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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 칭찬 릴레이-4] 50년 짝꿍의 곁에서 버팀목이 된 지모현 씨

“아프고 싶어서 아픈게 아니니까, 50년 짝꿍이잖아요"

2019.04.08(월) 13:54:34 | 당진신문 (이메일주소:psychojys@daum.net
               	psychojys@daum.net)

"같이 고생하고 그랬으니까...당연히 돌봐야죠”

당진신문칭찬릴레이450년짝꿍의곁에서버팀목이된지모현씨 1


남편의 병원 생활 4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그날부터 하루 종일 함께이다. 그녀의 일과는 밥을 짓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몸을 씻기고 닦인다. 밤이면 무의식적으로 소변 실수가 잦은 게 싫어 대여섯 번도 더 일어나는 남편을 따라 부인 지모현씨도 함께 눈을 뜬다.

“뇌출혈로 걸음도 불편하고 소변 실수할까 과일은 잘 안 먹어요. 거의 물이 없는 빵, 떡 위주로 드셔요. 그래도 식사는 잘 해서 다행이에요” 손님이 오셔도 집안 어디에도 과일이 없다며 지모현씨는 괜스레 미안해했다.

눈이 펄펄 오던 추운 겨울날 스물네 살의 지모현씨는 울먹이며 친정집을 나섰다. 남편 얼굴을 딱 1번 보고 시집보내졌다는 그녀는 이 집에서 웃음만큼 눈물도 많았다. 시외할머니를 16년 동안 모시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3-40년 동안 모시면서 시어른들의 마지막까지 모두 이 집에서 보내드렸다.

시어른들과 함께한 세월이 더 많아 남편 김인권씨와는 단둘이 산지는 얼만 안 된다는 지모현씨는 “어른들 계실 때는 맘 편히 화도 못 내고, 또 친정아버지, 어머니 욕보일까봐 속상해도 참고.. 그렇게 살다보니 할머니가 되어 버렸어요”라며 웃어 말했다.

시집와서보니 시누이 하나는 초등학교 2학년, 또 하나는 중학생이고 도련님은 군인이었다는 그녀는 막막했다고 한다. 그렇게 먹고 살기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아서 다니고 남의 농사를 대신 지어주기도 하며 두 부부는 의지해 갔다.

젊은 날 고생을 끝으로 어려운 날 다 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제 남편과 할머니, 할아버지로 편하게 살아보자 했는데 불쑥 병이 찾았다. 2017년 추석 전날 아침 남편 김인권씨는 그날따라 눈을 자꾸 비볐다.

“날짜도 안 까먹어요. 그날이 추석 전이었는데 아들네 집으로 가자고 하니까 글쎄 눈을 자꾸 비비면서 머리가 아프대요”

체한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지모현씨는 막내딸에게로 전화를 걸었고 이윽고 119가 집 앞에 도착했다.

“119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사위가 119가 더 빠르다고 불렀다고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뇌출혈이라고 더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응급환자라고 하는데 머리가 하얘지고 정신이 없어서... 딸이 ‘엄마’하는데 딸을 못 알아보고 ‘누구세요’라고 했어요 내가”

남편은 금방 돌아올 거라고 슬리퍼를 신고 나섰다며 그날을 떠올리는 지모현씨는 아직도 울컥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 다 전화를 넣어도 응급환자를 안 받는대요. 큰 병원으로 가야 된다는데... 시간은 가지, 애들이 인근 병원 다 전화하고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겨우 청주에 있는 병원이 환자를 받는다고 해서 가려는데 이번엔 또 앰뷸런스가 없다고 평택에서 빌려 왔어요”

남편 김인권씨는 3개월 동안 병원 입원치료를 받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워 재활병원에서 한 달을 또 보냈다. 자식들의 만류에 재활병원에 남편을 두고 집으로 온 지모현씨는 걱정되고 복잡한 마음으로 잠을 제대로 청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재활병원으로 향했다. 재활병원에서 장염에 걸린 남편을 데리고 그녀는 또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지모현씨의 간호로 이제는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걸음을 떼는 김인권 씨는 지난 날 고생한 부인에게 자신이 또 짐이 되어 미안한 마음을 “고생 많이 했슈” 한 마디로 밖에 표현 못하는 남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남편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아프고 싶어서 아프는 게 아니니까...”요즘은 얼굴도 많이 좋아졌다고 주변에서들 얘기한다고 웃었다.

“사실 50년 짝꿍이니까, 같이 고생하고 그랬으니까, 당연히 돌봐야하는 건 맞는데 신문에 나올 정도는 아니고... 아! 비닐하우스가 기저귀로 가득이니까 그게 더 신문에 나올 일이네요”라며 지모현씨와 김인권씨는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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