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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의열단 (9)실망

청효표윤명 연재소설

2018.10.08(월) 00:02:59도정신문(deun127@korea.kr)

의열단 (9)실망 사진


의열단 (9)실망 사진


“이리 쓴 걸 무엇 때문에 마신단 말입니까?”
찻잔을 살짝 입에 댔던 이명건이 눈살을 찌푸리며 잔을 내려놓았다. 김두전도 따라 잔을 내려놓았다. 말은 안했지만 이명건과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랬고 여기 상해에 온 조선인들이 모두 그랬으니까요.”
말을 마친 배동선은 다시 한 차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좀 있으면 익숙해질 겁니다.”
익숙해질 거라는 말에 이명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것에 익숙해진단 말입니까?”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에 표정이었다.
 
“약산은 어떤가?”
약수 김두전이 물었다.
 
“난 뭐, 그냥 그러네. 못 마실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즐겨할 것도 같지는 않고.”
말끝에 미소가 묻어났다.
 
“천천히 마시면서. 자, 경성 소식이나 들어보십시다!”
배동선이 자리를 당겨 앉으며 경성 소식을 물었다. 얼굴에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어 보였다.
 
“빼앗긴 조국에 무슨 좋은 소식이 있겠습니까? 여전합니다.”
여전하다는 말에 배동선의 얼굴이 이내 시무룩해졌다.
 
“놈들의 악랄함이 날로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경성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어요.”
“경성을 떠나다니요?”
“우리같이 독립운동을 하려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팍팍해 떠나는 것이지요.”
“그렇게 심각합니까?”
배동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하면 뭐합니까? 이제 경성은 일본 놈들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포는 물론 종로까지도 일본 장사치들 천지고, 동양척식회사와 식산은행은 조선의 피를 빨아서는 일본으로 가져가는 데 혈안이 되어 있어요.”
이명건은 주먹을 부르쥐며 언성을 높였다. 약산도 약수도 치를 떨었다.
 
“우리가 이리로 온 것도 그런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보기 위해서입니다. 배 동지도 그렇겠지만요.”
약산은 호소하듯 배동선을 향해 자신들의 목적을 털어놓았다. 말끝에는 한숨도 깊었다. 그러자 배동선도 따라서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우리 함께 노력해 보십시다!”
“이를 말이겠습니까? 저 잔인한 놈들을 조국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그날까지 우리 함께하도록 합시다!”
김두전의 말에 배동선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명건도 김원봉도 따라서 손을 더했다. 곧 이어 네 사내의 뜨거운 독립에 대한 의지가 달아올랐다.
 
“이곳은 어떻습니까? 임시정부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고요?”
약산 김원봉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배동선이 커피 잔을 들어서는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신 후, 쓰디 쓴 얼굴로 씁쓸히 입을 열었다.
 
“내 보기에 임시정부는 그다지 기대할 만한 곳이 못됩니다.”
배동선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오자 세 사람은 모두 눈을 크게 떴다.
 
“기대할 만한 곳이 못 되다니요? 조국에서는 지금 모두들 임시정부만 쳐다보고 있는데.”
커피 잔을 살며시 내려놓은 배동선은 약산과 약수 그리고 여성을 한 차례 돌아본 후 혀를 찼다. 몹시도 못마땅하다는 얼굴이었다.
 
“지금 임시정부에서는 외교만을 통해 조국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요.”
“외교만을 통해 조국을 되찾으려 하다니요?”
약산 김원봉도 눈살을 찌푸렸다.
 
“파리강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하겠다는 겁니다.”
김두전도 이명건도 얼굴이 굳어졌다. 커피는 반도 넘게 남았는데 벌써 잔이 식어가고 있었다.
 
“말로서 저들을 설득해서는 독립을 어떻게 한 번 이루어 보겠다는 심산인 모양입니다 그려. 프랑스나 독일, 영국 같은 열국들의 도움을 받아서 말입니다.”
배동선의 비아냥거림 섞인 말에 약산 김원봉이 흥분해서는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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