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전체기사

전체기사

충남넷 미디어 > 소통 > 전체기사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은 것이 후회돼요”

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홍성군 홍동면 구정리 김성헌 귀농인

2018.07.11(수) 16:58:35홍주신문(uytn24@hanmail.net)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은 것이 후회돼요” 사진 이제 자신의 소유가 된 땅에 얼마 전 고구마를 심은 김성헌 씨가 밭을 바라보고 있다.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도시인들이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산다면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 있다. “뭐 할라고 와? 할거나 있깐?” 그렇다. 이미 현지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틈새를 아무리 파고들고 요리조리 생각해 보고 고심해도 별반 찾아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도시인들은 시골로 온다. 그냥 농사 짓는 게 좋아서? 아님 도시에서 사는 것이 싫어서?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은 내 안에 있다.

지난해 1월 김성헌(51) 씨는 가족과 함께 홍동면으로 내려왔다. 부모님 고향이 이북이기에 김 씨는 어릴 적에 늘 시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는 아이들에게 시골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왔던 생각을 조금씩 실천해 갔다.

운영하고 있던 공장을 정리하고 홍동면 한 빌라에 임시로 들어갔다. 아이들 전학 문제가 있어 1월에 내려왔다. 아이들은 무사히 잘 적응했고 큰 아이는 홍성의 한 학교에 다니며 미술을 공부한다. 작은 아이는 이사를 온 후부터 그냥 원주민 소리를 들었다. 중학교에 진학해 올해는 학생회 부회장을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내려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홍동면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모두 소중한 인연이다. 농사를 가르쳐 주고,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 준다. 지난해에는 아는 분이 땅을 조금 내줘 배추를 심어 절임배추로 판매도 했다. 첫 해에 지은 것 치고 괜찮았다. 아예 땅을 임대해 양파, 마늘 등을 심었다. 이제 양파와 마늘을 수확할 생각을 하니 저절로 양 입가가 올라간다. 혹여 상품성이 없고 못 생겼어도 내가 지은 농사의 결과물이니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욕심을 버리고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땅을 조금 샀다. 한 편에는 고구마를 심었고 한 편에는 집을 지을 생각이다. 고구마를 심을 때는 품앗이로 했다. 아내와 둘이 하려면 종일 걸려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 그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나 스스로 공부도 해야 하지만 거의 대부분 무조건 선배들에게 물어본다.” 물론 그 답은 선배들도 모두 다르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김 씨만의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배우는 중이다. 그렇게 농사를 지어 일 년에 버는 돈은 천 만 원이 안 된다. 그거라도 벌면 그나마 많이 버는 것이다. 어떤 이는 수중에 백만 원도 안 되는 돈이 쥐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 농사를 짓는다. 부지런히 열심히 공부하면서 말이다.

농사는 본능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 우리 인간의 본능이듯이 말이다. 돈에 쫓기고 일상에 치인 도시에서의 삶보다 흙을 밟고, 초록이들을 만지고,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구름 한 조각과 만나는 시골에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나를 버리고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한다. 내가 별 거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농로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릴 수도 있다. 그럴 땐 그저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누구 하나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농로에서 어깨를 두드려 줄 사람은 없지만 지나가는 바람 한 점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줄 것이고, 돌멩이가 지친 다리 쉬어 가라며 자리를 내어줄 것이니 말이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