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단체 관광버스에서 한 무더기 관광객이 내려와 바다를 훑습니다.
물이 빠져 바닥을 훤히 드러내는 모래톱 길을 지나면 바다 곁에 작은 암자 하나가 나옵니다.

이곳은 볼 간, 달 월. 즉 달빛을 본다는 뜻을 지닌 간월도에 자리한 암자라고 해서 이름도 간월암입니다.
간조엔 육지가 되고 만조엔 섬이 되는 독특한 지형에 세워진 암자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죠.

간월암은 입장료가 없습니다.
도로를 달리다 조그마한 언덕만 오르면 넓은 주차장이 나옵니다.
간월암 임시 주차장은 간월암 관람객을 위해 마련된 임시 주차장으로 일출 후부터 일몰 시까지만 개방되는 곳이죠.



하지만 저는 초보 운전자라 많은 차들과 뒤엉키고 싶지 않아 훨씬 더 한적하고
넓은 공영주차장(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679-1)에 차를 두었는데요.
공영주차장에서 간월암까지는 도보로 8분 거리입니다.

간월암 인근에 도착하니 저 멀리에서도 눈길을 끄는 기념탑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어리굴젓 조형물이 탑 위에 달려 있습니다.
어리굴젓은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의 향토 음식으로 간한 굴에
고춧가루를 섞어 삭혀 담근 굴젓입니다.

육질이 단단하고 굴 특유의 바다 냄새가 풍부한 어리굴젓.
과거 무학대사가 태조에게 간월도에서 난 어리굴젓을
진상할 정도로 간월도에선 유명한 향토음식이죠.





어리굴젓 기념탑을 지나면 바다로 향해 쭉 뻗어 있는 스카이워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 스카이워크가 생겼네?"

이 스카이워크는 탐방로 113m로 그리 길지 않지만,
두 개의 갈래길로 나뉘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리 보이는 재밌는 전망대입니다.
스카이워크 아래에는 찰랑이는 바닷물을 기대했지만,
간월암으로 향할 수 있는 시간에는 간월도 스카이워크 아래에도 물이 차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스카이워크 한편에는 나무데크로, 그 옆에는 구멍이 뻥뻥 뚫려 원하는 대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괜히 다리 아래를 바라보고 싶어 구멍이 뻥뻥 뚫린 철제 길을 걸었습니다.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지만,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들죠.





스카이워크에서 빠져나와 간월암으로 향합니다.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는 암자라니!
그렇다면 물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암자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간월암 한편에 배가 보입니다. 물이 들어왔을 땐 저 배를 타고 이곳으로 올 수 있나 봅니다.
간월암을 조선 초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지은 사찰입니다.



무학대사는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로
무학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하여 나옹스님이 지어준 법명이라고 하죠.
바다 위 사찰이지만, 옹기종기 없는 게 없습니다.



대웅전 앞에는 무학대사 지팡이라는 수령 250년 넘는다는 사철 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풍을 견디며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나무가 참 대견하고 신기합니다.



간월암에 서서 주변을 바라보면 온통 바다입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도, 앞으로 고개를 돌려도 바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때도 바닥이 흥건하죠.
물이 가득한 사찰이라고 해도 좋은 곳입니다.
간월암을 서해안에 자리한 암자답게
노을 질 무렵에 오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이제 발길을 돌릴 시간, 서해안 가볼만한곳을 찾는 분이라면 여기 어떤가요?
바다를 더 가까운 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곳이죠.


간월암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1길 1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