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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오일장날에만 튀겨요

오일장 뻥튀기 풍경

2014.01.28(화) 02:14:48 | 김기숙 (이메일주소:tosuk48@hanmail.net
               	tosuk48@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집에 하루가 멀다하게 찾아오시는 아주머니가 계시다. 농한기라 바쁘지 않으니까 오셔도 부담이 안 된다. 오실 때마다 무엇이고 빈손으로 안 오신다. 어제는 콩 튀긴 것을 가지고 와서 먹어 보란다.

“이 콩 어디서 튀겼어유”?
“장날이면 튀밥이 아저씨가 오시잖아 한번 가봐!”
하시면서 어디로 가라고 일러 주신다. 나는 서산 장날이면 그런 사람들이 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콩 튀긴 것은 남편이 좋아하고 나는 별루다. 그 아주머니 말씀에 의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가만히 생각하니까 외손자 생각이 났다. 다음 달이면 돌이다. 걸음마를 배우느라고 일어섰다 자빠지고 하루에 수도 없이 반복한다. 저 나름 대로 고생을 한다. 이빨도 두 개밖에 안 났다. 장구경도 할 겸 쌀을 튀겨다가 이빨 없는 외손자를 줄 요량으로 콩과 쌀을 가지고 아주머니가 가라는 곳으로 물어서 갔다.

임시방편으로 차에다 뻥튀기 기계 세 대를 놓고 튀기는 것이었다.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도루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되돌아가는 사람들한테 주인아저씨는 자기네 집으로 찾아오라고 명함을 준다. 집으로 찾아오면 천원 깎아서 튀겨준단다. 한 솥이면 깡통 하나가 들어가는데 이키로 정도가 된다. 가격은 오천 원이다.

지난 장날은 기계를 한 대 더 놓고 튀겼단다. 차례를 기다리는데 사람이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곡식보따리가 줄을 선다. 보따리 따라 사람들도 한 뼘씩 따라간다.

날이 따뜻하니까 다행이지 가리개도 없는 공터에서 기다린다는것은 곤욕이었다. 순번이 되면 깡통에다 담아놓는다. 늦게 온 사람이 모르고 보따리를 가운데 떡 하니 놓자 난리가 났다.

“뒤로가유, 뒤루가유, 여기가 워딘디 새치기를 한 대유 눈이 몇 개 인디 새치기를 해유, 엄마심부름으로 아가씨도 오고 총각도 오고 멋쟁이 아저씨 아줌마도 왔다. 나처럼 처음 왔다는 사람도 있고 옛날 생각하고 구경도 하러 왔단다.

참 진풍경이다. 처음 와서 모르니까 그렇지유. 나도 아침에 가서 아무 곳에나 놓았다가 순서대로 놓으라고 들었기 때문에 경험을 토대로 내가 받아쳤다. 껍질도 안 벗긴 옥수수를 가지고 와서 튀긴 아주머니도 있다. 껍질채 튀기는것이 아닌가보다. 

땅콩이며 떡국 말린 것, 모두 다 농사지은 곡식들이 골고루 모여서 기계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몸이 두 배가 되어서 돌아온다. 쌀이 튀겨 나오고 콩이 튀겨 나오면 누가 맛보라고 안 해도 서로가 한 알 내지 한주먹씩 맛보면서 평을 한다.

“아주머니 것은 잘 튀겨 졌는디, 내 것은 왜 이리 도루 오그라들었어유” 주인曰 콩을 이빨로 깨물어보고 너무 말라도 안 튀겨져요 하면서 콩에 물 걸레질을 하라고 일러준다.

이십 분마다 한 솥씩 튀겨 나온다. 속으로 나는 ‘우와 돈 참 많이 버네! 생각하고 있는데 주인은 뜬금없이 요새는요 한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번대요 한다. 일억을 벌면 삼천은 원가라고 하면서 나도 직장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한다. 아저씨도 많이 벌잖남유!

“아니유 겨울 한철 벌면 여름엔 놀어유” 한다. 그리고 덧 붙여서 오늘이 마지막 대목장이라 손님이 많지만 다음 장날부터는 손님이 몇 명 안 되어도 나를 찾는 단골 때문에 장날에 꼭 와야 해요. 한다.


 

오일장날에만튀겨요 1

발 디팀도 없어서 간신히 들어가서 순번을 기다리고

오일장날에만튀겨요 2

오몰조몰 보따리

오일장날에만튀겨요 3

보따리에서 깡통에다 옮겨 담기까지 두시간이 걸리고

오일장날에만튀겨요 4

쌀이 튀겨저서 긴 망에서 벗어나 보따리에 담고

오일장날에만튀겨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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