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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투리의 멋과 맛

특별기고-김정태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교수

2020.10.16(금) 15:09:24도정신문(deun127@korea.kr)

충청도 사투리의 멋과 맛 사진


느싯허고 얌즌한 마음에서
나오는 충청식 늘어뜨린 말투
점잖고 예의바른 양반 빼닮아
향토 가치 키워갈우리 문화유산

 
오늘날 충청도는 북쪽의 경기도와 남쪽의 전라도 사이에 위치해있으며, 동쪽으로는 강원도와 경상도, 그리고 서쪽으로는 서해 바다에 접해 있다.

이 공간은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곳이고 지금도 충청도 사람들이 일하고 사랑을 나누는 곳이다.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이 그대로있는 곳이다.

일찍이 이곳의 사람들이 산이나 강과 같은 지리적 장애로 인해 외부와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독자적인 충청도 사투리를 형성했다. 말하자면 충청도의 주인으로서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한 것을 충청도 사투리에 담아 놨다. 이렇게 만들어진 충청도 사투리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적어도 같은 지역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말 속의 높낮이나강세 정도로도 대략 같은 지역 사람인지 아닌지를짐작할 수 있다.

또는 특징적인 단어나표현으로 알 수 있다. 표준어인 부사 ‘얼른’에 대해, ‘퍼뜩’을 쓰면 경상도 사람이고, ‘언능’, ‘싸게’를 쓰면 전라도 사람이다. ‘?저’[혼저]를 쓰면 제주도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충청도 사람은‘어여 와~’, ‘어여 가~’처럼 ‘어여’라고 한다. 여기에서 다른 지역의 사투리와 구별되는 독특한 충청도 사투리를 듣게된다. 이것이 충청도 사람인지를 알려주는중요한 정보다. 외모나 행실이 아니라 충청도 사투리에 의해서다.

충청도 사투리에는 두 가지 멋이 있다. “좀 지둘러봐유~. 그랴~. 됐지 뭐~. 안 그랴~? 아이구, 워쩐대유~? 괜찮어유~.” 말끝을 한두 박자 더 길게 빼서 늘어뜨리는말투다. 이 늘어뜨린 말투를 일반 사람들은 충청도 사람들의 행동까지 느리고 답답한 것으로 인식해 충청도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 시각을 갖기도 한다.

그렇지만 말끝을 느리게, 늘여서길게 빼는 말투는느긋하고 사려가 깊은 마음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여유이다. 이말투는 과격하지 않다. 오히려 차분함이 묻어난다. 점잖고 예의바르며 여유 있는 양반이미지이다. 이 여유로운 말투는 충청도의 전통적인 지역 정서에기반을 둔 것이다.

충청도 사투리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멋도 있다. “집이 딸래미 여우구. 훌륭한 사우 맞었다먼서? 돈두 많구.” “아니 뭐, 그... 넘들두 다~ 그런디유 뭐~.” 말투가 대체로 직설적이지 않다.

상대를 치밀하고 신중하게 배려하는 우회적인 화법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지 않는다. 이처럼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은 말하는 이의 여유와 듣는 이에 대한 신중한 배려에 있다.

충청도 사투리에는 맛도 있다. 후각적인 맛이라면 텁텁한 듯 하지만, 구수한 냄새가 풍겨오는 토속적 맛이다. “혼저넌 심들어 뭇써~, 하냥 혀~!” “괜찮어유~.” “이응감(영감), 움말 마실댕겨올테니깨, 복실이 밥두 주구, 집 잘~ 봐유.” “이~ 그려~ 걱정말구잘 댕겨와~.” “파장이니깨, 몽땅 갖구가유~.”

충청도 사투리는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고 넉넉하고 공감하게 하는 은근한 맛이 있다. 적어도 충청도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충청도 사투리는 말끝을 길게늘어뜨리니까 야리끼리허거나(아리송하거나) 밍기적거리는(미적미적하는) 듯하여속이 터지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얌즌헌 말투로 보문 느싯허게(여유 있게) 지둘르넌(기다리는) 여유가 있고, 상대방에대해서는 직설적이지 않고 신중한 배려가 들어 있기도 하다. 여기에 구수룸헌(구수한) 맛도 난다. 때에 따라서는 승깔두 부리지만 말이다.

따라서 충청도 사투리는 충청도만의 독특한 지역적 색깔을 반영함으로써충청도 사람들의 정서적 일체감과 향토성을 도모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이다.

충청도라는 공간의 문화적 가치를 키워갈 자원이지, 과거의 케케묵은 유물이 아니다. 우리의 삶과 문화적 힘이 압축돼 있고, 한 마디 한 마디, 말하는 표정마다에는 보물처럼 숨겨진 충청도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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