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느티나무 품고 사는 600년 은행나무

이야기가 있는 충남의 나무⑬ 예산 대흥향교 은행나무

2014.06.18(수) 17:42:40 | 탈론 (이메일주소:malgmywoo@naver.com
               	malgmywoo@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서원과 향교에는 대부분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 정신을 이어받자는 의미에서 심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賜額)서원인 경상북도 영주의 소수서원 앞에도 500년 은행나무가 두 그루가 있고 조선시대 국립대학이었던 성균관에도 은행나무가 두 그루가 있으며 그중 한 그루는 천연기념물이다. 조선시대 고을마다 있던 향교(鄕校) 앞에도 예외 없이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교촌리에 있는 대흥향교에도 이야기를 간직한 은행나무가 있다. 1405년(태종 5)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된 대흥향교는 이 마을의 역사성을 보여준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大成殿), 명륜당, 동무, 서무, 삼문 등이 있다. 대성전은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72호로 지정되어 있다.

 

 

느티나무품고사는600년은행나무 1

▲ 홍살문 뒤쪽으로 대흥향교의 모습이 보인다.


이 대흥향교가 유명해진 것은 향교 앞에 있는 은행나무 덕택이다. 이 은행나무는 향교가 문을 열 당시에 심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교는 봉수산 자락이 예당저수지를 감도는 구릉지에 있는데, 원래 현 위치보다 약 50m 북쪽에 건립되었다. 1591년에 이곳으로 옮겨졌고 임진왜란 이후 여러 차례 보수가 있었다고 한다.

대흥향교의 전경. 향교앞에 있는 느티나무가 이채롭다.

▲ 대흥향교의 전경. 향교 앞에 있는 느티나무가 이채롭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흥향교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600여 년으로 수형이 웅장하고 높이는 40m, 가슴높이 둘레는 7m 가량 된다. 

나무 밑둥 가슴높이 둘레가 7m에 이르며 수형이 웅장하다.

▲ 나무 밑둥 가슴높이 둘레가 7m에 이르며 수형이 웅장하다.

 

대흥향교 은행나무의 우람한 모습

▲ 대흥향교 은행나무의 우람한 모습


이 나무가 주목을 끄는 것은 느티나무를 품고 사는 기이한 생육상태 때문이다. 지상에서 높이 3m 정도 위쪽, 원줄기의 가운데 부분에서 4개의 가지가 갈라지며 널찍한 평평한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수령 100여 년의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직경 30㎝ 정도의 느티나무가 은행나무에 기생해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고 마치 한 그루처럼 ‘한 지붕 두 가족’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주변에 있는 느티나무에서 씨가 바람에 날려 와 우연히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을 게다. 100여 년 함께 살아온 탓일까, 은행잎과 느티나무 잎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지상 4m위 가지 갈라진 곳에 느티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다. 가지 뒤쪽으로 느티나무가 보인다.

▲ 지상 4m 위 가지 갈라진 곳에 느티나무 한그 루가 자라고 있다. 가지 뒤쪽으로 느티나무가 보인다.

수피를 보면 은행나무와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 수피를 보면 은행나무와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은행나무 잎사귀 사이로 느티나무 잎사귀가 무성하다.

▲ 은행나무 잎 사이로 느티나무 잎사귀가 무성하다.


그러나 이 나무는 단순히 향교의 부속물로 존재하는 나무는 아니다. 약 300여 년 전부터 마을에서는 성황제를 지내 오는 등 마을의 수호목이 되었다. 매년 정월 초하루에 주민들은 은행나무 앞에 모여 ‘목신제’를 지내며 한 해 동안의 무사태평을 기원한다.
 
이 나무를 베면 마을에 재앙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일제 때 한 일본인이 나뭇가지를 잘라냈다가 1주일도 안 돼 죽었고, 장난삼아 나무에 못을 박은 젊은이도 원인모를 병에 시달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대흥향교 은행나무는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대상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앙적 대상으로써 보호를 받고 있는 나무이다.
 

멀리서 바라본 대흥향교 은행나무

▲ 멀리서 바라본 대흥향교 은행나무 
 

undefined

▲ 홍살문 바깥으로 대흥향교 은행나무가 보인다.
 

대흥면은 고려시대 이성만·이순 형제의 우애를 그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로 유명한 곳이다. 우애 좋은 두 형제는 봄·여름 함께 일해 가을에 풍년을 맞게 되는데, 형은 새살림을 꾸린 아우를 위해, 아우는 가족 수가 많은 형을 위해 서로가 서로의 집에 볏단을 가져다줬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흥면 사무소 앞에는 이들 형제의 동상이 서있고 조선 연산군 때 건립한 '효제비'도 있다.

 
유서 깊은 마을임을 증명하듯, 대흥 동헌(東軒)이 잘 보존되어 있고 동헌 앞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보호되고 있다. 또 이 마을은 2009년 국내에서 6번째로 슬로시티다. 이곳에서는 느림의 즐거움과 행복을 즐길 수 있다. 옛이야깃길, 느림길, 사랑길 등 3개 코스로 이뤄진 테마 걷는 길도 조성되어 있다. 이 테마길에서는 1,000년이 넘는 느티나무 ‘배맨나무’를 볼 수도 있다. ‘배맨나무’에 대해서는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유서깊은 마을임을 입증하듯 동헌이 잘 보존되어 있고 동헌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호받고 있다.

▲ 유서 깊은 마을임을 입증하듯 동헌이 잘 보존되어 있고 동헌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호받고 있다. 


마을 뒤쪽은 백제 최후의 저항지였던 임존산성을 품은 봉수산이 우뚝 솟아있고 앞쪽으로는 국내 최대의 저수지 ‘예당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주말 가족과 함께 대흥마을을 찾아 나무에 얽힌 옛이야기를 들으며, 유적지를 둘러보고 유유자적 테마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탈론님의 다른 기사 보기

[탈론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