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충남의 나무⑫ 논산 벌곡면 한삼천 느티나무
▲ 신독재 김집 선생의 일화가 담긴 한삼천 느티나무의 우람한 모습
▲ 나무 근처에 신독재 김집선생의 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 수령 400여 년에 가슴 높이 둘레가 5m에 이른다.
▲ 이 나무가 물에 떠내려가던 학동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학동은 틀림없이 스승이 나무를 보내 준 것이라 생각하고 학교 가는 길 입구에 이 나무를 심고 스승을 모시듯 정성스럽게 가꾸었다. 학동이 자라서 훌륭한 청년이 되었을 무렵, 어느 날 원님이 새로 부임해 왔다. 원님의 행렬이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멈추었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자” 황룡재의 험준한 길을 넘어오느라 땀이 흐르고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님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물 한사발을 들이켜려는 순간 나뭇잎 하나가 물사발에 떨어졌다.
성미가 급한 원님은 벌컥 화를 내면서, “이놈의 나무가 사람을 몰라보는구나. 베어 버리겠다” 하고는 칼을 뽑아 힘껏 내려쳤다. 그러나 웬일인지 나무는 상처 하나 나지 않고 칼만 두 동강이 났다. 재차 칼을 바꾸어 내려쳤지만 마찬가지였다. 화가 난 원은 군졸들에게 나무를 베라고 호령하였다.
이때 한 군졸이 “이 나무는 신독재 선생의 문하생이 심었으며, 유생들이 끔찍이 보살피고 있는 나무입니다.”라고 고했다. 그러자 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신비한 나무로다. 신독재 선생은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시다.”
원님은 김집 선생을 찾아가 인사하고, 정희당을 잘 보수해 주고 보살펴 주었다. 그 후 청년은 이 느티나무를 더욱 열심히 보살폈으며, 선생이 돌아가시자 아예 나무 근처로 이사하여 매월 정월 열나흘이면 스승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의 잎이 무성하면 물이 흔하고 그렇지 못하면 물이 귀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으며 지금도 나무 아래는 많은 오가는 이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현재 나무 이파리들은 회춘을 하는 듯 무성하게 푸르름을 자랑해 400여 년의 세월을 무상하게 하고 있다.
▲ 나무의 잎이 무성하면 물이 흔하고 그렇지 못하면 물이 귀하다고 마을 사람들은 점을 친다.
나무 아래에는 신독재 선생과는 별 관계없는 반공의열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대둔산에서 활동하고 있던 빨치산들을 소탕하기 위해 벌곡면 내 의용소방대가 토벌작전에 참가했는데, 31명이 전사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대전 지역의 한 신문사가 면사무소 내에 세웠다가 1979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 나무 아래에는 반공의열전적비가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