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지 앞마당을 지키고 선 이 오층석탑은 좁고 낮은 1단의 기단(基壇) 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갖고 있다. 기단 각 면의 가운데와 모서리에 기둥돌이 끼어 있고 탑신부 각 층 몸돌에도 모서리마다 기둥이 서 있다. 처마의 네 귀퉁이에서 부드럽게 치켜든 얇고 넓은 지붕돌 또한 단아하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는 1500년의 세월이 담긴 균형과 정제의 미(美)를 가진 높이 8.3m의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이다.
단아한 정제미, 우아한 조형미, 그리고 고도의 균형미를 지닌 백제 석탑의 완성작으로 기존의 목탑이 가진 재료적,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1500여년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탑의 첫 번째 층 모서리 기둥에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는 뜻의 글귀가 새겨 있다.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함께 현존하는 딱 2기뿐인 백제 시대 석탑이다.
정림사지 5층석탑에서 완성된 백제의 석탑 조영 기술은 그후 불국사 석가탑, 통일 신라와 고려에 이어 일본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