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순대국밥.

순대는 돼지 창자로 만드는 음식이기에 잡내를 잘 잡아주어야 하며 호불호가 가려지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속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종류도 다양해져 골라 먹는 재미가 있고 해장으로도 좋습니다. 특히 찬바람이 부는 날 먹는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은 추위도 잊게 해줍니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찬 바람이 불자 뜨거운 국밥 한그릇이 생각났고 오랜 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천안 병천순대거리에 다녀왔습니다. 



천안 병천순대거리에 가면 순대국밥집이 늘어서 있습니다. 
사실 순대국밥집이야 도심 곳곳에 있지만 순대하면 병천순대가 유명하기도하고 순대집이 늘어선 순대거리에서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고 부모님도 워낙 좋아하셔서 가끔씩 찾아가는 곳입니다.

길가 가로등에 천안병천순대거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태극기도 함께 걸려 있는데 이곳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 이유는 3ㆍ1독립만세운동 발생지이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들려드리겠습니다.

순대국밥을 먹으러 순대거리에 왔으니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갑니다.
순대국밥, 순대를 위주로 판매하고 있고 식당마다 메뉴는 비슷하며 기본반찬도 대부분 비슷하게 제공됩니다.
순대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소금, 간장, 새우젓을 내어주고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국밥에 넣어 먹을 고추나 양념도 곁들여 나옵니다.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테이블에 팔팔 끓는 순대국밥 한그릇이 놓여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순대국밥에는 순대와 머릿고기, 내장이 들어가는데 순대국밥을 주문할 때 내장은 빼고 순대만 넣어달라고 주문하면 순대만 넣어주시니 저처럼 다른 내장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순대국밥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 먹어보고는 순대맛도 봅니다.
뜨끈한 국물은 몸을 녹여주지만 급한 마음에 뚝배기에 있는 뜨거운 국물을 먹다가는 입천장이 데이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꼭 식혀서 드셔야 합니다. 

충청도 사람들은 순대를 소금이나 새우젓에 찍어 먹는데 아랫지방에 가서 순대를 주문하니 초장이 나와 놀란적이 있습니다. 처음 그 모습을 접했을 때 같은 음식을 지역마다 다르게 먹는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는데 이 방법 저 방법으로 먹어봐도 늘 먹던 입맛에 익숙해서인지 제 입맛에는 새우젓만큼 잘 어울리는게 없는 것 같습니다.



부추도 곁들이고 매운양념을 조금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먹으면 어느새 순대국밥 한그릇이 비워집니다. 
부모님도 입맛에 맞으셨는지 금새 국밥 한그릇을 비우셨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셨습니다.
부모님이 연세도 있고 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통 입맛이 없다며 힘들어 하셨던 분들이신데 오랜 만에 부모님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자주 모셔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병천순대거리 뒤쪽에는 3ㆍ1운동 90주년을 맞아 조성한 아우내독립만세운동 기념공원이 있어 식사 후 산책겸 잠시 둘러보기 좋습니다.

공원과 공원 앞 도로 일대는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을 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아우내 장터와 일제 헌병 주재소가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군중이 일본 헌병의 총에 맞아 순국했으며 공원 가운데에는 그날의 함성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유관순 열사의 모습과 함께 그날의 생생했던 현장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아우내 만세운동 발생지 기념비도 볼 수 있습니다. 
3ㆍ1독립운동 중 가장 큰 운동이 이곳에서 발생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며 3천여명의 군중이 모인 아우내장터에서 유관순열사는 군중 앞에서 비장한 모습으로 연설을 하고 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일본군은 군중을 향한 무차별 사격으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유관순 열사가 일본 헌병대에 체포되며 아우내장터의 시위가 끝을 맺었습니다.
 

공원 규모는 작지만 독립만세운동의 함성이 삼천리방방곡곡에 울려퍼졌음을 형상화한 조형물,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극기의 장엄한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 우리민족의 전형적인 특성과 포용성을 표현한 조형물 등 그날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조형물이 알차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공원에서 병천순대거리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병천시장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병천시장은 매월 1일, 6일에 5일장이 열리는데 제가 찾았던 날은 장날이 아니어서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장날에는 장터가 북적북적해지며 활기가 넘칩니다.

아우내독립만세기념공원과 병천시장은 병천순대거리에서 걸어서 5분 내외로 갈 수 있는 거리이니 추운 겨울 병천순대거리에서 따끈한 순대국밥도 한그릇 먹고 주변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아우내독립만세기념공원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장터1길 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