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산 정기어린 배움의 터전

신록이 짙어지고 각종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제 9회 졸업생들(이하 졸업생) 22명이 신당초등학교 체육관 모여 '효와 우정' 행사를 했습니다. 학창시절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자리엔 그네와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졸업생이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그네도 타고 미끄럼도 타고 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졸업생들은 2018년부터 해마다 가정의 달을 앞두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과 각 마을 경로당에 떡과 효도 선물을 전달해 왔는데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중단되었던 행사를 3년만에 다시 진행했습니다. 졸업생들은 사월 초에 서부면에 불어 닥친 화재로 실의에 빠진 고향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행사 비용을 절감했는데요. 동창회비 일부와 일부 회원들의 기부금, 행사비용을 모아 화재 의연금 일백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새벽부터 비와 안개를 뚫고 모인 동창생들은 궂은 날씨에도 비를 맞으며 부모님 댁과 경로당을 찾아 다녔는데요. 각각 두팀으로 나눠 어사리, 다구니, 새골에 사시는 부모님 댁과 남당리, 장깨, 내동에 사시는 부모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부모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떡과 세제도 전달하며 카네이션 브로치를 달아 드렸는데요. 평생 땅을 일구고 갯일을 하며 세상 풍파 속에서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낡아진 모습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부모님들은 굽은 허리를 잡고 뒤뚱거리시며 졸업생들을 반갑게 맞아 주시는데요. 아들,딸 친구들이 찾아 왔다고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건네 주시며 손을 잡아 주시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지병으로 인해 안타까운 모습의 부모님들이 계셔서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부모님들이 살아계실때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였는데요. 효도한다고 마련한 자리였지만 부모님들에게 큰 은혜를 돌려받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을 찾아다니고 인사를 드리며 순박하고 천진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소환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우리 부모님들 다음번에 뵐때까지 모두 건강하고 꽃길만 걷길 바랍니다. 한편 졸업생들은 모교의 발전을 위한 '학교발전기금'을 기탁하며 모교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효와 우정' 행사를 마치고 최근 홍성의 노을 명소로 핫플레이스가 된 남당리 노을 전망대를 찾았습니다.

전망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온 몸으로 바람을 맞고 서 봅니다. 마치 예측 불가능한 폭풍우 속에 서 있는 선장이 된 것만 같은데요. 먹구름을 몰아내고 지는 태양이 선사하는 장엄한 풍광을 바라보며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오늘 하루 비록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만은 보람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거센 폭풍우를 만나면 유능한 선장은 풍부한 경험과 노련함으로 폭풍우를 헤쳐 나간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부모라는 이름으로 헌신하며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살아오신 선장분들의 모습을 하나 둘 떠 올려 보았는데요. 시나브로 시간의 흐름 속에 그 모습을 닮아갈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다음 모임을 기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