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2일 오전, 교통 신호등이 바람에 방향이 바뀌어 엉뚱한 곳에서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곳곳에 간판들도 위태롭게 매달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천안의 한 대학 교정에서는 잣나무 세그루가 뿌리째 뽑혀 곤파스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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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째 뽑힌 잣나무 세그루 |
오랜 세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굵은 나무들도 거센 바람에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내준 것인데, 곤파스의 위력이 아니었다면 절대 확인 할 수 없었던 장면이 눈에 띄었다. 잣나무 꼭대기에 열린 아직은 설익은 잣들이 청설모의 먹이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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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의 식량창고였던 것일까? 아직 설익은 잣이 한톨도 남지 않았다. |
청설모가 사는 곳에서는 잣나무, 호두나무 피해가 크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한톨도 남기지 않고 알맹이만 쏙 빼먹은 솜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한편으로는 아직 영글지도 않은 잣을 빼먹을 만큼 먹을 것이 부족하거나, 개체수가 늘어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조금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여하튼, 태풍이 휩쓸고 간 뒤 하늘은 제법 가을 하늘을 닮아 높고 푸른 빛을 띄고 결실의 계절을 재촉하는데 식량창고를 들킨 청설모에게 풍성한 가을이 올런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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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와 청설모가 파먹고 남은 잣송이 (청설모 사진은 자료사진임) |
더불어 곤파스의 피해로 얼룩진 농민들과 충남 도민들의 마음이 어서 치유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