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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의열단 (11) 대한의림부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8.10.26(금) 00:29:47도정신문(deun127@korea.kr)

의열단 (11) 대한의림부 사진

의열단 (11) 대한의림부 사진


“가십시다! 가서 대한의림부가 어떤 곳인지 한 번 봅시다!”
약산 김원봉의 뜻밖의 말에 배동선의 얼굴이 밝아졌다. 약수 김두전과 여성 이명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약산 김원봉을 바라보았다.
 
“오늘 좋은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기쁜 날입니다.”
배동선이 먼저 자리를 일어섰고 약산 김원봉이 그를 따라 일어섰다. 약수 김두전과 여성 이명건은 얼떨결에 함께 자리를 일어섰다.
 
“이런 씁쓰레한 것을 도대체 왜 마신단 말인가?”
이명건은 커피 잔을 내려다보며 투덜거렸다.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그러면서 마실 것은 다 마셨구먼.”
김두전이 두런거리고는 껄껄 웃어젖혔다.
 
“내 마시고 싶어 마셨는가? 얘기에 몰두하다 보니 홀짝 홀짝 비운 것이 그리된 게지.”
약산 김원봉도 김두전을 따라 껄껄 웃었다.
 
“원래 커피라는 것이 그러다가 맛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배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문을 나섰다. 그의 뒤로 약산 김원봉과 약수 김두전 그리고 여성 이명건이 따랐다.
 
거리는 여전히 활기에 넘쳐났고 사람들은 도시의 밤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술 취한 사람, 노래 부르는 사람, 팔짱을 낀 연인과 어깨동무를 한 친구들, 화려한 상해에 어울리는 희열을 품은 정경들이었다.
 
그러나 조국을 잃은 약산 김원봉의 눈에는 모두 사치스런 일일 뿐이었다. 함께할 수 없는 낯설고도 어색한 풍경이었던 것이다.
 
배동선은 세 사람을 이끌고 상해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강렬한 상해의 언어가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뭐라 지껄이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억센 소리는 마치 싸우는 듯도 했다.
“귀 따갑구먼.”
김두전이 내뱉듯 투덜거리자 배동선이 미소를 지은 채 한마디 거들었다.
 
“자기들끼리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워낙 사투리가 심하고 억양이 거세서요.”
“하긴 우리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지. 좁은 반도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이런 대륙에서야 뭐.”
김두전도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거세니 심성도 거칩니다. 물불 가리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요.”
말을 잠시 끊었다가 배동선은 골목 안쪽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얼마나 지저분하고 거칩니까?”
배동선의 손끝을 따라 골목 안을 살펴본 세 사람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기설기 얽혀있는 골목 안은 그야말로 미로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 안에는 살림살이며 빨래가지며 온통 가재도구들로 넘쳐났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또 모두 주인이 있는 것들이라고 한다.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군!”
쓸데없이 가로질러 놓은 장대를 피하며 이명건이 투덜거렸다.
 
“이래서 우리에게 좋은 점도 많습니다.”
“좋은 점이라니요?”
“쫓길 때 많은 도움을 받지요. 특히 일제 경찰이나 헌병 놈들에게 말입니다.”
약산 김원봉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위장하기도 쉽고 또 골목이 복잡하니 달아나기에도 수월하고 게다가 우리를 잘 아는 이곳 사람들이 때때로 놈들을 저지해 주기도 한답니다. 이들이 다혈질이라는 것을 잘 아는 놈들도 이곳 사람들을 섣불리 대하지 못하거든요. 아주 유용한 곳입니다.”
말을 마친 배동선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막다른 골목의 끝에 다다르자 허름한 집 한 채가 이들을 가로막아 섰다. 배동선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서슴없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보니 흉흉한 분위기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폐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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