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문화·역사

사람을 길들이는 개, 쭈구리 (2)

소중애 문학관의 책들(31)

2023.06.05(월) 14:46:3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사람을길들이는개쭈구리2 1



앗쭈구리의 수염이 하얗게 세었다. 그리고 가끔 발작을 일으켰다. 병원에서는수술을 해야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어렵다고 했다. 나는 앗쭈구리에게 속삭였다. 

“앗쭈구리 괜찮아. 끝까지 내가 곁에 있을게. 끝까지 돌봐 줄게.”

나는 취미로 돌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을 인사동에서 전시 했다. 8월15일 휴일에 지인들이 전시관을 많이 찾아왔다. 함께 어울려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갔다.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앗쭈구리가 없었다. 덜컥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떨어졌다.

“앗쭈구리 어디 있니?”
찾아보니 책상 아래에서 잠을 자듯 죽어 있었다. 

“앗쭈구리, 왜 이렇게 빨리 갔어, 똥싸고 오줌싸고, 치매가 걸려 이상하게 굴어도 내가 잘 돌봐 줬을텐데 왜 이렇게 빨리 떠났어.”

날이 새기를 기다려 앗쭈구리를 싣고 작업실로 달려갔다. 울면서 울면서 텃밭 위 언덕을 파고 울면서울면서 앗쭈구리를 묻었다. 

“선생님 고생할까봐 앓지 않고 조용히 떠났네요.”
사람들은 말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늙어 꼬부러져서 정을 떼고 가지 그렇게 일찍 떠나다니 앗쭈구리 무덤 가를 돌면서 울었다. 

앗쭈구리를 보낸 일상은 우울하고 무력했다. TV에 강아지가 나오면 돌려 버렸다. 터미널로 가는 길가엔 팻샵이 많았는데 그 옆을 지나지 못해 빙 돌아다녔다. 

앗쭈구리에게 서운했던 일을 상기했다. 작업실 마당에서 풀을 뽑는데 뒤에서 다가오는 앗쭈구리 그림자가 보였다. 앗쭈구리는 내 옆에 오자 한쪽 다리를 올리고 오줌을 누려고 했다. 

“앗 마!”
소리를 치자 도망 갔는데 그 일을 생각했다. 앗쭈구리는 나를 제 소속 집사로 생각할 것일까? 이 서운한 일을 아무리 생각해도 앗쭈구리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랑보다 질긴 것이 그리움이다.’
2년이 지난 뒤 나는 ‘싫어!’ 라는 그림책을 출판하였다. 길 잃은 닥스훈트가 아이를 쫓아왔다. 아이는 울면서 닥스훈트를 쫓았지만 이 철없는 강아지는 긴 꼬리를 흔들며 집까지 따라왔다. 아이에게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똘똘이가 있었는데 그 빈자리에 닥스훈트가 들어왔다.

책이 나오고 며칠 후 나는 터미널을 가는데 팻샵 옆을 걷고 있었다. 

‘그래, 사랑은 햇볕 같은거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거야.’ 
‘싫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치유한 것이다.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도정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