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출간기념 북토크
2023.10.13(금) 18:13:17놀뫼신문(art7art@naver.com)
이 시대 절실한 화두, 용서와 화해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10월 12일, 김홍신문학관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김홍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를 펴놓고 진행하였다. 100명 정원인 세미나실에, 138번째 작품을 응원이라도 하듯 그 이상의 독자들이 운집했다.
백성현 논산시장의 짧은 인사말 직후 시작된 북토크는, 이 책을 펴낸 해냄출판사 이혜진 주간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신간이라 하기에 이 소설은 참으로 많이 묵었다. 작가가 젊은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쓰고 싶었으나, 시대 상황상 반세기가 지난 노년 시점에서 펴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ROTC 출신 김 작가가 1971년 육군 소위로 근무하던 중 사살된 적의 시신에 십자가를 꽂아주고 기도를 했다. 당시 그는 보안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에서 주인공 한서진은 북한 장교의 시신에 십자가를 꽂고 명복을 빌어준 죄로 빨갱이로 몰린다. 모질게 고문당하고 수감되자 복수만을 꿈꾸게 된다. 작가는 이 책 제목을 처음에는『적인종』으로 정하였다. 백인종, 황인종... 빨갱이니까 적인종(赤人種)으로. 그러다가 심경의 변화가 일었다. 지난 9월,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애도’라는 말을 꼭 넣고 싶어졌다. “우리에겐 애도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이태원 참사 때도 가서 기도를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렸어야 했죠. 그때 우리 민족은 남의 아픔을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민족이구나 이걸 느꼈어요.” 그래서 책 표지가 포스트잇 그림이다. 추모 장소, 애도의 글을 써서 붙인 장면이 연상되게끔.
이 소설의 두 번째 화두는 용서다.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수녀의 입을 통해 나온 이 말은 이 소설을 관통한다. 진행자가 “갈등이 첨예한 이 시대에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 김 작가의 답은 짧았다. “내가 하는 용서는 쉽고 간단합니다. 용서를 하지 못하는 동안 내가 그 사람의 노예가 되어 버리잖아요? 분한 마음에 소화도 잘 안 되고 잠도 못 이루고… 탁 털어 버려야만 비로소 자유인이 되지요. 그래서 저는 다 용서를 해요.”
작가 본인이 타인에게 용서를 구한 사례를 묻는 질문에, 김 작가는 두 가지 고백을 했다. 선배 최인호 작가가 잘나갈 때 질투심에서 소위 뒷담화를 하곤 했단다. “어느 날 동급 작가가 되어 심사위원석에 함께 앉게 되었죠. 그때 몹시 부끄럽더라구요. 해서 내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더니만 최 선배가 ‘당신처럼 용서를 구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면서 와락 끌어안더군요. 그때부터 우리는 형제가 되었답니다.”
또 하나는 가족 사례이다. 투병 중인 부인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기에 일순 “저렇게 힘들게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이 끔찍한 생각에 스스로 소스라쳐서 아내에게 고백을 했더니 용서까지 해주어서, 현재는 마음에 짐이 없다는 슬픈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이렇게 인생을 살아온 덕인지, 이날 북콘서트장에는 김 작가 지인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다. 진행 도중 ‘시월이면 헬리콥터 대절할 정도로 바쁘다’는 가수 이용이 깜짝 등장하였다. 김 작가로부터 예전에 받은 은혜를 갚고자 들렀다며, <잊혀진 계절>과 함께 김 작가에게 가사를 자문받은 노래 <자유여>를 생음악으로 처음 선보여 북토크 주제에도 조응하였다.
“적인종 논쟁이 다시금 심해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을 만났어요. 단숨에 읽었습니다. 눈을 뗄 수 없게 몰입감을 주는 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어선가 봐요. 세계적인 인권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의 영문판도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를 선도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될 거 같아서요.” 북적대는 북토크 현장에서 함께한 오준근 교수(경희대)의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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