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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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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 카리스마, 췌장

내 몸이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

2021.08.17(화) 11:44:33도정신문(scottju@korea.kr)

내성적 카리스마, 췌장 사진

듬직한 간과 늘 분주한 위 사이에 조심스레 자리 잡은 저의 이름은 췌장입니다. 길이는 15cm 정도, 모양도 그리 아름다운 편은 못 되어서 의사들은 저를 여름날 길게 내놓은 ‘개 혓바닥’ 같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무시했다간 큰코다치실 수 있어요.

저에게 암이 생기면 평균 생존 기간이 13~20개월에 불과하고 장기 생존율이 20%를 넘지 못합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도 쉽지 않아요. 조용하지만 무서운 카리스마가 ‘마피아 두목’ 같지요? 섭섭한 말씀! 따지고 보면 늘 저처럼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장기는 없어요. 100g도 안되는 제가 하루에 분비하는 소화액은 무려 1L. 주로 알칼리성인 소화액은 위액의 주성분인 강한 염산으로부터 위와 장을 보호하는 중요한 중화제 역할을 합니다. 이 소화액 속에는 살코기류를 아미노산으로 바꾸는 트립신,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린으로 바꾸는 리파아 제, 밥이나 빵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아밀라아제와 같은 각종 효소들이 들어 있습니다.

혈중 당분을 조절하는 인슐린도 제가 만들어냅니다. 당뇨병이란 인슐린의 생산이 원활치 못하거나, 인슐린이 나오긴 하지만,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는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병입니다. 설탕, 백미, 밀가루 같은 단순 당분의 섭취와 과도한 음주는 저를 쉽게 피로하게 만드는 적들입니다. 소위 ‘술꾼’으로 유명한 분 중에 갑작스럽게 명치 부위가 끊어지게 아픈 배앓이를 경험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급성 췌장염 때문입니다.

일단 발병하면 병원에 입원하여 며칠간 ‘금식’하며 과도한 음주습관을 뼛속까지 반성해야 합니다. 정신 못차리고 술을 계속 드시면 제 몸통이 돌 같은 석회질덩어리로 영구히 굳어 버리는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하고 결국 췌장암으로 진행합니다. 조용하고 성실한 제가 맘 상하지 않도록 절주와 더불어 통곡식, 섬유질 많은 채소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정유석 단국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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