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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 영암사의 수국과 마음챙김의 시간

2024.06.26(수) 09:39:28오르페우스(poet314@naver.com)


능소화, 배롱나무꽃과 함께 여름에 피는 수국은 색깔에 따라 꽃말도 다양한데요. 분홍색은 진실한 사랑과 희망, 보라색은 풍요와 만족, 흰색은 겸손과 순결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파란색 수국의 꽃말은 무엇일까요? 바로 냉정함과 무정입니다.


논산시 가야곡면에 위치한 영암사에는 파란 수국이 지천인데요. 분홍색이나 보라색, 흰색의 수국이 아니라 파란 수국을 심은 까닭이 무엇일까요? 영암사를 향해 오르는 동안 파란 수국의 꽃말을 불가의 화두처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답을 찾아보았는데요. 속세와의 인연을 끊기 위해서는 냉정함과 무정이 필요하는 의미가 아닐까요?


영암사로 가는 길목에 태봉산과 서풍바위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태봉산은 해발 300m에 불과하지만 왕실 자손의 태를 모신 곳으로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이며 용이 하늘로 오르는 형세인 비룡승천형의 형세를 가졌다고 합니다. 저는 잠시 음력 정월에 산신제를 지냈다는 서풍바위에 올라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초여름 태봉산 자락을 온통 파랗게 물들인 수국을 감상하며 영암사를 오르다 보니 파란 수국을 심은 까닭이 하나 더 생각났습니다. 지난겨울에 영암사를 찾았을 때 용왕신을 모신 용왕각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탑정호가 있어서 용왕신을 모시고 있지만 파란 수국을 심어놓으니 마치 용왕이 사는 바닷속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영암사 바로 앞까지 쉽게 갈 수 있지만 수국 구경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걸었습니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할 때쯤 영암사 경내를 알리는 바위 하나가 반겨주었는데요. "마땅히 행할 착한 일 힘써서 행하고, 마땅히 버릴 나쁜 일은 힘써서 빨리 버려라."라는 글귀가 불자는 아니지만 큰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영암사는 200년 전 누군가 기도하던 토굴에서 시작해 전면 3칸의 대웅전과 석등, 석탑이 자리 잡은 현대식 사찰입니다. 천년고찰이 주는 어떤 엄숙하고 신비로움을 느낄 수는 없지만 영험한 기도 도량이라고 합니다.


저녁 예불 시각이 되자 스님께서 대웅전에 들어가 문을 열고 승복을 갖춰 입습니다. 그리고 염불을 시작합니다. 저는 예불을 드리는 스님을 지켜보며 사진을 몇 장 촬영했는데요. 삼라만상을 일깨우고 중생을 위해 예불을 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암사를 처음 찾았을 때 불자가 아니어서 대웅전 안을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불자라면 당연히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하고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을 텐데요. 수국을 보러 왔다가 영암사 대웅전 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저녁 예불을 드리는 스님께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도시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웅전 주변에는 파란색 수국과 분홍색 수국이 어울려 피었는데요. 초입부터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인 수국에 눈 맞춤하다 보니 분홍색 수국이 시선을 끌지 못합니다. 일체유심조라고 석등에 쓰인 글귀처럼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대웅전과 용왕각 사이에 계단으로 난 등산로가 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산신각이 나오고 태봉산 정상에 닿을 수 있습니다.


저는 태봉산 정상까지 가지 않고 산신각까지만 올라보기로 했습니다. 수국을 피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수국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음하며 마음챙김이라는 불가의 수행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나 미래의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로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챙김은 불교는 물론 오래된 동양의 수행법입니다. 저도 템플스테이에서 경험한 후 일상에서도 마음챙김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요. "매사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는 글귀가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산신각을 보고 태봉산 정상까지 오르고 싶은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늦은 시각에 습도가 높아서 자칫 무리했다가 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태봉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영암사 아래 편백나무 숲 등산로를 걷는 것으로 달랬습니다. 2020년 도민참여예산 제안 공모사업에 당선되어 조성된 등산로에는 논산시 가야곡면의 주민들이 손수 가꾼 꽃과 나무, 쉼터 등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등산로에는 야지 매트가 깔려 있습니다. 미끄럼을 방지하고 토사 유출을 방지해 안전한 보행을 도와주는데요. 무엇보다 부식되어 토양으로 돌아가는 자연친화적인 소재라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야자 매트가 놓인 산길을 조금만 오르면 편백나무와 또 다른 종류의 수국, 그리고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가 있습니다. 바위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더위를 피할 수 있었는데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맘때 열리는 공주 유구색동수국정원 축제(2024.06.14~6.16)와 태안 팜카밀레 허브농원의 수국 페스티벌(2024.06.15~7.31)에 다녀오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요. 논산시 가야곡면 태봉산 자락을 찾아 수국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수국과 함께 걸으며 마음챙김의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영암사
충청남도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 산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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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 수정일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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