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지만 자주 가보지 않은 곳, 자주 가보진 않았지만, 옆집 같은 곳. 공주대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캠퍼스의 풍경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도, 때로는 처음 보는 이방인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굳게 닫힌 정문을 지나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피어난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마치 오래된 필름 속 한 장면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1948년, 공주대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설렘과 희망이 지금도 캠퍼스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긴 시간 동안 이곳은 수많은 젊은이의 꿈을 키워왔고, 그들의 발자취는 이제 보이지 않는 역사가 되어 캠퍼스의 한 부분이 되었다. 돌계단 하나, 오래된 벽돌 하나에도 그들의 이야기가 스며있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는 나무들과 마주하게 된다. 봄이면 벚꽃이 흩날리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드리우며,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린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이 공간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공주대학교의 일상은 때로는 선명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삶과도 같다. 늘 지나다니던 길도 어느 날 문득 다르게 보이고, 수없이 보았던 건물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공주대학교의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1. 시간의 흔적 Traces of Time

▲ 2. 특별한 날 A Special Day

▲ 3. 고독한 풍경 Solitary Landscape

▲ 4. 숫자의 편린 Numbers in Fragments

▲ 5. 흑과 백 Black and White

▲ 마음의 초점 Focus of the Heart

▲ 경계 Boundary

▲ 8. 겨울 수면 Winter Surface

▲ 9. 창밖 풍경 Window View

▲ 10. 정체성 Identity
■ 전시의 구성
1. "시간의 흔적" / "Traces of Time"
흐릿한 과거에서 점점 더 선명해지는 현재를 표현하였다. 1948년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건물의 일부를 프레임에 담았다. 오래된 필름 속 한 장면처럼 흑백으로 처리된 이미지는 시간의 켜를 한 겹 한 겹 드러내며, 공주대학교의 역사적 순간들을 상기시켰다.
2. "특별한 날" / "A Special Day"
영원히 잊지 못할 12월 3일, 그날은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아주 특별한 날로 역사 속에 남을 것이다. 캠퍼스 대자보에 붙은 12월 3일, 느낌도 다르고 날짜의 의미도 다르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촬영하였다. 강렬한 흑백의 대비 속에서 그날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3. "고독한 풍경" / "Solitary Landscape"
꽃이 아닌 것을 꽃으로 표현하였다. 흐린 하늘 아래 홀로 서 있는 가로등은 마치 한 송이 꽃처럼 고고하게 피어있었다. 구름 낀 배경과 어우러져 묘한 서정성을 자아내는 순간이었다.
4. "숫자의 편린" Numbers in Fragments
지나가는 순간을 멈추게 한 것, 벽에 새겨진 숫자의 일부를 순간 포착하였다. 시간, 날짜, 그리고 오래된 건물의 벽면에 새겨진 알 수 없는 숫자들. 이 숫자들이 가진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누군가는 달력의 한 페이지를, 또 다른 이는 시계의 숫자판을, 혹은 건물의 층수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붉은 원형과 흰색의 대비는 마치 시계의 일부를 연상시키며, 시간이라는 영원한 흐름 속 한 순간을 절취해 놓은 듯하다.
5. "흑과 백의 경계에서" Black and White Boundaries
녹색과 노란색의 대비로 표현된 이 작품은, 흑과 백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현실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마치 흑과 백처럼 선명하게 나뉜 두 영역은,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아픔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는 녹색과 노란색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것임을 암시한다. 서로 다른 색채가 만나는 경계선은 마치 우리 사회의 분열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흑과 백, 옳고 그름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6. "마음의 초점" Focus of the Heart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우리의 마음은 매 순간 다른 초점거리를 가진다. 어두운 복도를 촬영한 이 작품은 단순한 건축물의 기록을 넘어서, 우리 마음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선명도로 촬영된 두 장의 사진은, 하나의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다양한 시선을 대변한다. 앞쪽의 흐릿한 이미지는 불안과 혼란의 순간을, 뒤쪽의 선명한 이미지는 명확한 인식의 순간을 표현한다. 이는 마치 우리의 마음이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단단해지는 것과 같다. 복도 끝에서 비치는 빛은 희망을 상징하며, 우리의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더라도 언제나 나아갈 방향이 있다.
7. "경계" / "Boundary" 하얗고 회색이고 모양이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의 벽면을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색과 질감이 만나 만들어내는 경계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8. "겨울 수면" / "Winter Surface" 그냥 이렇게 보고 싶었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잠시 휴식을 취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눈이 내린 듯한 거친 텍스처는 평화로운 겨울의 정취를 전한다.
9. "창밖 풍경" / "Window View" 내가 보는 창밖 풍경은 이렇다. 곧 알록달록한 무지개 빛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흑백으로 처리된 창밖 풍경은 현재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 담긴 희망은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10. "정체성" / "Identity" 다양한 공주대학교의 모습에서 조속히 끝나고 안정을 찾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 학교의 이름들은 하나의 정체성 아래 모인 우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매 순간 새롭다. 같은 장소, 같은 피사체라도 내 마음의 렌즈가 어떤 각도로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는 공주대학교라는 공간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때로는 선명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보이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아간다. 마치 사진의 구도를 잡듯, 우리는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프레임에 담는다. 그리고 그 프레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공주대학교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관람객들에게도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공주대학교의 구성원들께 바치는 작은 헌사(獻詞)이다. 지난 세월 동안, 이 캠퍼스에서 꿈을 키우고 희망을 나누었던 모든 이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피어날 무궁한 이야기들을 기대해 본다. 렌즈에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가 공주대학교의 새로운 역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공주대학교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로 56
* 취재(방문)일 : 202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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