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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친구들아, 추억 만들자!"

2016.01.14(목) 10:44:27관리자(jmhshr@hanmail.net)

"우리동네 친구들아, 추억 만들자!" 사진

"우리동네 친구들아, 추억 만들자!" 사진



지난 주중에 동네 대 여섯 가정 엄마와 아이들이 인근 한적한 휴양림으로 파자마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한달 전부터 계획된 캠프를 기대하며 들떴습니다. 어느 집 아이는 달력에 매일매일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어느 집 아이는 부모님 말씀 안 듣다가도 '캠프를 취소해야 하나' 그저 혼잣말을 했을 뿐인데 제 할일 척척 해내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우리집 늦둥이 녀석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캠프 계획을 발표한 이후로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그날 친구들과 무엇을 하며 지낼까 팔을 턱에 괴고 앉아 옆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궁리합니다. 또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스터 한 한글실력을 발휘해 그날 가져갈 장난감 목록도 줄 딱딱 그어가며 적어봅니다. 목록을 적어내려가는 내내 히죽히죽 웃는 모습이 흡사 실성이라도 한 듯 싶습니다.^^

엄마침대 옆에 붙여 놓은 침대 말고 친구들과 나란히 누워 잠을 잘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 무엇보다도 매일매일 어김없이 해내야 하는 학습지도 안해도 되고, 아랫집 아저씨 화날까봐 발 뒤꿈치 들고 다녀도 되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한달 배운 태권도 실력이지만 친구들과 엄마들 앞에서 뽐내고 싶어 노란띠도 미리 챙겨둡니다, 겨울이라 도무지 놀이터에 나오지 않는 친구들에게 시간이 흘렀지만 크리스마스 날 산타할아버지에게 받은 선물 자랑도 해야겠고, 또 친구들은 도대체 어떤 선물을 받았는 지도 궁금해죽겠습니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려 도착한 휴양림. 차에서 내리자 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들마냥 숲을 누비며 뛰어다닙니다. 내내 따뜻하다가 하필 추워진 날씨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도리어 땀에 젖어 몸에서 김이 다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비에, 때로는 눈을 맞아 숨 죽은 낙엽들이 참 좋은 놀잇감이 되어줍니다. 긁어 모아 놓고 벌러덩 눕는가 하면, 낙엽을 뿌리고 빙그르르 돌면서 저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주문도 외웁니다.

겨우내 찾지 않아 외로웠을 놀이터 미끄럼틀은 꼬마손님들 작은 엉덩이 덕분에 묵은 먼지 좀 닦아냈습니다. 겨울이라 모두 비워내고 털어 낸 나무가지마다 아이들의 웃음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여 름이었으면 북적대 엄두도 못냈을 평상 위로 냉큼 올라가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서서는 카메라 들이대는 엄마를 위해 기꺼이 멋진 포즈도 취해줍니다. 훗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어느 날 이날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웃을 수 있는 참 귀한 사진이 될거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인원 수에 비해 작은 공간이지만 좋아하는 친구들이 함께 있으니까 불편하지 않습니다. 온 몸을 실어 쿵쾅 쿵쾅 걸으면서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엄마가 오늘은 친구들과 요란하게 기차놀이를 해도 '시끄럽다' 고 하지 않을 것을 압니다. 겨우내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깔깔깔 웃어댑니다. 때로는 티격태격 하다가도 거기에서 사회를 배우고 알아갑니다.

오늘밤 친구 엄마가 구워준 삼겹살이 이상하게 우리 엄마가 구운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평소에 상추는 쳐다보지도 않던 녀석이 친구 따라 상추 한장 펼쳐들고 삼겹살을 싸서 먹습니다. 5대 영양소 고루 갖춰 차린 우리 엄마 밥상보다 대충 차려졌어도 친구들과 함께 하니 먹여주지 않아도 금새 한그릇 뚝딱입니다.

마음 은 밤을 새워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눈꺼풀이 협조하지 않습니다. 이불을 넓게 펴고 친구들과 나란히 나란히 누웠습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일제히 앞니 빠진 입을 벌려 크게 웃습니다. 엄마 없이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아이도 그날 밤 푹 자며 독립선언 했습니다.

캠프라야 그저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이 이뤄졌지만 아이들에게는 조심하고 조심해야 하는 답답한 아파트를 벗어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고, 마음껏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을겁니다.     

어느 날은 친구집에서, 또 어느 날은 내 방에서 동네 친구랑 밤을 새워 이야기 나누며 웃고 울었던 추억이 떠올라 웃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날을 추억하며 배시시 웃음질 날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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