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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씨앗도서관을 아시나요?

<인터뷰>씨앗과 씨앗 이야기를 수집하는 홍동면 씨앗도서관 문수영 활동가

2016.07.28(목) 11:27:59 | 마실이 (이메일주소:hsmasiri@gmail.com
               	hsmasiri@gmail.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오후, 홍성 홍동면 씨앗 도서관에 찾아갔습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씨앗도서관은 마치 신기한 과학실 같습니다. 실험기구, 기계들, 책상과 봉투들… 기다리다보니 씨앗도서관 일꾼 문수영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원래 이곳이 갓골생태농업연구소라고 논생태조사도 하고 그런 곳이어서 그에 맞게 설계가 되었어요.”
 
씨앗도서관을아시나요 1

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씨앗도서관에도 즐거운 실험실 같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씨앗도서관은 2014년부터 씨앗마실 지역 씨앗과 그 씨앗 이야기를 수집하는 씨앗도서관의 겨울활동등 준비모임이 꾸려졌다가, 2015년 2월 28일에 정식 개관을 했습니다. 씨앗에 대한 고민은 벌써 5년도 전에 이야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종묘회사에서 파는 씨앗 보셨어요? 형광색으로 코팅이 되어있어요.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작은 씨앗이 더 잘 보이도록하고 벌레가 못 먹게 하려는 의도로 씨앗 자체에 코팅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코팅물질 안에 있는 살충제와 염색체 때문에 독성이 있어요. 지역에서 아이들과 텃밭 수업을 많이 하는데 씨앗 만진 손으로 눈을 만질 경우 심하면 실명까지도 될 수도 있다고 해요.”

홍성은 유기농업으로 알려진 고장이고, 유기농업을 지향하는 학교와 농부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이런 이유로 무엇보다 큰 힘인 씨앗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씨앗 뿌리는 일은 손으로 하는 섬세한 작업이고, 씨앗 받는 일은 특별하고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자본이 이익을 내기 위해 씨앗 받는 일을 생활로부터 분리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일회용 씨앗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F1종자나 터미네이터 종자를 예로 들 수 있지요. 가장 우수한 종자끼리 서로 교배해서 잡종을 만들어내고, 급작스럽게 생산수확량이 많게끔 유도한 거지요. 첫 해에 심으면 수확량도 좋고 훌륭한데 씨앗을 받아서 다음 해에 심었을 경우, 예를 들어 배추를 심었는데 갓■ 같이 생긴 배추가 나오는 식으로요. 터미네이터 종자의 경우에는 아예 씨앗이 안나와요. 열매를 맺고 꼬투리가 달려도 안에 씨앗이 없어요. 그러니까 농민들이 전혀 씨앗을 받지 못하게 되어가요.”
(■ 갓 : 서늘한 기운을 좋아하는 배추과의 채소. 김치를 담는 돌산갓과 김장의 양념으로 사용하는 얼청갓 등이 있음)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지역에서 씨앗을 자급·보급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한 기관이 필요한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지역에서 지켜나갈 씨앗이란 어떤 것일까요?
 
“토종의 개념은 사람마다 지역마다 달라서 저희는 그 단어 자체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물림 된 씨앗이라는 말을 저는 좋아해요. 손으로 받은 역사가 있는 씨앗. 그런데 그 말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서 자가 채종한 씨앗이라고 한 번 더 풀어 설명하고 있어요.”
 
씨앗도서관을아시나요 2

 
현재 우리나라에는 토종종자를 발굴하고 수집하는 전국단위의 단체도 있는데, 주로 도시를 기반으로 지원도 받고, 모임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단체에서는 몇백년 전부터 내려온 씨앗을 보유하고 있고, 그래서 홍성씨앗도서관에도 그런 종자를 찾으시는 분들이 종종 문의한다고.

“그런데 저희가 모으는 씨앗은 그런 토종보다도 홍성에서 오랫동안 대물림되면서 오랜 이야기를 지녀온 씨앗들이거든요. 토종종자 단체에서 받은 씨앗들도 일부 있긴 해요. 모습이나 이름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에 얽힌 이야기를 잘 모르니까 아무래도 할머니들께 직접 받은 씨앗이랑은 애정의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그런 씨앗도 중요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미 모으고 있는 단체들이 있으니까 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우리 지역에 맞게 힘써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다른 지역은 필요 없어, 라는게 아니라 우리 지역성을 지키고싶다는 생각이요.”

씨앗도서관의 1년 활동은 크게 동절기의 씨앗마실, 농사철의 채종포농사의 큰 두 축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겨울에 집집마다 다니며 씨앗을 받고, 그걸 1년동안 농사지어 증식하고 정착시키는 것이죠. 홍동면이라는 소재지를 잡고 그 안에서 아는 분들을 통해서 오랫동안 씨앗을 받아오신 분들을 소문해서 미리 연락드리고 찾아가는 일이 씨앗마실입니다.
 
“겨울철 하루에 두세집씩 다녔어요. 여덟번에서 열다섯번까지 가고요. 한 집에서 계속 씨앗을 가지고 나오셔서 총 열 개나 주시는 분도 계셨고요, 대체로는 두 개에서 다섯 개 정도 주세요. 또, 같은 품종이어도 주신 할머니가 다르면 다 받고 있어요. 역사가 다르고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씨앗들은 나중에 나눌 때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돼요. 머금은 이야기는 다른데 받는 분들께는 다 똑같이 (예를 들어) 메주콩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 대한 고민이 많죠.”
 
