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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계부

저자의 지향점

2015.12.13(일) 12:06:32홍경석(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무시로 서점을 찾는다. 그리곤 이런저런 책들의 숲에 빠지면 그처럼 행복한 게 또 없다. 그러다가 맘에 드는 책을 사서 나오는데 특히나 해마다 12월이 되면 반드시 별도로 사는 책이 있었다.

그건 바로 여성지였는데 부록으로 가계부를 끼워주는 때문이었다. 그걸 사다 주면 희색이 만면한 아내는 그걸 흡사 금지옥엽처럼 갈무리하면서 기록을 시작하곤 했다.

이따금 살펴보면 그날그날의 수입과 지출내용이 마치 초등학생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기 위해 꼼꼼히 작성한 일기인 양 정갈하곤 했다.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아내는 가계부를 아예 쓰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12월에 사다준 가계부는 손조차 대지 않고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처럼 아내의 ‘잃어버린 가계부’의 연유는 경제적 허릅숭이인 이 남편에서 기인했다. “왜 사다준 가계부는 거들떠도 안 보는 겨?”라는 나의 불만에 아내는 송곳처럼 반응했음이 그 방증이다.

“나한테 쓰라고 돈을 가져다준 적이 대체 언제여! 개뿔이나 돈이 있어야 가계부도 쓰는 거 아녀?” 아무리 그렇기로 그처럼 험한 ‘돌직구’를 던져! 하기야 아내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이 직업 전에도 나는 아내에게 제대로 된 돈, 더욱이 ‘급여’라곤 갖다 준 적이 거의 없는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살림을 하는 아내와, 역시도 그 카드로 급한 불을 끄는 패러다임에 익숙한 나는 정작 급여일이 되어도 내 통장의 역할은 금세 스쳐 지나가는 간이역만도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내는 언제부턴가 가계부를 쓰는 재미를 완전히 상실한 아낙이 된 것이었다.

여하간 얼마 전에도 서점에 들른 김에 습관처럼 여성지를 한 권 샀다. 그리곤 2016년도 가계부를 건넸는데 싸늘한 아내의 시선엔 변화가 없어 마음이 시렸다. 하지만 앞으론 이러한 한랭전선의 가계부에도 조금씩은 서광이 비출 듯도 보인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왜냐면 지난주에 출간이 시작된 나의 첫 저서가 이번 주부턴 전국의 서점에서도 일제히 독자와 만나는 때문이다. 상인의 목적이 이윤추구이듯 책을 쓰는(혹은 쓴) 저자의 지향점은 저서가 많이 팔려 인세를 받는 것이다.

그건 또한 다다익선이다. 항상 그렇게 경제적 ‘서덜탕’으로만 살아온 세월이 자그마치 60년 가까이나 된다. 참고로 ‘서덜’은 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나머지 부분, 즉 뼈와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횟집에 가 회를 시키면 맨 마지막에 나오는 매운탕이 바로 ‘서덜탕’인데 따라서 생선매운탕의 또 다른 이름이 서덜탕인 것이다.

어쨌든 이젠 ‘서덜탕’의 무능한 가정에서 반드시 탈출하고 싶은 욕심이 강렬하다. 아울러 가계부를 다시 쓰는 아내의 고운 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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