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 내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동요 '설날'
 

▲색동 표지를 입힌 비닐 노트
 
작년 연말에 공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평범한 비닐 노트에 색동단으로 표지를 입혀 개성 강한 제품으로 거듭나 있었다.

윤극영 작요·작곡의 동요 '설날' 2절 가사에 보이듯 '색동'은 돌이나 명절에 어린아이가 입는 저고리나 두루마기, 복주머니, 이불 홑청 등으로 만들어 쓰던 다색 비단천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흰색, 노란색, 빨간색, 남색, 녹색의 오방(동·서·남·북·중앙)색은 수(壽)·부(富)·귀(貴)·강녕(康寧)·자손중다(多孫衆多)의 오복을 뜻한다니 작년 연말에 받은 색동 표지의 노트는 최고의 신년 선물인 듯하다.
 

▲이날치밴드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출처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페이스북)
 
생활 속에서 한동안 잊혔던 '색동'을 다시 각인시킨 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다. 최근 온·오프라인을 후끈 달군 화제의 인물들과 노래가 있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는 서울, 부산, 전주, 강릉, 안동, 목포 6개 도시를 배경으로 공식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현재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3억 뷰를 넘기고 있다는데, 베이스 연주의 국악 팝 '범 내려온다'를 부른 이날치밴드와 독특한 안무를 선보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영상 속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단원들이 선보인 역동적인 엇박자 춤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까지 패러디물이 만들어질 만큼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이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단원들의 엇박자 춤을 한층 살려낸 건 파격적인 의상도 한몫한 듯싶은데, '안동' 편 은색 정장 속 색동 셔츠와 '전주' 편의 화려한 색동고깔과 멜빵바지(?) 등은 이목을 끄는 데 주효했다고 생각된다.
  

  

  
▲공주시 유구섬유역사전시관(공주시 유구읍 시장길 50) 전경과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는 비둘기 캐릭터들
 
공주시 유구읍에는 2017년 개관한 '유구섬유역사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입구와 야외전시관에는 색동저고리를 입은 비둘기 캐릭터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갑사, 황금직물, 자카드, 인견 등으로 이름난 직물산업의 본고장 유구에서 색동은 한때 주력 상품이었다. 
 

▲유구섬유역사전시관 내부 전경
 

  

 

  

▲유구섬유역사전시관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는 제품들
 
자동화기기 대처 미숙이나 인건비 상승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일상에서 한복을 자주 입지 않게 되면서 색동 직물의 인기는 사그라들었다. 색동 원단은 예전마냥 한복감으로는 널리 이용되지 못하지만, 전통 직조법과 현대적 감각을 살린 다양한 활용처를 유구섬유역사전시관 내부에서 엿볼 수 있다.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 그만인 필통, 파우치, 주머니 등 세련된 제품군이 보인다. 
 

 
2020년 11월 14일(토)~22일(일), 공주시문화도시센터가 주관한 '2020 공주이야기페스타'가 개최됐었다. 공주역사영상관 1층에서는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공주시의 노력과 성과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포토존으로 이용되고 있는 한쪽 벽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전통 색동원단과 닮은 듯 닮지 않은 고급스럽고 화려한 색색의 천 두루마리로 채워진 벽면은 너무도 아름다워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대중가수 BTS나 블랙핑크가 무대와 영상 속에서 한복을 공연 의상으로 입어 전세계에 자연스럽게 한복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0년 홍보 영상 속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단원들이 입어 색동옷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옛것을 그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길에는 옛것이 단초가 되는 예가 적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신년에 선물받은 색동표지 노트의 첫 페이지에 메모를 남기며 자랑스러운 우리 것의 소중함에 취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