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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이 뭐래유? 트렌드는 뭔 뜻이래유?”

2023.08.07(월) 10:52:36 | 당진신문 (이메일주소:psychojys@daum.net
               	psychojys@daum.net)

약 36년간 호서고등학교, 11년째 해나루 시민학교 교사로 평생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홍선기 교사.

▲ 약 36년간 호서고등학교, 11년째 해나루 시민학교 교사로 평생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홍선기 교사.


시민학교 교사로 인생 제2막 해나루시민학교 홍선기 교사
신조어, 줄임말 등 노인들을 위한 단어노트 10년간 정리
책 ‘알고싶어요! 딩!동!댕 사전’으로 지난 7월 12일 발행
“3년만 하려 했는데 벌써 11년..수업, 아직도 재밌습니다”

홍선기 교사(77세)는 매일 신문과 TV뉴스를 시청하며 각종 단어들을 노트에 옮겨 담는다. 처음 듣는 단어, 익숙하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 새로운 뜻이 담긴 신조어 등 분야도 광범위하다.

노트 속에는 VR, 니트족, 그루밍, 뇌피셜, 답정너 등 젊은 세대가 아니라면 갸우뚱할 단어들과 경제, 사회 전문 용어들 등 다양한 낱말의 뜻과 해석이 빼곡하다.

이러한 단어 정리의 시작은 한 노인 학생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2013년 해나루 시민학교 수학교사로 봉사교육을 시작한 홍선기 교사는 수업을 마친 뒤 질문을 받았지만, 적막만 흘렀다. 이에 홍선기 교사는 ‘수학이 아닌 무엇이든 좋으니 질문해보라’고 다시 권유하자 학생들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선생님, 멘붕이 뭐래유?”, “BYC는 뭐래유?”, “트렌드가 무슨 뜻이래유?” 홍선기 교사는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지를.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오다

우강면 공포리 출신인 홍선기 교사는 고려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해 호서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약 36년 동안 호서고등학교에서 교사, 교감, 교장을 지냈고 교육자로서 명예롭게 퇴임했다.

지위와 역할에 연연하지 않은 홍선기 교사의 교육자로서 철학은 남달랐다. 특히 2003년에는 KBS 뉴스에도 출연했는데, 동료 교사들의 교감, 교장 부임을 위해 스스로 교장직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평교사로 돌아간 것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교장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평교사로 학생들과 대면 수업 한다는 것은 당시에도 놀라운 일이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염려하기도 했지만,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수업과 열정적인 지도로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고, 모두의 불신은 깨끗이 사라졌다. 

그리고 호서고등학교 퇴임 후 2013년에 해나루시민학교(교장 문선이)와 함께 교육자로서 제2막을 시작했다. 홍선기 교사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노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고.

홍선기 교사는 “지인이 시민학교 교사를 권유했는데, 해나루 시민학교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참 좋은 일을 하고 계셨다”며 “처음엔 3년만 하자고 했는데 중간에 그만두지 못해 벌써 11년째에 달한다. 수업하는 것이 아직도 재밌고, 가족들도 좋아하니 계속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시작된 노인 학생들의 신조어와 다양한 낱말 질문은 매우 다양했다. 그리고 ‘제가 모르면 공부해 올테니 무엇이든 질문하라’고 말한 홍선기 교사 역시 매일 펜을 단단히 잡았고, 타자기에 익숙하지 않아 직접 수기로 정리한 노트는 10년째 8권에 달한다.

올해 77세인 홍선기 교사가 10년 동안 적어온 단어들의 노트 중 일부. 이 소중한 내용들은 ‘앞고싶어요! 딩!동!댕 사전’으로 지난 12일 발행됐다.

▲ 올해 77세인 홍선기 교사가 10년 동안 적어온 단어들의 노트 중 일부. 이 소중한 내용들은 ‘앞고싶어요! 딩!동!댕 사전’으로 지난 12일 발행됐다.


그리고 한편에 잠들뻔한 홍선기 교사의 단어노트들은 책으로 발행돼 세상과 만났다. 홍선기 교사의 비밀노트를 알게 된 문선이 시민학교장은 교재 활용을 적극 추천하며, 출판을 추진했고 ‘알고싶어요! 딩!동!댕 사전’이란 이름으로 7월 12일 발행됐다.

문선이 해나루시민학교장은 “남들이 사용하니 덩달아 쓰는 단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우리 학생분들이나 선생님들도 그러하다”며 “그동안 학생분들이 질문하신 것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해나루시민학교만의 사전을 만들어주신 홍선기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드린다. 또한, 발행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해주신 ‘김향곤 지속가능 상생재단’ 이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노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홍선기 교사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아 망설이고 반대했다. 하지만, 몇 사람이라도 이 책을 찾아 몰랐던 낱말을 알고 희열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지금 제일 큰 걱정은 앞으로 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할텐데, 내용 추가보충을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라고 전했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홍선기 교사는 웃으며 답했다.

“뭐 특별할 게 있겠습니까. 호서고등학교에서도 그렇고 가르친다는 게 적성에 맞았어요. 배우지 못해 눈물이 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힘들게 살아온 그분들이 이제 살맛이 나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저 역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행복하니 지금까지 온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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