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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찐빵보다 맛있는 안흥 이야기

태안 안흥마을에서 선조들의 애국심을 탐구하다

2020.11.14(토) 18:40:11나드리(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마을마다 각양각색의 느낌이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꽃의 도시 프랑스 파리를 떠올린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의 귀족 출신의 청년 '아르망'과 최고의 미녀이자 창부인 '마르크리트'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사랑 이야기가 프랑스 파리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는 것과 같다.
 
안흥항 앞 바다 모습
▲안흥항 앞바다 모습
  
유럽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명소들이 워낙 많지만, 유럽의 명소들을 제치고 언젠가 꼭 한 번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작은 어촌마을이 있다. 그곳은 역사가 깃든 매력적인 관광지로, 찬바람과 햇빛이 잘 어울리는 태안의 안흥항이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안흥항에는 선조들의 삶과 후손들의 꿈, 내가 아는 미소가 있다. 내가 꿈꾸는 삶의 오선지 악보에 쉼표 하나 그릴 수 있는 곳,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재미를 찾고 미래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되짚어보는 곳이다.
 
멀리서 바라 본 안흥항 마을의 모습
▲멀리서 바라 본 안흥항 마을의 모습
  
11월이 되니 날씨가 제법 차갑다.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계절의 온도는 겨울임이 느껴진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럭, 농어, 민어를 잡기 위해 안흥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오히려 추위를 반기며 새벽부터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낚시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낚시배가 안흥항으로 들어오는 모습
▲낚싯배가 안흥항으로 들어오는 모습
  
점심때가 지나자 낚시꾼들이 바다낚시를 마치고 안흥항으로 속속 들어온다. 빨개진 얼굴에서 뿜어내는 하얀 수증기를 보고 있으니 영락없는 인간 고질라 같다. 낚시어선에서 내려 육지에 올라온 젊은이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한마디 외친다. '안흥에 왔으니 안흥찐빵이나 먹고 가자'라며 한 무리가 편의점으로 뛰어 가더니 금세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을 들고 나오는 모습이 정겹다. 사실, 안흥찐빵의 원조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에서 노부부가 만든 수제찐빵이다.
 
주낙배가 안흥항으로 들어오는 모습
▲주낙배가 안흥항으로 들어오는 모습
  
얼굴에 행복 가득한 모습으로 찐빵을 먹을 수 있는 곳, 이곳은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에 위치한 안흥내항이다. 안흥항은 ‘1종 국가어항’으로 안흥내항(안흥항)과 안흥외항(신진도항)으로 나뉘어져 있다. ‘어촌어항법’에는 안흥내항과 안흥외항을 통틀어 ‘안흥항’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안흥항과 신진도항을 다른 항구로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흥외항에서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안흥외항에서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안흥항의 역사는 깊다. 안흥항 뒤편에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은 성동산 정상에 백제 무왕 34년(서기 633년)에 혜명선사가 창건한 태국사가 있다. 태국사에서는 이곳 바다에서 당나라로 떠나는 뱃길이 무사하기를 기원했다고 하니 안흥항은 14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무역항인 셈이다. 
 
태국사 관음전
▲태국사 관음전
 
조선시대에 충남 유일의 ‘수군방어영‘이자, 각국 어선·수송선의 보호기지, 조운선·세곡선의 호위, 경호 기지인 태안 안흥진성이 2020년 11월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60호로 승격했다. 지금까지는 지방문화재였다. 안흥진성은 1583년에 조선시대 선조대왕이 태국사를 중심으로 성벽을 쌓은 것이다. 동문은 수성루, 남문은 북파루, 서문은 수홍루, 북문은 감성루라 부르며 산성 둘레만 1.7km에 이른다.

