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사는이야기

충남넷 미디어 > 사람세상 > 사는이야기

서혈사지와 석굴사원인 구란사(龜卵寺)를 소개합니다!

2024.05.31(금) 12:34:28엥선생 깡언니(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시 원도심에는 '대통사지(大通寺址)'가 있습니다. 대통사지는 백제시대의 사찰로 추정되는 대통사가 있었던 절터입니다. 발굴과 연구가 거듭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대통사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대통사를 중심으로 4방위에 4개의 혈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발굴을 통해 북혈사를 제외하고 (추정) 남혈사와 동혈사, 그리고 서혈사는 혈사의 위치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태입니다.

공주서혈사지 석불좌상(公州西穴寺址 石佛坐像)
▲ 공주서혈사지 석불좌상(公州西穴寺址 石佛坐像)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서혈사지에서 나온 여래좌상(如來坐▲ 서혈사지에서 나온 여래좌상(如來坐像)과 비로자나불좌상

1~2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문화재에 관심 있는 지인 한 분이 서혈사지의 위치를 물어온 일이 있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에 서혈사지와 관련된 문화재가 전시 중인 데다 인근 지역을 지나다 보면 서혈사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잘 띄기에 위치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공주서혈사지가 있는 웅진동 시어골 입구 전경
▲ 충남통일관 인근에 서혈사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서혈사지 표지판은 충남통일관 근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언제 누구한테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표지판을 따라가면 서혈사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말이 기억나서 똑같은 답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표지판이 가리키는 골목으로 아무리 들어가도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엔 서혈사지 찾기를 포기해야 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민망하고 죄송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한동안 서혈사지 건은 잊고 있었는데, 지난 5월 초 인근 지역을 지나다가 문득 표지판이 버젓이 있는 서혈사지를 왜 찾지 못하는지 의아해서 직접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공주시 웅진동 시어골에 있는 '숏골저수지'
▲ 공주시 웅진동 시어골에 있는 '숏골저수지'

충남통일관 옆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마을은 공주시 웅진동 시어골입니다. 쇼골, 숏골 혹은 금곡(金谷)으로 불리는 동네입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금강으로 이어지는 개울물이 흐릅니다. 그 개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농업용수로 쓰이는 '숏골저수지'가 나타납니다. 저수지가 있는 동네인 만큼 근동에는 농사짓는 가구가 꽤 있습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쌈지주차장과 체육시설이 조성된 공간이 나타납니다. 그곳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면 서혈사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서혈사지를 검색하면 지도에 나타나는 시어골2길입니다. 하지만 표지판만 믿고 시어골2길로 들어서면 사유지에 막혀 길을 헤매게 됩니다. 전에는 땅 주인께서 사도를 개방해 놓으셨는데, 기물을 훼손하고 임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통행에 제한을 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정까지 지도에 나타나지 않으니, 서혈사지를 찾으러 왔다가 헛걸음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구란사로 가는 길
▲ 서혈사지와 동굴법당 구란사(龜卵寺) 가는 길

쌈지주차장에서 개울물이 안 보이는 지점에 다다르면 기계음이 시끄럽게 들리는 공장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다시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다시 개울이 보입니다. 개울물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서혈사지 동굴법당 구란사'를 알리는 문구가 보입니다.

작년 여름 수해를 크게 입어서 임도를 정비하고, 얼마 전에 유실됐던 표지석을 다시 세우면서 그나마 서혈사로 가는 통행로 찾기가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구란사를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 구란사를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임도를 따라 100여 m 오르면 구란사를 알리는 표지석이 나타납니다. '대성불교 조계종 구란사'라고 적힌 표지석 오른편으로는 지난여름 수해로 유실된 임도를 정비하면서 임시로 길을 낸 통행로가 보입니다. 이 길이 새로 생기면서 지도를 믿고 서혈사지를 찾는 분들이 더욱 헷갈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이 임시로 만든 통행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서혈사지와 구란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임시 통행로 한쪽에서 고사리를 캐고 계시던 구란사의 무량스님을 뵈었기 때문입니다. 11년째 동굴법당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계시다는 무량스님께서는 서혈사지와 구란사 찾는 길을 소상히 일러 주셨고, 스님이 비워 두신 구란사를 둘러보아도 좋다는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흔쾌히 사진 촬영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구란사 경내 풍경
▲ 구란사 경내 풍경

포대화상이 계신 곳에서 서혈사지 입구가 보인다.
▲ 포대화상이 계신 곳에서 서혈사지 입구가 보인다.

구란사 표지석이 서 있는 곳에서 산길을 따라 오르면 길 양옆으로 석등이 놓여 있고,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는 포대화상 불상을 모신 공간이 나타납니다.

이날 포대화상 불상 근처에서 아기 다람쥐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만남이었습니다. 조짐이 좋다 싶었습니다.

서혈사지 입구▲ 서혈사지 입구

아기 다람쥐를 만난 곳에서 조금 더 위쪽으로 오르니 전등이 걸린 소나무 한 그루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무량스님께서 말씀하신 소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서혈사지
▲ 서혈사지 1

소나무가 서 있던 곳에서 터널 같은 숲길을 통과하니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멀리에 세워진 표지석과 안내판도 얼핏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렵사리 찾은 서혈사지는 잡풀로 뒤덮였을 줄 알았는데, 말끔히 정돈돼 있었습니다. 나중에 무량스님을 통해 들으니, 제가 방문하기 전날 충남도청에서 서혈사지 일대에 자란 풀들을 깎았다고 하더라고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춘 덕에 큰 불편 없이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서혈사지 안내문
▲ 서혈사지 안내문과 표지석

먼저 충청남도지정문화재 기념물로 지정된 서혈사지에 관한 안내문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곳은 백제시대에 세워진 후 통일신라시대 이후까지 있었던 서혈사터로 추정되는 곳이며, 세 차례의 발굴 조사 결과 남쪽으로부터 탑, 금당, 강당이 일직선으로 세워졌던 일탑식(一塔式) 사찰 구조를 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서혈사지 전경
▲ 서혈사지 2

서혈사지 3
▲ 서혈사지 3

그리고 석탑의 일부분과 백제, 통일신라, 고려시대의 기와들이 발견되었으며, 그중에서 '서혈사(西穴寺)'라 적힌 기와도 출토되었다고 합니다. 

서혈사지를 둘러보고 나서는 북쪽에 있다는 석굴사원 즉 현재의 구란사를 찾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 봤습니다.

구란사(귀
▲ 구란사(龜卵寺)

구란사 대웅전 내부
▲ 구란사 대웅전 내부

몇 m 오르지 않아 암벽 밑에 법당을 지은 구란사가 나타났습니다. 산 밑에서 무량스님께 허락을 구한 터라 경내 곳곳을 둘러보고, 문이 잠겨 있지 않은 대웅전도 살짝 들여다보았습니다. 상상할 수조차 없던 경이로운 광경에 잠시 온 몸이 굳는 듯했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에 소장 중인 서혈사지 석불좌상들을 처음 발견한 현장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올봄 서혈사지를 못 찾겠다는 주변 사람들을 대신해서 여러 차례 공주시 웅진동 시어골을 돌아봤습니다. 지도에 나타난 길을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서혈사지를 힘들게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구란사와 무량스님을 만나는 인연도 닿았습니다.

사도(私道)를 지나야만 찾아갈 수 있었던 서혈사지와 구란사를 돌아보고 나니, 다음에는 약도나 수치화된 거리를 보완한 스마트한 이정표를 만나는 행운도 닿았으면 합니다.


공주 서혈사지
충남 공주시 웅진동 207-3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