향해 출발할 때만 해도 가벼운 눈이었지만, 대전에 접어들 무렵에는 눈발이 짙어졌고, 금산에 가까워질수록 거대한 눈송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길이 미끄러워질 때쯤, 우측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량과 가벼운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오른쪽 백미러를 스치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상대방을 돌려보냈다. 차량을 다시 몰면서도 문득 이날 날씨와 마주한 작은 사건들이 앞으로 남길 흔적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금산군청에 도착하자, 온 세상이 눈에 덮여 있었다. 건물과 도로, 나무와 창문까지 하얀빛을 머금으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군청이라는 공간은 행정과 업무가 이루어지는 곳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차갑고도 고요한 겨울의 끝자락, 눈에 덮인 금산군청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시간의 흐름을 사진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공간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그곳을 지나온 사람들의 발걸음과 숨결이 스며들어 있다. 창가에 쌓인 눈송이,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그림자, 지나가는 차들의 흔적까지. 그날의 금산군청은 마치 흑백의 세계처럼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한껏 마음이 가벼워졌다. 풍성한 수확을 마친 농부처럼, 마음도 편안하고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3월 중순이 넘어선 시점에 맞이한 함박눈은 감성을 더욱 자극했고, 이번 촬영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되었다.










■ 전시 구성
1. 겹쳐진 시간 (Layers of Time)
설명: 군청 내부의 복도는 마치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듯했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기억이 층층이 쌓이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2. 멀어지는 도시 (Fading Cityscape)
설명: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눈에 가려져 흐릿하게 보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지만, 하얀 눈 속에서는 잠시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3. 차가운 경계 (Cold Divide)
설명: 내리는 눈이 유리창을 가로지르며 두 개의 세계를 나눈다. 바깥의 차가운 바람과 실내의 따뜻한 공기가 맞닿는 지점에서 새로운 감각이 탄생한다.
4. 틀 안의 풍경 (Framed Perspective)
설명: 창문을 통해 본 세상은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인도한다. 프레임 속에 갇힌 풍경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바깥과 안을 연결하는 다리 같은 존재다.
5. 뒤집힌 현실 (Inverted Reality)
설명: 눈 덮인 나무의 실루엣이 거꾸로 비친 모습. 실제와 반영된 세계가 어우러지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한다.
6. 흐려진 기억 (Blurred Memories)
설명: 가까이 찍힌 눈송이들은 마치 흐릿한 기억의 조각처럼 보인다. 사라지지만 흔적을 남기는 것들, 그것이 바로 시간이다.
7. 강인한 흔적 (Resilient Traces)
설명: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얼음 조각은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눈과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견디는 것들이 있다.
8. 단절과 연결 (Separation and Connection)
설명: 위와 아래가 나뉘어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공간이다. 차가운 겨울날, 우리는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연결된 존재들이다.
9. 거꾸로 본 세계 (Upside-Down World)
설명: 뒤집혀 보이는 나무는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이 언제든 다른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
10. 금산의 이름 (The Name of Geumsan)
설명: ‘금산’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표지판과 건물들.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이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상징적인 이름이다.
■ 작품과의 대화
이번 작업은 단순한 공간의 기록이 아니라, 계절과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공간과의 대화였다. 군청이라는 장소는 행정이 이루어지는 딱딱한 공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흔적과 시간이 겹쳐 있었다. 눈이 내리는 날, 이곳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보이고, 단순한 구조물도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창문을 가로지르는 빛과 그림자, 복도를 채운 정적, 그리고 도시를 덮어버린 눈까지. 이 모든 것이 시간이 만들어낸 조각들이었다. 이번 촬영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사진은 7번 강인한 흔적이었다. 물론 원본 촬영을 편집하며 변화를 주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요즘 보기 드문 고드름이었다. 마치 삼월의 춘설 속에서 시간을 붙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 신기하고도 감동적이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와중에도 고드름은 단단하게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흔들리는 순간에도 붙잡고 있어야 할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했다. 사진을 찍으며 나는 이 공간이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는 장소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이곳을 스쳐 지나가며, 누군가는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금산군청을 이루고 있었다. 눈은 결국 녹아 사라지겠지만, 그날의 흔적은 남아 있다.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의 다양한 얼굴을 포착하며, 나는 다시 한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금산군청에서 하루가 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를 바라며.
촬영날짜: 2025년 3월 18일
촬영장소: 금산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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