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의 서울말은 ‘뚱딴지’다. 전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돼지감자라 불렀는데 서울에서만 뚱딴지라 불렀다. 그래서 해방 이후 오랫동안 사투리가 되었다가, 서울로 간 시골 사람들이 주구장창 써대는 바람에 지금은 표준어가 되었다.
충청도 사람에게 ‘돼지감자’는 ‘돼지나 먹는 감자’다. ‘사람이 먹을 만한 것이 못 되는 감자’다. 요즘은 ‘돼지감자’가 인기다. 마을마다 ‘돼지감자’가 지천이고 여름이면 노란 꽃이 풍성하다. 당뇨와 피를 맑게 한다고 즐겨 찾는다. 그런데 예전에는 달랐다. 보릿고개가 가파르던 그 시절의 ‘돼지감자’는 진짜 돼지나 좋아할 감자였다.
위 예문에는 옛 농경문화의 요소가 깃들어 있다. ‘돼지감자’는 야성이 살아있는 식물이다. 2미터에 이르는 키로 들판에서도 잡초들을 누르며 꿋꿋이 자란다. 따로 재배할 것도 없이 스스로 덩이뿌리를 키운다. 그런데 재배할 작물이 못 되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소출이 너무 적었다. 여러 해가 지나도 돼지감자는 손가락만 한 것이 고작이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충청의 농부들은 ‘돼지감자’만 보면 캐 버렸다. 논둑이며 밭둑으로 번져오는 ‘돼지감자’는 골칫덩이였다. 땅이 없어 꼬챙이 꽂을 자리만 있으면 곡물을 심던 시절이었다. 수수 이삭 하나 얻는 게 나을 정도로 소출이 나빴던 풀, 그래서 이름이 ‘돼지감자’가 되었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감자가 아니라, 재배할 가치가 없는 감자란 말이다.
/이명재 충청언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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