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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제작] 김홍신 신작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2024.01.24(수) 16:10:51놀뫼신문(art7art@naver.com)



병석에 누운 한 남자가 죽어간다. 자인은 외삼촌의 부름으로 친아버지 한서진의 임종을 지킨다. 처자식을 버리고 전과자가 되어 왕래조차 하지 않았던 남자. 이후 자인은 아버지 서진의 유고를 손에 넣고 증발하듯 사라졌던 그의 사연을 깨닫는다.
1971년, 학도군사훈련단 출신 대한민국 국군 소위 한서진은 사살된 북한 장교의 시체에 십자가를 꽂아주고 명복을 빌어준 죄로 ‘적인종(赤人種, 빨간색 인간)’으로 매도된다. 신앙심과 인류애에 기반한 순수한 기도였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질 리 없는 시대였다. 서진은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위반한 죄로 5년 형을 선고받는다.
‘남한산성’이라 불리는 육군형무소 감금된 서진은 같은 방에 수감된 김 대위와 박 중위에게서 심한 폭행을 당한다. 악몽과도 같은 감옥에서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바깥세상에 두고 온 아내 지향과 딸 자인을 향한 그리움, 오랜 친구이자 처남인 재필의 무한한 지지 덕분이었다.
어느 날, 서진은 면회 자리에서 평소와 달리 제 시선을 피하는 지향과 암담해하는 재필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날부로 서진은 뼈가 뒤틀리고 몸뚱이가 갈가리 찢겨나가는 듯한 증오와 원망 속에서 오직 복수할 일념으로 출옥을 꿈꾸는데…….

[회제작] 김홍신 신작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사진



불신과 분열의 시대에 던지는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로 그동안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 온 소설가 김홍신의 신작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가 해냄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바람으로 그린 그림』이후 6년 만에 발표되는 이 작품은 냉혹한 1970년대를 거쳐온 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렸다.
작가는 치열한 역사적·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던 대작들에 이어, 장편소설 『단 한 번의 사랑』『바람으로 그린 그림』을 통해 순정한 사랑의 서사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인간사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일은 작가에게 여전히 중요하고 유효한 과제로 남았고, 6년간의 깊은 성찰 끝에 얻어낸 해답을 신작 『죽어나간 시간 위한 애도』에 여실히 녹여내었다.
 
시대의 비극 속에 스러져간 모든 이름들의 연대기

작품은 비록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권력을 통해 개인 혹은 집단을 낙인찍고 다시 이를 복수로 되갚는 폭력적인 모습은 오늘날에도 벌어지는 일이다.
적군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하던 인류애는 고문을 거치며 실종되고, 분노와 좌절로 무모한 범행조차 서슴지 않던 주인공이 용서라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킬 뿐 이는 결국 뜨거운 용서로밖에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문학에 바친 영원한 글쟁이 김홍신의 노련한 필력이 신작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에도 고스란히 녹아났다. 액자 형식과 시점의 변화를 통해 극의 입체감을 더했고,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고문 과정 등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독자의 몰입을 강화한다. 긴장감 넘치는 한 편의 소설이 마침내 애도문으로 글의 장르가 확장되고, 그 찬란하도록 슬픈 변곡점에서 삶과 죽음의 경외감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오랜 성찰

주인공 한서진은 제 삶을 깊은 수렁에 빠뜨린 두 남녀에 대한 증오심마저도 모두 거두어 버린다. 그의 초월적인 삶의 자세와 적을 끌어안는 포용력은 차세대를 대변하는 그의 딸 자인에게 대물림된다. 오랜 시간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의 사연을 깨달은 자인이 출생의 아픔을 넘어 그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함으로써 비로소 과거와 현재의 화해를 이루어낸다.
그런 점에서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는 전작들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간 휴머니즘 소설이다. 세상의 시련과 고난 속에도 변치 않는 인간의 조건은 이토록 숭고하고 성숙한 ‘사랑과 용서’의 힘임을 독자들에게 다시금 일깨운다.
2023년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 문민정부 출범 30년을 맞이한 해로,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과거를 되돌아보며 평화와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욱 첨예한 분열과 대립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문학은 물론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동시대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어온 소설가 김홍신이 큰 어른이자 노장 소설가로서 우리에게 던지는 절실한 화해의 가치가 더욱 울림 있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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