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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가시연꽃, 서산 풍전저수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산시 등 5개 기관 2029년까지 복원 추진… 강릉·태안 사례가 보여준 것은 ‘심기보다 정착’

  • 위치
    충남 서산시 읍내동 40
  • 등록일자
    2026.09.15(화) 22:51:59
  • 담당자
    뽀글이 (vmfms0830@naver.com)
  • 15일 충남 서산 중앙호수공원에서 열린 ‘서산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 협약식’ 참석자들이 가시연꽃 등 희귀식물로 꾸며진 특화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 15일 충남 서산 중앙호수공원에서 열린 ‘서산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 협약식’ 참석자들이 가시연꽃 등 희귀식물로 꾸며진 특화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15일 오전 충남 서산 중앙호수공원에서 서산시와 금강유역환경청, 태안 천리포수목원, 현대트랜시스,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등 5개 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손을 잡은 이유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인 가시연꽃 때문이다.

     

    그러나 가시연꽃이 실제로 살아가게 될 곳은 협약식이 열린 중앙호수공원이 아니다. 복원 사업은 서산 인지면 풍전저수지를 중심으로 오는 2029년까지 추진된다.

     

    협약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인공적으로 증식한 가시연꽃을 몇 포기 심느냐가 아니라, 풍전저수지가 이 식물이 스스로 살아남고 다시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느냐가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큰 잎에 가시 빼곡한 수생식물, 왜 사라졌나


    협약식 참석자들이 중앙호수공원에 마련된 희귀식물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시연꽃을 비롯한 멸종위기·희귀식물이 소개됐다.

    ▲ 협약식 참석자들이 중앙호수공원에 마련된 희귀식물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시연꽃을 비롯한 멸종위기·희귀식물이 소개됐다.


    가시연꽃은 연못과 늪 등에 사는 한해살이 수생식물이다. 둥근 잎은 크게 자라 수면을 뒤덮고, 잎과 줄기 곳곳에는 이름 그대로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부터 특정야생동·식물로 법적 보호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으로 지정돼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수질오염과 다른 수생식물과의 경쟁 등을 개체 감소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5개 기관은 2029년까지 가시연꽃의 대체서식지 마련과 복원에 협력한다.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복원 자문과 인공증식, 식재, 이후 모니터링 등을 맡을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히 접하는 멸종위기종 보호 협약소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식물 복원은 옮겨 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손을 떼고도 개체군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라졌던 가시연꽃, 강릉에서는 다시 피었다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강원 강릉에 있다. 이번에 서산이 복원하려는 것과 같은 가시연꽃이다.

     

    강릉 가시연습지 일대는 1970년대 식량 증산을 위한 농경지 개간 과정에서 가시연꽃을 비롯한 습지 생태계가 훼손된 곳이다. 이후 2006년부터 약 7년간 경포호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진행됐고, 유수지와 야생생물 서식처 기능을 갖춘 습지가 되살아났다.

     

    현재 이곳에는 가시연꽃을 비롯해 각시수련, 조름나물과 수달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환경 당국은 가시연꽃이 사라진 뒤 반세기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곳을 생태복원의 대표적인 현장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강릉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가시연꽃 한 종만 심는다고 해서 복원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식물이 살아갈 물과 토양, 수심, 주변 생태환경까지 함께 회복돼야 결과가 이어질 수 있다.


     

    태안 대청부채 100개체, 몇 년 뒤 82%가 살아남았다

    서산과 가까운 태안에도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인 대청부채 복원 사업이다.

     

    국립공원공단은 2013년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한 무인도에서 대청부채 16개체가 자라는 자생지를 확인했다. 출입 통제와 서식지 관리 등을 거치면서 2019년에는 자생지 개체가 51개체까지 늘었다. 하지만 자생 면적이 좁고 다른 식물과의 경쟁으로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자생지 주변에 별도의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대청부채 약 100개체를 옮겨 심었다.

     

    국립공원공단이 2025년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복원한 대청부채의 생존율은 82%로 확인됐다. 공단은 그 결과를 토대로 자생지 주변에 다시 100개체를 추가 복원했다.

     

    ‘100개체를 심었다는 숫자보다 수년 뒤 82%가 살아 있었다는 숫자가 복원사업에서는 더 의미가 있는 셈이다. 이번 서산 가시연꽃 사업 역시 대체서식지를 조성한 뒤 실제 생존율과 개화·결실 여부, 자연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나는지까지 장기간 살펴봐야 한다.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된 미선나무가 남긴 숙제

    복원의 기준이 단순한 개체 수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고유식물인 미선나무는 과거 멸종위기 야생생물 급으로 관리됐지만, 개체수가 풍부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서 빠졌다.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은 부안과 진천 등 미선나무 복원지의 유전적 다양성도 조사했다. 그 결과 복원된 집단들이 지역별 유전적 고유성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조성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멸종위기 식물을 많이 증식해 한곳에 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건강한 개체군을 유지하려면 기존 자생집단의 특성과 유전적 다양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협약보다 중요한 것은 2029년 이후다

    번 협약에 따라 5개 기관은 2029년까지 가시연꽃의 대체서식지 마련과 복원에 협력한다.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복원 자문과 인공증식, 식재, 이후 모니터링 등을 맡을 예정이다.

    ▲ 번 협약에 따라 5개 기관은 2029년까지 가시연꽃의 대체서식지 마련과 복원에 협력한다.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복원 자문과 인공증식, 식재, 이후 모니터링 등을 맡을 예정이다.


    이번 사업에서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가시연꽃의 인공증식과 식재, 복원 자문, 모니터링을 맡는다. 서산시와 금강유역환경청, 현대트랜시스,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도 각 기관의 역할을 나눠 사업에 참여한다.

     

    최창호 천리포수목원 원장은 멸종위기 식물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증식과 함께 자연에서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서식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서산시 및 각계 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이미 사라졌던 가시연꽃이 다시 핀 강릉의 습지가 있고, 태안에서는 대체서식지에 옮겨진 대청부채가 수년 뒤 82%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미선나무처럼 복원된 집단의 유전적 건강성까지 평가하는 단계에 이른 사례도 있다.

     

    결국 서산의 가시연꽃 살리기도 협약서에 서명한 이날보다 몇 년 뒤가 더 중요하다. 2029년 풍전저수지에서 가시연꽃이 살아 있는지,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는지, 그리고 사람의 지속적인 식재 없이도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때가 돼야 이번 사업이 가시연꽃을 심은 사업이었는지, ‘가시연꽃을 되살린 사업이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서산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 협약식’ 참석자들이 중앙호수공원 희귀식물 특화정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산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 협약식’ 참석자들이 중앙호수공원 희귀식물 특화정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취재일: 2026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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