기본적인 씨앗들은 연말에 씨앗을 받아서 분류 작업을 거칩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2~3월에 농사가 들어가면 받은 씨앗을 심고 관찰하고, 씨앗 양에 따라서 나눔을 하거나 안한다고 합니다. 이 나눔의 활동이 나머지 두 축을 더 튼튼히 존재하게 하는 곁가지, 상시적인 활동입니다. 요즘 씨앗도서관의 고민은 이 나눔의 활동에 주로 있습니다.
 
“최근에 씨앗나눔이 활동성을 지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부터 주 5일을 근무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찾아오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안내와 활동이 필요하겠구나, 깨달았어요. 예를 들면 이번달은 OO씨앗을 심는 달입니다. 몇일에 어떻게 심는지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이나 벽보 형태로 나가는거죠. 또, 씨앗나눔 행사를 내녀쯤 해보고싶다는 생각도 해요. 겨울에 잘 준비해서 3월쯤에 씨앗도서관, 귀농하신 분이나 원주민,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나와서 장터 형식으로요. 씨앗도서관은 관리하고 정보 안내하는 역할도 하고요. 그래서 11월 쯤 되면 재배한 걸 다같이 들고나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럼 풍성해지지 않을까…”

씨앗도서관을아시나요 3

현재 씨앗도서관은 올해 처음으로 채종포모임을 꾸려서 수요일 오전 두시간 정도 함께 농사짓는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또, 채종 워크숍도 진행중이고요. 이런 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씨앗교육이라고 볼 수 있어서, 이 워크숍을 어떻게 확장·연장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고 합니다. 결국 씨앗 도서관의 일은 네트워킹이기 때문에 이 연결을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 보였습니다. 씨앗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일이 도서관의 기본 절차로 정립되어 있지만, 단지 물리적인 대여·반납의 차원은 아닌 것이죠.

“빌려주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이야기도 듣고 반납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정보도 알려주고, 그렇게 씨앗 네트워크를 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시는 분들이 원하는 정보나 지식을 넘어서서, 어떤 활동으로요. 예를 들면 채종포가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되어갔으면 좋겠고요, 언제든지 오셔서 어떤 씨앗이 있는지 모고 따가기도 하고요. 다 따가면 안되겠지만요, 하하하. 씨앗이 되기 전 열매를 같이 먹을 수도 있겠고요. 그렇게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이런 일들은 그야말로 실무이기도 하지만 참 상징적이고 문학적이기도 합니다. 씨앗 도서관에서 수집한 씨앗이 이야기나 사진 등 자료의 형태로 모이고 쌓여서 열람할 수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이런 상상이 무엇보다 활동하고 기록하고 정리하고 안내를 할… 실무자로부터 시작되겠지만요.

“미디어를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안내를 하는 방법도 염두에는 두고 있어요. 홈페이지상에서 어떤 씨앗이 있는지, 어디서 씨앗이 왔는지, 지도 위에 표시가 되어서 볼 수 있고, 사진이나 할머니 음성 등도 열람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 책으로도 만들어서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읽어야 그 씨앗의 의미가 있거든요. 종묘회사에서 파는 씨앗도 정보가 있어야 의미가 있잖아요. ‘열매가 정말 잘 달려요~, 장마를 잘 견뎌요~’ 이런 이야기가 있어야 사는 거잖아요. 저는 씨앗마실을 직접 다니고나서 그 씨앗을 심고 있으면 그 할머니랑 이야기가 생각이 나요. 사람들도 이야기를 알면 내가 할머니 씨앗을 빌려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테고 참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1~2년 더 다녀서 홍동면에 대한 이야기가 완료가 되면, 온라인이든 소책자든 어떤 형태로든 읽을 수 있게 하고, 또 다음에는 장곡면에서 그렇게 진행하고 싶어요.”

씨앗도서관을아시나요 4

생각만 해도 즐겁지만, 왠지 장기적인, 평생의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애정과 사명감이 없다면 이루어낼 수 없는 종류의 일이 되겠지요. 일꾼 혼자서 힘에 부치지는 않을까, 할 일들에 조급하지는 않을까?

“실무를 하면서는 마음이 조급하거든요. 하루에 닥친 일들을 빨리 끝내야지 또 미루면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씨앗도서관의 방향에 대해 생각을 할 때는 마음이 편해요. 긴 호흡으로 가야할 일들이기 때문에 조급함이 안생겨요. 언젠가는 사람들이 씨앗이 가진 힘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할머니들이 그렇게 길게 농사를 지으시고 씨앗을 몇십년 간 받아오신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농사라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오래 걸리는 일. 사명감에 대해서는, ‘씨앗을 지키는 것, 씨앗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것’. 그것을 계속 가져가는 화두가 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홍동에 있는 한 계속 이 일을 할거고, 만약 떠나게 되더라도 씨앗은 저의 화두가 될 것 같아요.”

[씨앗에 대한 마음을 지켜나가고]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뿌리를 내리고]

씨앗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있는 사람. 한 사람으로서의 문수영과 씨앗도서관으로서의 문수영, 그리고 참 일꾼으로서의 문수영. 이렇게 씨앗같은 사람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못다한 말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씨앗도서관이라는 게 있는지, 밝맑도서관 안에 있는건지, 있는 건 아는데 먼데 있는 건 아닌지...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씨앗도서관의 존재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씨앗이라는 것이, 꼭 씨앗도서관을 통해 나누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 개인이든 농가든, 농사를 짓는 한 단체에든 어떤 작은 영향이라도 미치고 ‘씨앗을 지켜나가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고 퍼진다면 좋겠어요. 열려있는 장소니까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고, 와주시고 물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잘 안내를 해드릴게요!”

* 이 글은 마을활력소가 발행하는 '마실통신'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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