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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개과천선'의 계기가 됐던 만화 절취사건

2012.12.04(화) 21:10:18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의 출·퇴근길 대중교통에 오르면 만인의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십인십색에 걸맞게 누구는 카톡을 하고 있고, 통화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음악을 듣던가 만화를 보는 사람도 있지요.
 
예나 지금이나 만화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데 있어 그야말로 특효약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카툰과 웹툰이 대세인지라 여기에 흠뻑 빠져 지내는 네티즌들도 상당하지 싶더군요.
 
그러나 저는 그 시절의 ‘악몽’이 잔존하는 까닭에 만화는 여전히 안 보는 스타일입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의 일입니다. 당시 학급회장이었던 저는 선생님을 보좌하며 공부 안 하고 말썽만 부리는 급우를 공책에 적어 선생님께 고자질(?)하는 역할까지 했지요.
 
당시 공부는 꼴찌서 1등하는 녀석이 쉬는 시간엔 늘 그렇게 만화만 보는 녀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장의 프리미엄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며 “나도 좀 보여주라 .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한테 이를 껴!”라고 협박 겸 간청을 했지요.
 
그러나 녀석은 늘 치지도외였습니다. “돈 있으면 만화방 가서 빌려서 봐라 ~” 하지만 할머니와 아주 가난하게 단 둘이 살았던지라 돈이 있을 리 만무였지요. “그러지 말고 쫌~!!” 며칠을 그렇게 ‘읍소’하자 그예 녀석의 입이 떨어졌습니다.
 
“그렇게나 이 만화가 보고 싶냐?” “응!” “그럼 이따 수업 끝나고 갈 때 나 따라 와.” “......!” 녀석은 자신의 뒤를 따르는 제게 강조했습니다. “사실은 가방에 가득한 이 만화를 모두 만화방에서 훔친 겨. 만화방 주인이 노인인 데다가 약간 어리숙하거든.”
 
그 말에 처음엔 양심의 천사가 나타나 제 발목을 잡았지요. “저 녀석 따라가면 안 돼!” 하지만 결국 제 맘을 잡아끈 건 악마의 꼬드김이었습니다. “한 번인데 뭐 어때? 그러니 냉큼 따라 가.”
 
이윽고 들어선 허름한 만화방. 그 친구의 말마따나 주인은 노인이었는데 셈도 느리고 별도로 파는 군것질과 간식거리를 살피느라 몰래 만화를 훔쳐 가방에 넣는 친구를 전혀 모르시는 눈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에라, 모르겠다’며 두 눈 질끈 감고 친구 따라 강남, 아니 친구 따라 만화 절취 사건에 동참하였던 것입니다. 한데 가방이 맹꽁이만치로 두둑해져서 제게 눈짓을 하며 먼저 나간 그 친구의 뒤를 따라 일어서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만화방 주인의 고함소리가 기차화통 삶은 듯 하더군요. “너, 얼른 그 가방 활짝 열어 ?!” 저, 그날 비 오는 날 먼지 나듯 두들겨 맞고 그 친구의 집까지 끌려가 그 친구가 그동안에 훔쳐 보관해왔던 만화책들까지 모조리 찾아주는 혁혁한 공훈(?)까지를 세우고 나서야 비로소 겨우 풀려났습니다.
 
그때의 충격과 아픔이 너무나 컸던 나머지 저는 지금도 만화라면 이를 부득부득 가는 것이랍니다. 아무튼 그 덕분으로 ‘개과천선’의 착한 길만을 걸었으니 그때의 경험이 긍정적 부분으로 작용한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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