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동 씨가 직접 쓴 시가 적힌 노트 앞에 앉아 있다.
“국민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시가 나올 때면 좋은 거유. 시를 읽으면 맴이 다 풀어져서 읽고 또 읽었어유. 시가 그냥 좋은 거유.”
금산군이 고향인 정복동(83) 씨는 어려웠던 시절 여자가 공부하면 못 쓴다는 인식이 짙었던 사회에서 정 씨에게 배움의 문턱은 높게만 보였다. 당시 정 씨의 어머니는 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정 씨를 멀리까지 학교를 보내 10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정 씨는 2학년 때까지는 일본어 교육을 받고 한국어 교육을 2년 받고 나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어 교육은 2년 밖에 받지 못했지만 국어 교과서에 시가 나올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먹고 살 걱정이 가장 앞섰던 시절, 배움에 대한 미련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21살에 결혼 후 마음이 상할 때마다 공책을 펴고 일기를 썼다. 글을 쓰면 마음이 풀어진다는 정씨는 때때로 시도 써 왔다. “시가 뭔지도 모르지만 시를 썼어유. 제대로 쓰고 있는지 지도가 필요해서 홍성도서관 문예아카데미에 나간 지 1년이 됐슈.”
정 씨는 혼자서만 시를 써오다가 홍성에 시를 가르치는 곳이 있다고 들어서 문예아카데미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회원들과 활동을 하고 작품을 발표하는 시간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인내’라는 정 씨의 시 전문이다.
인내
정복동
높은 산도 넘고 나면 평지인데
힘들다고 못 넘을까
높은 산에 오르면
낮은 산은 언덕으로 보이네
참을 땐 힘들지만
참고나니 편안한데
캄캄한 오밤중도
닭 우는 소리에 밝아졌지
마음이 바늘귀 같아서
놓쳐버리기 십상이구나
바다같이 깊고 넓은 마음이라면
무엇인들 거리낄 것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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