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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농부의 진지한 고민

홍성군 장곡면 '내 딸 주는 착한 메론' 김용찬 농부 이야기

2018.04.12(목) 08:51:47로컬스토리(nadiaseo@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귀농귀촌 콘텐츠는 ‘잘 팔리는’ 소재다. 그야말로 귀농귀촌 콘텐츠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브라운관에서는 귀농귀촌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장소도 제각각이다. 전국 팔도의 농촌, 어촌까지 구석구석 조명하고 있다. 출판 업계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귀농귀 촌 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팔린다. 각종 귀농귀촌 박람회에는 전에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든다.

이유가 뭘까. 팍팍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겠다는 위기감도 한 몫 한다. 그러나 귀농귀촌은 정말 이 모든 문제의 정답일까. 여유로운 전원생활과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블루오션으로 비춰지는 귀농귀촌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실 현 가능한 대안일까.

홍성군 장곡면 옥계리에서 열매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귀농 3년차 김용찬씨 역시 막연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귀농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저는 노조활동가였어요. 플랜트 건설노동자 노동조합에서 일하며 서산에서 살았 던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60대 노동자들이 20~30미터 높이에서 겨우 40센티미터 정도인 족장에 의지해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서 말이에요.

착한 농부의 진지한 고민 사진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내가 60대가 되어도 저렇게 노동자로 살 수 있을까? 갑자기 미래에 대한 걱정이 되며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민이 이어지며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겠다는 결론을내렸다. 나름대로 기준도 세웠다. 평생할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어딘가에 고용되지 않을 것,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것, 정년이 정해지지 않은것. 이기준을 충족하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사장 아니면 농부였다. 둘중에 선택은 생각보다 쉬웠다. 김씨는 서울 토박이였지만 축산 가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고민이 시작된 곳은 마침 농업단지와 공업단지가 같이 있는 서산이었다. 이런 김씨에게 농사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중요한 것은 귀농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먼저 선택하는 겁니다. 귀농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무슨 작물을어떻게 잘 키우느냐를 전 부정확하게 알수는 없어요. 일단 귀농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귀농을 하시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뒤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귀농교육이 절대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김씨는 천안 연암대 귀농교육을 시작으로 각종 귀농교육만 400시간 넘게 이수했다. 귀농교육의 가장 큰 효용은 무엇일까. 김씨는마음가짐을 바꾸게 된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말한다.

“막연하고 환상적인 귀농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해요. 귀농교육 덕분에 시골 생활의 현실적인 측면을 보기 시작한 것이죠.  결국 시골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교육을 받으면서 이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가치가 눈에 들어왔어요.  바로 자연과 공존하는 삶,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가치였죠.  그래서 마음가짐을 고쳐먹었어요.  무조건 높은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을 비워내고  새롭게 찾은 삶의 가치를 추구 하기로 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자연스레 나아갈 길이 보였다. 귀농교육에서 만난 김지현 씨는 든든한 동료가 되었다. 두 사람은 우연히 선배 농부의 ‘기가막히게 맛 좋은’ 멜론을 맛봤다.이 멜론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2015년 열매농장을 시작했다. 

내 딸 주는 착한 메론, 열매농장

과일을 유기농으로 생산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멜론 역시 유기농으로 생산하기 매우 까다로운 작물이다. 병충해 피해를 입기도 쉽고, 화학비료의 도움 없이는 당도 역시 잘 올라가지 않는다. 김씨 역시 유기농 과일생산자로서 같은 고충을 겪었다. 농사 첫해에는 노균병이 급속도로 퍼져 작물을 제대로 수확할 수 없어 망연자실했다. 작년에는 멜론을 출하하기는 했으나, 당도가 고르지 않고 들쑥날쑥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김씨는 여전히 유기농을 고집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과일 역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것이 옳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건강해야 작물이 건강하고, 건강한 작 물을 먹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김씨의 노력 덕분에 올해에는 큰 피해 없이 멜론을 수확했다. 당도 역시 일정했다. 수확한 멜론은 대부분 부산, 군산, 경기지역 학교 급식 업체에 납품했다. 유기농으로 키워 건강하고 맛있는 멜론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진셈이다.

“농부라는 직업은 절대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저는 이제야 비로소 겨우 농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사를 지어서 생활비를 벌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농사만 지어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죠.”

착한 농부의 진지한 고민 사진

천만원으로 일억 벌기. 부동산이나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귀농귀촌 콘텐츠 역시 이런식으로 포장되어 팔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6차 산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비용투자가 늘었다. 그리고 개인 판매 방식의 마케팅을 선택할 경우 농부의 노동시간은 한없이 올라간다.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욕구는 날로 높아져 간다. 그러나 그 기대에 무조건적으로 부응하려 하면 생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김 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억을 투자해 300평 시설하우스 4동을 지었다. 이중 50%는 정부지원금이다. 하지만 3년 차인 올 초까지만해도 수입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농장을 계속해서 운영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다행히 올 4월부터는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농촌에서 사는데 필요한 생활비 정도는 농사만으로 해결하고 있다. 초기의 소박한 목표는 달성한 상태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수익 증대를 위해 겨울에는 감자와 와일드 루꼴라도 함께 재배 한다. 수막을 돌리면 겨울에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수막으로 물을 쓰면 자연에도 좋지 않고, 시설물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속가능한 농업 

  “청년들이 귀농해서 정착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직장생활을 해서 모아둔 자산이 얼마라도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죠. 하지만 이십대 청년들이 현실적으로 그만큼의 자본을들고 귀촌을 할 수 있을까요? 자산없는 청년들이 농사를 짓도록하고 싶다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높은 취업 장벽과 불안한 고용조건 속에서 ‘청년 농업’을 주제로 한 강연과 박람회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30대 이하 청년 귀농귀촌 가구수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청년들이 귀농에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런 현상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청년농산업 정책에 아쉬움이 많기 때문이다. 김씨 생각에 현재의 정책으로는 자금 없이 귀농한 청년들이 실제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농사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귀농 인구가 늘어나고는 있으나 그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농업을 책임지고 있는 농부의 평균 연령은 이미 고령화된 상태다.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김씨는 ‘지속가능한농업’을 꿈꾸고있다. 김씨의 진지하고 값진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착한 농부의 진지한 고민 사진


https://blog.naver.com/localstorycoop/221237656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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