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공세리 순교성지, 그리고 공세리 성당. 이곳은 1890년에 시작되어 130년 가량되는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곳으로 충청남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건물이 아름다워 많은 사진가가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이곳을 찾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는데 눈내린 다음날 이곳이 궁금해 찾아가 보았어요.
 


주차장에 주차 후 조금만 걸어가면 성당을 마주할 수 있고 왼쪽으로는 피정의 집, 사제관, 수녀원 건물이 있어요. 피정의 집은 신자들이 수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단체로 대관해 이용할 수 있으며 불교로 보자면 템플스테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밤 내린 눈은 많이 녹은 상태였고 조용히 성당을 둘러보았어요.



계단을 올라가면 성가정상을 마주합니다. 성가정은 아기예수와 그의 어머니인 마리아, 그리고 마리아의 남편이자 예수인 양부인 성 요셉으로 구성된 가정을 말하며 천주교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위쪽에는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상이 있습니다. 성모상 아래에 놓인 포인세티아 화분이 예수 탄생기념일인 크리스마스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주고 성당과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기도 해요. 성당 내부도 잠시 둘러보았는데 기도를 올리는 분들이 계셔서 사진은 남기지 않았지만 기도를 올리는 분들의 경건함이 느껴졌어요.



이곳은 순교자묘지에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공세리성당은 32위 순교자를 모시고 있는 성지이기도 합니다.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를 겪으며 수많은 순교자가 생겼고 그 중 아산 지역 출신의 순교자 32위를 모시고 있습니다. 



위쪽에는 박물관과 성물방건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박물관 앞에는 반짝이는 트리가 설치되어 있고 몇해 전에는 성당 앞쪽에 트리가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는 분들이 이곳을 많이 찾기도 했는데 그것이 기도를 올리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어서인지 현재는 이곳에 트리를 설치해 두었어요. 



박물관내부에서는 내포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한 초대 교회 교우촌의 생활모습과 공세리 본당 초대 신부였던 드비즈 신부의 이야기와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내부는 사진촬영이 불가하며 공세리성당에 대해 좀 더 알아가기 좋으니 꼭 한번씩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박물관을 나와 다시 본당쪽으로 가니 보호수와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곳에는 수령이 오래된 보호수가 몇그루 있어요. 사진에 보이는 이 나무는 느티나무로 400년이 훌쩍 넘었으며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 나무들도 깊은 역사가 있는데 아산만에 인접한 공세리성당이 자리한 이곳은 조선시대 충청도 일대에서 거두어들인 세곡을 저장하던 공세창고가 있던 곳이었어요. 당시 상ㆍ하역하는 사람들의 휴식처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나무를 심었는데 이후 창고가 없어지고 성당건물이 자리 잡으며 이 나무들도 위치를 조금 옮겨 심었고 아직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당 주변으로 십자가의 길이 있어요.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길로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지고 죽음에 이르러 무덤에 묻히기까지의 과정을 14처에 담아 놓은 길로 천천히 걸으며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다 넘어지시기도 하고 성모 마리아를 만나고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지고 기력이 다한 예수님이 몇 번을 넘어지며 골고다까지 이동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 제자들에 의해 무덤에 묻히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담겨져 있는데 신자가 아닌 분들은 이런 과정을 잘 알지 못하니 간단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당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는데 고양이 한마리가 와서 인사를 합니다. 귀를 보니 중성화가 되어 관리되고 있는 고양이 같았는데 사람을 어찌나 잘 따르는지 곁에 와 몸을 부비기도 하고 배웅을 해주는지 길 아래까지 따라 내려오기도 했어요. 조용했던 성당에서 잠시나마 이녀석과 온기를 나누었습니다.



성당을 내려가면서 본 마을의 모습이에요. 눈이 내린 마을은 조용했고 근처에 식당과 카페가 있으니 식사와 차를 즐기기도 좋아요. 저도 이곳에 오니 지난 추운 겨울날 성당 근처 식당에서 먹었던 새뱅이찌개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식사를 하고 온지라 다음을 기약하고 마을을 떠났어요.

흰 눈이 내리면 더 예뻐지는 아산 공세리성당, 최근 한파와 함께 충남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는데 우리모두 안전을 지키며 예쁜 풍경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공세리성당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