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길에 서서 곡교천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줄지어선 초록 잎 울창한 은행나무들 사이로 내리는 6월 햇살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아름드리 은행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 펴고 두 다리 쭉 펴고 앉아 사색에 젖은 사람, 도서 삼매경에 빠진 이들, 간단한 간식거리를 즐기는 기족, 킥보드 타고 싱싱 달리는 아이들까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더 이상의 조화로움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편해 보였다. 쉼과 생각 사이로 솔솔 불어오는 천변 바람이 들고나니, 가만히 앉아있어도 부족함 없이 안락한 오후였다.

▲ 은행나무 길 / 은행나무 길에서 바라본 곡교천
곡교천은 아산 염치읍 곡교리를 지나 인주면 대음리 삽교천에서 합류한다. 은행나무 길에 있다가 곡교천 변으로 내려서면, 6월 말 햇살이 이글거리며 뜨겁게 쏟아져 내린다. 어찌나 대단한 열기이던지, 둔치에 조성된 아름다운 꽃길을 걷고 싶던 생각까지 금세 쓱 걷어들이던 토요일 오후였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은 같은 공간 위로 드리우건만, 은행나무 산책길과 천변 둔치 꽃길은 이렇게 뜨거운 열기가 전혀 달랐다.

▲ 은행나무 길에서 곡교천 둔치로 내려서는 나무계단에서 바라본 풍경

▲ 금계화 무리

▲ 금계화와 개망초

▲ 만개한 수국
천변 둑길 아래 핀 보라색 수국꽃 무리, 천변 산책길 사이로 넓게 펼쳐진 노란 금계화 무리가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끌려 천변으로 내려서는 어른들은 아예 없을 만큼 햇볕이 뜨거웠다.

▲ 곡교천 둘레길
그러나 무더위에도 지칠 줄 모르고, 외발자전거와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의 빨갛게 익어가는 건강한 얼굴은 햇살보다 열정적으로 빛났고, 둔치에 핀 그 어떤 꽃보다 예쁘고 귀했다.

▲ 곡교천 둘레길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곡교천 맑은 물속으론 파란 하늘이 들어와 누워있었다. 거대한 하늘을 품은 곡교천의 넓은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초여름 바람은 많이 인색해 보였지만, 물속에선 바람의 형상을 담은 듯한 흰 구름이 저희들끼리 참방참방 움직이다 간질간질 웃고 만다.

▲ 곡교천 물길
널따란 곡교천 둔치에는 봄엔 유채꽃과 수국, 여름엔 금계화,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백일홍, 국화와 댑싸리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특히, 가을엔 노랗게 물든 황금빛 은행나무들이 끝없이 줄지어 서있는 곡교천 은행나무 길의 웅장한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곳이다. 계절마다 각기 아름다운 풍광이 모두 특별한 곳이니 걷기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된다.

▲ 은행나무 길 아래 둔치, 장관을 이룬 금계화 무리
은행나무 길은 1966년 현충사 성역화 사업 일환으로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총 2.12km 구간에 조성됐다. 1973년, 10여 년 생 은행나무를 심은 것이 현재 은행나무 길이다. 심은 지 50여 년이 지나, 수령 60년 이상 된 은행나무 350여 그루가 늘어서 있어 장관을 이루었고, 곡교천 변에는 180그루의 은행나무가 가로수 길을 이루고 있다. 4계절 각기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어, 현충사와 함께 둘러보아야 할 필수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곡교천이 위치한 아산은 우리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 출생지로 매년 '성웅 이순신 축제'가 펼쳐진다. '이순신 백의종군 길'은 1597년 4월 1일 의금부에서 출발해 아산·남원·구례 등을 거쳐 경남 합천의 도원 수진까지 약 640km를 걸은 행로로, 현재 출발지는 서울 종각역 1번 출구 부근이다. 아산 구간은 둔포 운선교에서 현충사로 이어지는 22.9km, 7시간 코스이다.
곡교천 물길 따라, 우리 민족의 역사도 굽이굽이 흘러와 오늘에 이르렀다.
'은행나무 길'은 가을이면 매년 유명세로 홍역을 치를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자칫 나들이 길이 고행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유서 깊은 노란 은행나무 길을 한 번이라도 거닐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매년 다시 찾곤 한다. 그리고 가을에 다녀간 사람들은 봄과 여름, 겨울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 사계절의 정취를 느끼고 돌아간다.
지금 같은 봄과 여름 사이엔 노란빛 대신 초록빛 은행나무 길이 긴 그림자를 그리며 반겨준다. 가슴이 탁 트일 만큼 널따란 둔치엔 노란 유채꽃 진 자리로, 더 진한 노란색 금계화가 지천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을처럼 크게 붐비지 않아 오히려 가족 나들이로 적극 추천할 만하다. 돗자리와 간단한 간식을 챙겨 오면, 가족들이 함께 즐기며 쉬어가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곡교천은행나무길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502-3
* 방문일시: 2026. 06. 27. 14:00~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