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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병천순대였기에

2016.11.29(화) 13:44:02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시장에서 순대장사를 했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아내와 부지런히 일했다. 자정이 넘도록 장사를 했지만 벌이는 시원찮았다. 돈도 못 벌면서 하루 종일 아빠와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어린 아들과 딸 보기가 미안했다.

 

그래서 가게를 처분하려 했으나 그 또한 용이치 않았다. 남는 순대를 안주 삼아 홧술을 마시는 게 자정 무렵의 어떤 일과로 자리 잡았다. 집으로 돌아갈 때도 순대를 싸가지고 갔다. 그럼 아이들도 야식으로 잘 먹었는데 하지만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한 가지의 음식만 먹어선 쉬 질리게 마련이다.

 

그처럼 만날 순대를 싸가지고 집에 가지고 가니 언제부턴가는 아이들도 손사래를 치기 일쑤였다. 나 또한 그로부턴 질려서 순대를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는 어떤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지난달에 절친한 후배가 술을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약속장소인 식당에 갔더니 공교롭게(?) 순대 전문점이었다. ‘나는 순대를 안 먹는데......’ 그러나 후배의 성의가 고마웠기에 안 먹을 수 없었다. 더욱이 그 순댓집은 순대의 명가로 소문난 천안 병천순대였다. 천안은 또한 본 기자의 고향이 아니던가!

 

아무튼 후배는 술을 마시면서 사는 게 힘들다고 푸념했다. “요즘 안 힘든 사람이 어딨니?” 사람들은 누구라도 이 풍진 세상을 살아나가는 게 퍽이나 힘들다고 한다. 한데 이는 부자와 빈자라고 해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부자는 돈과 재물까지 많으니 행복할 것이라고 예단한다. 그러나 그들도 알고 보면 그리 행복하진 않다고 한다.

 

재산이 많은 만큼 부모(혹은 당사자)의 유산과 재산의 분배를 둘러싼 자녀들의 다툼이 심각한 지경인 집안도 적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빈자(貧者)는 빚에 쫓기고 각종의 생활고에도 힘이 부치도록 어렵다.

 

나도 그처럼 상황이 어렵기에 박봉의 경비원이란 본업 외에 투잡을 하고 있다. 며칠 전 회사로부터 <계약만료예고통지서>를 받았다. 1년 단위의 계약직인지라 우린 이를 일컬어 살생부(殺生簿)라 부른다.

 

여기에 우울한 사인을 하고 퇴근을 하자니 비루한 내 직업에 새삼 회의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이 엄동설한의 차가운 길거리로 내몰릴 판인데......!’ 그래서 대전역에서 내린 뒤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가격도 착한 순대국밥집을 찾았다. 뜨겁고 뽀얀 국물에 소주를 두 병 비우니 비로소 마음이 평정(平靜)되는 듯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중앙시장에서 술 한 잔 먹고 들어가려는데 당신 야식으로 순대 좀 사다줄까?’

 

그러나 나처럼 순대에 관한 한 어떤 트라우마의 소유자스럽게 아내는 싫다고 했다. 그래서 대신에 6천 원짜리 전기구이 통닭을 한 마리 샀다.

 

우리 속담에 침 뱉은 우물 다시 먹는다는 말이 있다. 예전엔 그토록이나 싫어했던 순대를 이젠 나도 다시 먹고 있다. 따라서 이는 바로 침 뱉은 우물을 도로 와서 먹는 것에 다름 아닐는지.

 

매년 가을 총 동문 체육대회가 열리는 저의 초등학교 모교입니다.

▲ 매년 가을 총 동문 체육대회가 열리는 저의 초등학교 모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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