안흥진성의 정문 성곽모습
▲안흥진성의 정문 성곽모습
  
안흥진성은 당시 서해안 경비와 해운을 관장하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으므로, 태국사가 병사들의 주둔지였을 가능성이 크다. 왜구나 외적이 침입했을 때, 이 절의 주지가 수막대장(守幕大將)의 지시를 받아 수군이 있는 18개 읍의 승군을 지휘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권한은 첨절제사(僉節制使)의 권한과 같았다고 한다.
 
안흥진성의 정문 모습
▲안흥진성의 정문 모습
  
올해 6월 경, 안흥산성 인근의 고가(古家) 벽지에서 조선 후기 수군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가 발견돼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군적부의 용도는 수군의 징발보다는 18~19세기 일반적인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판독이 가능한 한시 3편도 발견되었는데, 바닷가를 배경으로 수군진촌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신진도 수군진촌에 자리한 능허대 백운정은 예로부터 능허추월(凌虛秋月)이라 하여 안흥팔경 중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옛날 중국 사신들이 안흥 앞바다에 체류할 때 중국의 능허대와 닮았다고 하여 이곳을 '소능허대(小凌虛臺)'라고도 칭했다고 한다.
 
성동산 정상에 안흥진성의 성곽모습이 보인다.
▲성동산 정상에 안흥진성의 성곽모습이 보인다
  
과거에는 도처의 시객(詩客)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시를 짓던 유명한 곳이기도 한 안흥마을이, 지금은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몰려들어 풍류를 즐기고 있다. 안흥내항에는 토박이들이 작은 어선으로 어업활동을 하며 틈틈이 낚싯배를 운영하여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안흥외항은 주로 외지인들이 거주하여 큰 배들이 많고 대형상가나 음식점들이 많은 곳이다.
 
태국사 뒷 편 성곽모습
▲태국사 뒤편 성곽 모습
   
안흥항의 풍경은 여느 항구들과는 다르다. 따사로운 햇살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같은 고요한 평화가 안흥항 곳곳에 묻어 있다. 고요한 평화로움 속에 감춰진 달콤한 시간들이 이곳 안흥항의 매력이다. 횟집 앞 어항에 가득한 물고기를 구경해도, 가게 앞의 의자에 걸터앉아도 사람들은 무심하게 하던 일을 계속한다. 어쩌다가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것이 전부이다. 여행의 참맛은 자유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타인들과의 교차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위대한 선조들의 역사를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안흥마을을 자주 찾는 것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안흥찐빵보다 맛있는 안흥 이야기 사진▲고요한 평화가 깃든 안흥항 마을의 한가로운 모습
  
안흥(安興)마을은 정죽리에서 으뜸이 되는 마을로서 조선시대 때 안흥절제사가 상주하고 있을 정도로 큰 마을이었다. 안흥항 앞 수로가 험난해서 원래는 난행량(難行粱)이라 했는데, 평안한 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안행량(安行粱)으로 바꾸었다가, 계속 사고가 그치지 않자 다시 한 번 안흥량(安興粱)으로 고친 후에 계속해서 '안흥’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태국사 석좌불에 평안한 항해를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태국사 석좌불에 평안한 항해를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태안’이란 지명의 유래는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기를 바라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줄임말이다. 예부터 뱃길의 무사항해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 안흥량(安興粱)의 안흥마을이 지금은 자주국방으로 나라를 지키는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안흥마을 뒤쪽에는 우리나라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자리잡고 있다. 1970년 8월 6일 창설되어 대한민국의 무기체계와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국방과학의 핵심시설이 태안에 위치한 것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염원을 담은 선조들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을 보여준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부설기관이 보인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부설기관이 보인다
  
충절의 고장 충남 속에서, 나라의 태평함과 백성의 편안함을 기원하는 태안의 가치는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의 보물들이 증명하고 있다. 우리 땅 어디인들 소중하지 않는 곳이 있으랴마는,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자리를 잘 가꾸고 보존하여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과거가 되고 싶다.
 
새롭게 단장한 안흥항 입구의 모습
▲새롭게 단장한 안흥항 입구의 모습

충남 화이팅!! 태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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