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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평생학습관]사서가 먼저 읽고 권하는 이 책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2016.11.03(목) 13:54:50관리자(jmhshr@hanmail.net)

사서가 먼저 읽고 권하는 이 책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 사서가 먼저 읽고 권하는 이 책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예산도서관 신혜연 사서가 저자 가와타 후미코, 바다출판사가 출판한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라는 책을 읽고 독자들에게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다음은 신혜연 사서가 책을 읽고 느낀 바를 글로 적은 것이다.-편집자 주

몇 년 전 파란 하늘 아래에서 활짝 웃고 있는 할머니의 사진이 담긴 영화 포스터를 보았다.

포스터에는 작은 글씨로 짤막하게, ‘가장 씩씩한 할머니가 옵니다’고 씌어있었다. 그 할머니는 종군위안부라 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던 포스터가 그 문구를 읽은 다음에야 당황스러워졌다. 평범한 옆집 할머니와 다를 바 없는 해맑은 웃음.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할머니들은 그 시대를 살아오지 않았나. 저 분도 다른 할머니들처럼 씩씩하게 웃지 못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당황스러웠던 처음생각을 지운다.

전쟁과 식민지 시대. 겪어보지 않은 우리는 역사책이 아니면 무엇을 통해 이 시대를 알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역사책을 쓴 이들조차 나중 문제라고 미루어 두었던 재일 1세대 여성들의 삶을,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할머니들은 입말로 생생하게 다시 그려낸다. 듣는 것만으로 ‘식은땀이 나는’ 참혹한 이야기를 할머니들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조선어도 일본어도 배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어린 여성들은 새벽 다섯 시부터 공장에서 일하고 위안부로 끌려가고,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 싶어’ 기차에서 뛰어내린다. 쏟아지는 소이탄 아래 방공호로 대피하고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당하고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만난다. 식민지의 고통, 전쟁의 참혹함, 가부장제의 폭력, 가족의 죽음 숨 쉴 틈조차 없이 온 몸을 감싸는 역사와 사회의 촘촘한 그물망을 할머니들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역사의 한복판에 자신을 그대로 옮겨놓는 듯한 체험이다.

그러나 단지 잔인하고 끔찍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고생 자랑’,‘가난 자랑’을 하며 현재를 살고 있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 또한 처음 언급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주인공 송신도 할머니가 부른 노래에서 따 온 것이다. ‘전쟁도 쓰나미도 삶을 빼앗지는 못’한다는 그녀가 재일 위안부 배상 소송이 고등법원에서 기각당한 날에도 부른 노래. 끊임없이 이어지는 벼랑 끝 같은 삶에서‘왜 자신이 꿋꿋이 고개 들고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강인함을 마주할 때 마음속에 피어있는 의심과 체념을 거둬 낼 수 있으니.

누구에게도 다 말할 수 없는 긴 하루를 보내고 지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날에는 이 책의 제목을 조용히 곱씹어 본다.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필시 이 글을 읽는다면 당신도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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