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여전히 옛날 생각에 갇혀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한국사회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혼례 혹은 결혼이라고 했던 의례도 사라져 가고 있다. 백일, 돌, 혼례, 관례, 회갑, 칠순 등의 모든 것이 옛날과 달라졌다. 곧 40대를 앞둔 1985년생 남성 절반,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1990년생 남자 10명 중에서 7명 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불과 50년 만에 획기적으로 바꾸어진 사회에서 좋은 선택은 무엇일까. 



서천의 이하복 고택은 서천에서 몇 곳이 남지 않은 옛날의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방문은 결혼과 옛날의 혼례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옛날 모습을 그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혼례를 하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마당을 빌리는데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혼례식(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결혼을 해서 하나로 합쳐졌음을 보여주며 살아갔던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것은 이혼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인연을 맺음을 생각했었다.  



집을 설계하다 보면 집의 구조를 잘 살피게 된다. 우리는 대부분 어떤 건설사가 만든 평형의 구조에 맞춰서 살지만 꼭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아파트를 좋아하는 것은 과거보다 조금 더 좋아진 공간 설계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집에서 건물들은 목적마다 다르게 만들어져 있었다.  마당이 있고 심어놓은 나무에서 과일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여름이나 가을에 초가집이나 고택은 고즈넉한 매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농기구들과 장작이 쌓여 있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감을 느꼈던 것이 옛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방안에 다른 것이 놓여 있어야 행복함을 느끼겠지만 말이다.  



서천에 자리한 고택에 머물렀던 이하복 선생은 나라를 살리는 길을 교육에서 찾았으며 교육으로 이끄는 길은 책과 전통문화에서 찾았다고 한다. 



충남 서천군은 이하복고택 전시관에서 오는 10월 31일까지 ‘혼례, 마당을 빌리다’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1950년~1990년대 혼례 사진을 통해 전통 혼례에서 신식혼례로 변하는 과도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하복 가문의 혼례 관련 사진과 문서, 혼례용품이 전시되며, 전통혼례복과 신식혼례복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모습 같지만 불과 50 여전의 모습이기도 하다  

서천군도 혼례 문화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서 예식을 하는 공간이 많이 바뀌었다. 기준도 바뀌었으며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서천군 내 28개 정도의 사진관 중에서 11개에서 예식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올해도 지인의 결혼식을 다녀왔지만 혼례식의 순서도 이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화촉점화를 양가어머니가 하고 주례를 하며 여러 절차가 많이 사라졌다. 필자도 1년 6개월 정도를 예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던 시대였다. 마치 형식화된 틀을 가지고 결혼을 상품생산하듯이 찍어내던 시대였다.  



1950~70년대 전통혼례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고 군민들의 참여 코너로 ‘나의 결혼 이야기’ 공모를 통해 혼례 사진과  혼례상과 함께 혼례복을 직접 입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청사초롱 만들기 등 관람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에도 참여해 볼 수가 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후부터 흰색 웨딩드레스가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흰색 웨딩드레스가 신부의 순결함을 나타낸다는 상징성이 더해졌다. 이제 결혼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 미래에 혼례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지 생각해 볼 시간이다.


서천 이하복고택
충남 서천군 기산면 신막로57번길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