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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언론협회 공개서한에서 배워야 할 언론의 역할

칼럼 -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2017.03.06(월) 22:41:41도정신문(deun127@korea.kr)

촛불광장서 쫓겨난 한국 언론인들
트럼프에 대항 미국 언론 본받아야


미국언론협회 공개서한에서 배워야 할 언론의 역할 사진


지난 1월 23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널리 회자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언론협회를 대표해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카일 포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 얘기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언론과의 전쟁을 치렀고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언론과의 새로운 전쟁을 선포한 인물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언론에 공공연하게 위협을 가하면서 오히려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언론협회가 보낸 공개서한을 보면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한국 언론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이 서한의 핵심 내용은 정부와 언론간의 관계다. 트럼프가 미디어를 피하고 비판기사를 쓴 기자를 조롱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론도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언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론이 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천명했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출입기자 제도는 있는 것이 좋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정부 출입기자들에게 아무런 특권을 주지 않고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는 것은 당신의 권리이자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고 우리들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다.

# 어떻게 보도할지는 우리가 정한다. 오프더레코드와 같은 원칙은 우리가 정하고 기자들이 알아낸 정보를 보도하거나 무시해버리는 것 또한 우리가 선택할 일이다.

# 방송시간 역시 우리가 정한다. 당신의 대변인이나 대리인에게 방송시간 얼마를 쓸지 우리가 결정한다. 우리는 당신의 의견과 관점을 알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반복적으로 진실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배제할 것이다.

# 객관적인 진실은 존재한다. 팩트를 찾는 것은 우리 전문이므로 틀린 얘기를 굳이 반복해서 말하지 말라. 당신이나 정부가 얘기하는 것들은 뉴스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는 팩트들을 밝혀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 세세한 것들을 집요하게 취재하겠다. 우리는 기자들을 정부 각처에 배치할 것이고 당신 대리인들 사이에 투입할 것이며 정부 관료들 사이에 파견할 것이다. 당신보다 한층 더 높은 곳에서 당신의 정책에 대한 분석을 해나갈 것이다.

#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준을 두겠다. 당신은 심각하고 광범위한 불신을 언론 사이에 퍼뜨렸다.  우리는 언론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정확하고 겁 없이 취재할 것이다. 우리의 잘못은 인정하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가장 엄격한 언론윤리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다.

# 우리는 연대할 것이다. 당신은 기자들 사이의 경쟁을 조장해 싸움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제 당신과 정부를 취재하기 위해 우리 모두 협력하고 서로 도와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당신을 불편하게 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무시한다면, 당신은 연대한 기자들 모두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 사안에 대해 협력해 취재할 것이며, 동료가 취재한 중요한 이야기를 세계가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윤리나 취향에 대해 격한 논쟁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논쟁 역시,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우리다.

# 긴 싸움이 될 것이다. 당신은 일이 잘 풀리면 8년 간 대통령을 하겠지만 우리 언론인들은 이 나라가 세워질 때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 이 위대한 민주주의가 탄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은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고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당신은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 있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묻게 만들었다. 그 점에 대해서 우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전율이 흐르지 않는가? 이 공개서한에서 미국 기자들은 트럼프에게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실상 한국 기자들은 이 공개서한을 통해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다.

청와대에서 권력자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할 뿐, 제대로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한국의 기자들…. ‘애완견’ 혹은 ‘기레기’라는 조롱을 받으며 촛불광장에서 쫓겨난 한국의 언론들….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겠다는 미국 언론의 저 당당한 기개를 정녕 닮을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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